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지 위 차례로 쌓인 3채의 건물, 프렌치 모던 스타일의 하천리 호텔과 주택

Special Theme : 경사지에 집을 짓는 네 가지 방법
험난한 토목 공사, 어려운 설계, 복잡한 시공이 필요하다지만 경사지는 한편, 건축가에게는 자연이 주는 모티브가 된다. 땅을 덜고, 파고, 덮으며, 때론 위에 얹은 네 사례와 건축가의 조언을 담아본다.

경사지 주택 ② : 하천리 주택_언덕 위에 쌓은 모던 클래식

멀리 펼쳐지는 산줄기를 바라보는 땅에 건축주는 고전적이면서 현대적인 감각의 호텔 겸 집을 꿈꿨다. 땅에 순응하며 현명하게 지은 집에 건축주는 일상과 취향을 채워 집을 완성한다.

주택과 호텔의 입면은 서로 닮은 듯 다른 비례와 스케일의 창호들과 아치, 볼트의 개구부가 집합적인 형태(collective form)로 공존하며 리듬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SECTION


언덕 위 벽돌집에는
앤틱가구와 비스크돌,
비숑프리제가 손님을 맞는다

사업을 하던 건축주 부부는 도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모친께서 살고 계신 하천리 본가 위 언덕에 가족들과 함께 여생을 보낼 이층집과 작은 호텔을 짓고자 했다. 대지는 급경사 언덕에 잡목과 풀들이 가득했지만, 천천히 완만해지는 구릉 위에서는 청우산과 멀리 희미한 호명산 자락들이 고요한 수묵화 같은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침실과 연결된 로지아에서는 유럽 어딘가에 온 듯한 프레임에 풍경을 담아 느긋하게 조망할 수 있다.
조적식 건축에서 시대를 초월해 보편적으로 쓰여 온 아치, 길이 쌓기된 벽돌벽을 안정적으로 눌러주는 인방과 같은 세워쌓기 벽돌, 시선을 부드럽게 분산시키며 집이 견고하게 서 있는 느낌을 주는 원기둥 등은 고전성과 현대성에 대한 건축 언어적인 표현이다.

건축주는 ‘프렌치 모던(French Modern)’이라는 단어로 미적 선호를 표현했다. 여기에 하천리라는 지역적 맥락과 보편성을 더해 내외부에서 고전성(classic)과 현대성(modern)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건축적 언어와 재료, 디자인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주택과 호텔이 프라이버시를 위해 서로 분리되면서도 관리를 위해 연계되고, 각 객실도 상황에 따라 독립과 공유를 유연하게 오가야 했다. 주택과 호텔의 시선은 서로 겹치지 않으면서도 수려한 자연경관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게 개방하고자 했다. 이에 호텔동들이 경사를 따라 순차적으로 쌓인 후 마지막에 얹어지는 주택 역시 두 레벨에서 대지와 만나며 지형에 순응하는 모습으로 계획되었다. 호텔의 객실 건물들은 서로 엇갈리게 쌓이고 창들은 서로 다른 풍경을 바라보게 디자인되었다.

전실 위로는 빛 굴뚝이 나 있어 낮의 햇빛과 밤의 별빛이 이곳을 통해 들어온다. 전실 위에 자리한 타원형의 개구부는 그 자체로 조형적인 포인트가 되면서 채광을 통한 조명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거실은 중정과 마당으로 열고 천장을 오픈해 넉넉한 볼륨감을 가지면서도 주방과 명확히 분리해줘 쾌적함을 더했다.

PLAN


설계 초기부터 경사지로 인한 공사비 증액 가능성은 건축주와 건축가 모두에게 큰 심리적 부담이었다. 대지의 낮은 레벨에서부터 아래 건물동의 기초와 구조벽체를 타설하고 그다음 윗동 레벨의 토압을 버티는 방식으로 네 개 동을 순차적으로 시공했다. 공사 기간은 다소 늘었지만 인위적인 옹벽을 최소화하여 자연 지형에 순응, 과도한 흙막이 공사를 피할 수 있어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여기에 지하에 묻히게 되는 구조체에 자갈 배수층을 면밀히 계획하고 방수를 고려해 콘크리트 타설, 거푸집 해체, 단열재 공사가 이루어졌다.

