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에 '계란' 던졌던 6년 후...결과+경기력까지 내준 '망신'으로 돌아왔다

박윤서 2024. 4. 2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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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박윤서 기자= 대한민국 축구 팬에 의해 계란까지 맞았던 신태용(53) 감독이 한국을 무너뜨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가 2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 컵 8강전에서 황선홍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을 제압하고 4강에 올랐다.


문제는 결과뿐만 아니라 경기력까지 내준 '망신'에 가까운 패배라는 점에 있다. 언뜻 보기엔 2-2 동점으로 인한 120분 연장 혈투,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던 경기 내용 등 팽팽한 경기를 펼친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달랐다.


시종일관 경기를 지배한 쪽은 인도네시아였다. 인도네시아는 점유율 53%, 슈팅 21개, 유효 슈팅 5개를 기록하며 신태용 감독의 의도대로 공격적이고 주도적인 운영을 펼쳤다.


반면 한국은 점유율 47%, 슈팅 8개, 유효 슈팅 2개에 그치며 인도네시아가 원하는 흐름으로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경기 전 한국이 U-23 연령별 대표팀 간 맞대결에서 5전 전승을 거두고 있었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한국(23위)이 인도네시아(134위)에 100계단 이상 앞서 있어 충격은 매우 컸다.



이번 패배로 한국 축구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이번 대회 최소 4강에 들어야 파리 올림픽 티켓을 따낼 수 있었으나 8강에 머물며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기록이 깨졌고 세계 최초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란 대업 달성도 무산됐다. 그간 한국 축구가 숱한 위기에도 이어오던 자존심이 '복병' 인도네시아에 의해 처참하게 짓 밟힌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당연히 축제 분위기다. 인도네시아 매체 '오케볼라'는 "한국의 10회 연속 본선 진출에 도전, 40년간 이어져 온 전통을 인도네시아가 깨고 집으로 돌려보냈다"며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에 남을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팬들의 반응도 역대급이다. 경기장을 찾은 인도네시아 팬들은 '신따이용(신태용)'을 외치며 환호했고 새벽 내내 거리로 나와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만일 신태용 감독이 오는 29일 8강 사우디아라비아-우즈베키스탄 승자와의 대결에서도 승리를 거둘 경우 인도네시아는 1956년 멜버른 올림픽 이후 68년 만의 본선 진출에 다가서게 된다.

흡사 2002년 한국의 분위기를 연상케 하는 인도네시아와 달리 한국의 분위기는 심각하다. 특히 한국에서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쳤음에도 한 번도 안정적인 임기를 보장받지 못해 인도네시아로 떠나야 했던 신태용 감독 이야기가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한국에서 지난 2015년~2016년 U-23 대표팀을 맡았고 2016년~2017년엔 U-20 대표팀을 지휘했으며 2018년엔 A대표팀 감독까지 맡았다. 짧지 않은 지도자 생활을 했지만, 신태용 감독은 주로 '소방수'로 불리는 임시 감독으로 부임해 한정된 기회만을 제공받았다.


특히 지난 2018년엔 올리 슈틸리케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러 명의 후보가 거론되었으나 러시아 월드컵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신태용 감독은 달랐다. 축구 협회의 무리한 1년에도 한국을 위해 흔쾌히 감독직을 수락했다.


신태용 감독은 당시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힘든 시기에 믿고 맡겨 주셔서 감사하다. 한국이 9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게 한 몸 바치겠다"며 "계약 기간 여부보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월드컵에 나가게 되면 더 좋은 계약 기간이 따라올 것이다"고 덧붙였다.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진수, 김민재, 이근호, 권창훈 등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불운'에도 월드컵 9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하며 자신이 내뱉은 약속을 지켰다.


또한 대회 시작 후 박주호, 기성용이 부상을 입는 악조건 속에서 당시 세계 랭킹 1위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잡는 쾌거를 이룩했다. 짧은 기간 주목할 만한 성과임에도 신태용 감독에게 돌아온 것은 정식 감독직이 아닌 계란이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귀국길에 오른 신태용 감독과 대표팀은 인천 공항에서 열린 해단식 자리에 참석했다. 이에 일부 팬들은 신태용 감독과 선수단에게 계란을 던지며 항의했고 거친 욕설도 내뱉었다.


명백히 해서는 안될 행동이었으며 준비 기간이 1년이 채 되지 않았던 신태용 감독의 임기를 고려하면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추태였다.

이날 경기가 종료되자 인도네시아 축구 팬들도 이를 지적했다. 대한 축구협회 소셜 미디어(SNS)채널을 통해 "이번엔 계란 안 던지나", "너희는 힘들게 싸운 신태용 감독에 계란을 던졌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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