[변호인들] 의료법인 경영자와 1인 1기관 원칙

현행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주체는 의료인 개인, 의료법인, 비영리 사단법인 등으로 제한되어 있다. 이 중 의료인 개인에 대해서는 이른바 '1인 1기관 개설·운영 원칙'이 적용된다. 이는 1인의 의료인이 여러 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과도한 영리 추구와 소수 의료인에 의한 의료시장의 독과점 및 의료시장의 양극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헌법재판소 2019.8.29.선고 2014헌바212 결정).
여기서 '의료기관의 중복 개설'이란 '이미 자신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등의 명의로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직접 의료행위를 하거나 자신의 주관 아래 무자격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는 경우'를 뜻하고, '의료기관의 중복 운영'이란 '의료인이 둘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하여 그 존폐ㆍ이전, 의료행위 시행 여부, 자금 조달, 인력ㆍ시설ㆍ장비의 충원과 관리, 운영성과의 귀속ㆍ배분 등의 경영사항에 관하여 의사 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는 경우'를 뜻한다(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도3672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만약 의사 A가 의료법인 대표로서 P병원을 운영하면서 다른 사단법인 명의의 Q의원 운영에 관여하는 경우라면 의료법이 금지하는 중복 개설·운영에 해당할까? 이에 대하여 원심(대전고등법원 2019노185 판결)은 의사 A가 두 의료기관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였다는 점에 초점을 두어, "의료법상 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료법인 또는 비영리법인을 설립하고, 실제로는 자신의 개인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면서 형식적으로만 의료법인 또는 비영리법인의 의료사업으로 가장"하였다고 하면서 의료기관을 중복 개설하고 운영하였다고 보았다.
한 명의 의사가 의료법인이 운영하는 의료기관의 대표직을 맡아 의료행위를 하면서 동시에 다른 병원의 운영에 관여하는 것이므로 언뜻 보면 한 명이 두 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의료법이 의료법인과 의료인 개인을 다르게 규율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의료법인 제도는 의료 취약지역에 민간 의료기관의 건립을 유도하여 의료기관의 지역적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서 복수의 의료기관을 운영할 것을 예정하고 있다. 즉, 의료법인은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 제한의 대상이 아니다. 대신 의료법인은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국가의 관리나 내부적 통제 등을 통하여 의료법인이 그 배후의 개인을 위한 영리추구 수단이 되지 않도록 견제하는 장치를 두고 있다. 의료법인은 재단법인으로서 그 설립부터 운영, 해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규제를 받는다. 그 예로 설립 시 재정적 기초 확보 의무, 기본재산의 임의 처분 금지, 허용된 부대사업 외 영리행위 금지 등이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설립허가 취소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의료법인 제도의 목적과 견제장치를 근거로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이사 등의 지위에서 의료법인 명의로 개설된 다른 의료기관의 경영사항에 관하여 의사결정 권한을 보유하면서 관련 업무를 처리하거나 처리하도록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중복 개설·운영 금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하면서 원심을 파기하였다(대법원 2020도949 판결).
나아가 의료인 개인이 의료법인 명의의 의료기관을 포함해 둘 이상의 의료기관 운영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였다는 이유로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ㆍ운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경우나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여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 등과 같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하였다는 사정이 추가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대법원 판결은 의료법인의 존재 이유와 공공성을 강조하며 의료법인의 의료기관 운영과 소속 의료인의 행위를 동일시하는 접근에 신중해야 함을 시사한다.
황은정 법무법인 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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