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보증확대' 대책에도 … 올해 실적 1곳뿐

김유신 기자(trust@mk.co.kr) 2023. 4. 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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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發 자금경색 이후
PF보증 신설했지만 실적 미미
정부가 보증 서준다고 해도
미분양 등 경기침체 우려에
금융사들은 PF 대출 꺼려
부동산 PF 대책 이후 서울에서 유일하게 PF 대출에 성공한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신규 보증상품 발급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실행한 PF 대출을 상환하는 용도의 PF보증 실적은 1건에 불과하고, 미분양대출보증은 발급 실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가 보증상품을 내놓았지만 금융회사들이 여전히 부동산 PF 사업에 투자하기를 꺼려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존에 실행 중인 PF 대출을 상환하는 용도로 HUG에서 PF 보증을 받은 사업장은 단 두 곳이다. HUG 보증을 이용한 사업장 한 곳은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이다. 하지만 이 사업장은 HUG의 기존 상품인 '정비사업대출보증'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신설 상품을 이용한 사업장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전주에서 아파트를 짓는 한 사업장이 HUG 보증을 통해 1200억원을 조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시장을 강타한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지난해 말부터 자금을 구하지 못하는 부동산 PF 사업장이 늘어났다. 자금 조달이 막혀버리다시피 하자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PF에 대출하기를 꺼리며 우량 사업장으로 평가되는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까지 차환발행에 애를 먹은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올해 말까지 공급할 PF 보증 규모를 확대하고 미분양 PF 보증을 신설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HUG가 PF 사업장에 대해 보증을 서면 PF 대출 리스크가 낮아져 자금 경색이 해소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후 자금시장은 안정을 찾았지만 부동산 업계는 여전히 자금 조달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유는 HUG 보증 발급을 위해서는 대출을 실행할 금융회사를 찾아 대출의향서를 받아야 하는데, 금융사 문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보증을 확대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체감하지 못하는 사업자가 많다"며 "HUG에서 보증을 해준다고 해도 은행들이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를 우려해 PF 대출을 거절하는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개발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신용도가 우량한 건설사에 대해서도 PF 대출 선순위 금리를 13% 가까이 요구한다"면서 "이는 사실상 부동산 PF를 취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금융회사들이 대출에 소극적인 이유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분양 주택 수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5438가구로 지난해 말(6만8148가구) 대비 7290가구 늘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도 8554가구로 작년 말 대비 1000가구가량 증가했다. HUG 관계자는 "PF 보증과 관련해 문의는 많이 오지만 사업장들이 대출기관 섭외에 어려움을 겪으며 실제 보증 발급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증 발급 과정에서 대출에 대한 심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대출의향서 없이는 심사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학용 의원은 "정부 지원책이 실제 현장에 닿을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분양시장의 한파가 이어지며 HUG가 분양보증을 선 사업장 중 리스크가 높은 사업장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HUG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HUG의 전체 주택분양보증 중 5등급(BBB+)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21%로 2021년 말(9.6%) 대비 11.4%포인트 상승했다.

HUG는 분양보증 대상 사업장의 리스크를 심사해 총 15개 등급으로 구분해 관리한다. 5등급 이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진 이유는 미분양 주택 등이 늘어나며 HUG가 보증을 서는 사업장의 리스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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