안방은 세 방향으로 난 창을 통해 안마당을 포함한 바깥 풍경을 조망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위, 아래) 계단실을 비롯해 욕실이나 로지아 등 보조공간은 남는 공간을 배분하는 것이 아닌, 해당 공간만의 고유한 구조와 형태, 빛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준공 후 집은 부부의 취향이 담긴 앤틱 가구와 비스크돌, 비숑프리제 강아지의 사랑스러움으로 채워졌다. 설계의뢰서의 요구사항을 절반 정도밖에 실현하지 못한 것 같아 늘 아쉬웠는데, 입주 후 손님으로 처음 방문했을 때 나머지 절반은 건축주 가족들의 삶이 채워주고 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들었다.

(위, 아래) 1층에 위치한 주방은 블랙&화이트의 강렬한 대비를 바탕으로 군더더기 없이 단정하게 정리했다.

ARCHITECT’S SAY
경사지에 집을 짓기 전 고려해야 할 세 가지
첫째, 땅이 건물을 지지할 수 있는 지내력이 충분한지 혹은 경질 암반층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지반조사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지만, 토지 소유 전이나 지반조사가 어려울 때는 인근의 건축사례라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둘째, 이웃 민원 가능성과 인근 대지 소유주 협조를 구할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 경사지의 경우 각종 공정에서 장비 작업 반경을 확보하거나 자재를 반입하는 과정에서 대지경계선 주변의 사도로나 대지를 임시로 활용해야 하는 경우들이 평지 공사보다 더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각종 설비 배관들이 섬세하게 계획되어야 한다. 기존 우·오수 관로로의 연결이 어렵거나 건축계획에 따라 자연 배수를 신중하게 계획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정화조 설치 시 사람들이 통행하지 않는 곳에 통기관을 설치하되 역류를 방지하기 위해 정화조보다 위에, 그리고 경사지의 높은 곳에 설치해야 한다.

2층 레벨에서 본 주택. 지형에 순응해 얹어진 덕분에 각 공간은 서로 시선이 겹치지 않는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경기도 가평군
대지면적 : 834㎡(252.28평)
건물규모 : 지상 2층, 지하1층
거주인원 : 부부, 비숑프리제 강아지 2
건축면적 : 158.73㎡(48.01평)
연면적 : 347.8㎡(105.20평)
건폐율 : 19.03%
용적률 : 28.8%
주차대수 : 2대
최고높이 : 7.54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
단열재 : LX하우시스 고성능단열재 95mm, 비드법단열재 190mm
외부마감재 : 외벽 - 백고벽돌, 사비석
내부마감재 : 벽 - 벤자민무어 친환경 도장 / 바닥 - 유로세라믹 수입타일 천장 - 벤자민무어 친환경 도장
욕실 및 주방 타일 : 키앤호, 대제타일, 윤현상재 수입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 : 콜러
주방 가구 : 우림앤뮤즈
조명 : 알토조명, 린노
계단재, 난간 : 계단 - 토탈마블 크리모벨로, 난간 - 평철난간
현관문 : 제작도어
중문 : 제작도어
방문 : 제작도어
붙박이장 : 우림앤뮤즈
데크재: 사비석 30mm
설계 : 텍토닉스랩건축사사무소(김수경) + 이화여자대학교(김현대)

건축가 김수경 : 텍토닉스랩 건축사사무소 건축가 김현대 : 이화여자대학교
김현대(오른쪽)와 김수경(왼쪽)은 2016년에 텍토닉스랩(Tectonics Lab)을 설립해 건축, 도시, 조경, 제품디자인 등 업역을 넘나드는 형태적 상관성에 관심을 갖고 연구와 실무를 이어오고 있다. 2018년 국제건축전시 Architecture Week Prague 초청작가로 선정, International Architecture Awards 2018, IF Design Award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2022, 경기도건축문화상 2022, KOSID Golden Scale Best Design Awards 2022를 수상하였다.
010-8637-5510 | www.tectonicslab.com

구성_ 신기영 |  글_ 김수경 |  사진_ 황효철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3년 3월호 / Vol.289  www.uuj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