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생리대' 이야기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면 대체제 '셀루코튼' 적용
한국엔 1971년 출시…발달장애 배려 제품도 개발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여성은 평생 약 400번 정도의 월경을 한다고 합니다. 이르면 10대 초기부터 시작해 폐경이 되기까지 월경을 경험하는데요. 여성 한 명이 생애동안 사용하는 생리대는 약 1만1000여 개로 추정됩니다. 그만큼 여성의 삶에서 생리대란 익숙하고 중요한 물건이기도 합니다. 시대를 거쳐오면서 생리대도 다양한 종류로 개발돼 왔는데요.
이번 [생활의 발견]에서는 인류는 생리대 등 여성용품을 언제부터 사용했는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현재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고대에는 어떻게
생리대의 기원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에서는 천이나 동물 가죽, 심지어 풀과 같은 자연 재료를 사용해 생리혈을 흡수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천이나 인류 최초의 종이인 파피루스를 돌돌 말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중세 유럽에도 주로 천, 양모, 가죽 등과 같은 자연 재료를 이용해 임시로 만든 패드를 사용하거나, 옷에 천을 대고 생리를 처리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생리에 대한 인식이 현대와는 달랐고, 위생적인 측면에서도 지금과 비교하면 많이 제한적이었습니다.
생리대의 개념이 확립된 것은 19세기 이후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4년간 이어진 전쟁 탓에 물자가 부족했습니다. 늘어난 부상자에 비해 붕대 등 의료용품 보급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이었죠. 이때 한 회사가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기존에 붕대를 면으로 만들었다면 그 대신 '셀루코튼'으로 붕대, 방독면 필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셀루코튼은 천연 면보다 흡수력이 높은데다 가격도 더 저렴했습니다. 셀루코튼을 활용하기 시작한 회사는 킴벌리클라크앤드컴퍼니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한킴벌리는 1970년 킴벌리클라크와 유한양행이 합작해 설립한 회사입니다.
다시 제1차 세계대전 얘기로 돌아가면, 당시 야전병원 간호사들은 셀루코튼 붕대를 생리대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의 면 생리대의 대체제로 활용한 겁니다. 여기에서 영감을 얻은 킴벌리클라크는 전쟁이 끝난 후 세계 최초의 상업적인 일회용 생리대 '코텍스'를 출시했습니다. 코텍스는 끈으로 묶는 방식이었습니다.
1970년대엔 존슨앤존슨 사가 최초로 상업적 생리대인 '스테이프리'를 출시했습니다. 접착식 생리대의 등장으로 여성들은 더 편리하고 안정적으로 생리대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접착식 생리대의 도입은 생리용품 시장에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이후 대부분의 일회용 생리대가 접착식으로 제작되기 시작했고, 이는 현재까지 이어져 생리대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여성들은 생리 기간 동안의 편의성과 자유로움이 개선됐습니다. 여성들의 일상 생활과 사회 활동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겁니다.
한국 생리대의 발전
그렇다면 국내에는 언제 생리대가 보급됐을까요? 국내 최초의 생리대는 1971년 유한킴벌리가 선보였습니다. 이후 1980년대에는 한국 여성용품 시장이 개방되면서 글로벌 제품들이 유입됐습니다. 그러던 중 유한킴벌리가 한국 여성 전용 제품을 새롭게 고안했습니다. 1995년 '화이트', 1999년 '좋은느낌' 등이 출시돼 국내 여성용품 시장을 이끌었습니다.
점차 한국산 생리대는 섬세한 한국 여성의 니즈에 맞추다보니 품질도 올라가고 눈부신 발전을 거듭합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유학생들이 일반 생활용품은 현지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생리대만큼은 꼭 우리나라에서 애용하던 제품을 쓸 정도로 세계적인 제품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국내 생리대 시장에서 현재 친자연, 친환경, 유기농, 내추럴 등 여러 가지 용어로 표현되는 친자연 생리대 시장의 대부분은 '유기농 순면커버' 제품입니다. 전체 패드 시장 기준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생리대 종류도 여성이 월경에 따른 불편함을 덜 수 있도록 다양한 디자인과 기능을 가진 제품들이 등장했습니다. 기존의 패드나 라이너 대신 360도 맞춤형 입체 구조로 양이 많고 뒤척임이 심해도 샐 걱정 없이 숙면을 돕는 제품도 등장했고요. 피부와 직접 닿는 겉면에 화학적 공정을 거치지 않은 순면을 적용한 무표백 생리대와 무더운 계절에도 땀이 덜 차 쾌적하게 착용 가능하면서도 강한 흡수력을 보유한 제품, 입는 팬티형 제품 등이 시판되고 있습니다.
보편적 월경권 보장
이제는 보편적인 월경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품도 출시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신체적 여건이나 상황에 따라 여성용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움직임입니다.
일례로 유한킴벌리는 2020년 생리대 패드 부착 위치와 방법이 그림으로 구현된 '좋은느낌 처음위생팬티'(당시 처음생리팬티)를 개발, 출시했습니다. 발달장애 여성은 물론, 아직 생리대 부착이 낯선 초경을 경험하는 아이들이 초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형태를 고안해낸 겁니다.
이 제품은 지난 2018년 어느 특수학교 보건 교사가 유한킴벌리에 메일 한 통을 보내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이 교사는 메일을 통해 발달장애 여성들이 생리대 부착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유한킴벌리에 알렸고 유한킴벌리는 이에 착안, 수차례의 테스트 끝에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시각장애인 소비자의 여성용품 정보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패키지에 점자가 새겨진 좋은느낌, 화이트 탐폰과 좋은느낌 라네이처 생리대 제품도 출시됐습니다. 이 제품에 적용된 점자에는 브랜드, 제품명, 사이즈, 입수 등의 정보이 적혀있습니다. 시각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의 정보를 얻기 원한다는 조사 결과를 반영한 제품입니다.
이렇게 오랜 기간 다양한 모습으로 편리함을 더했지만, 생리대 폐기물 문제는 여전히 해결과제이기도 합니다. 일회용 위생용품의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매년 수십억 개의 제품이 폐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일회용 위생용품은 플라스틱, 합성 섬유 등으로 만들어져 자연 분해되는 데 수십년이 걸립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재사용 가능한 생리컵, 천 생리대와 같은 대체 제품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하지만 관리가 번거로워 선호하는 이들이 많지는 않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유한킴벌리 등이 자연 생분해 소재의 생리대를 개발했지만, 아직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해 대중화하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자, 어떠셨나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고 있는 생리대 속에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지 않나요? '모든 여성의 월경은 건강한 경험이어야 한다'라는 어느 회사의 문구처럼 여성 위생용품의 무한한 발전을 기대해봅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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