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스트-미시간 대학 공동 연구팀, 우울증 예측 기술 개발
- 스마트 워치로 수집한 생체 데이터 필터링·분석하는 기술
카이스트 연구팀과 미국 미시간 대학 연구팀이 공동으로 ‘스마트 워치’를 활용해 우울증 관련 증상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스마트 워치로 수집할 수 있는 활동량 데이터 및 심박수 데이터 등을 분석해 증상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약 10억 명. 전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정신질환을 앓는 인구 수다. 2023년 기준으로 집계된 세계 인구는 약 80억 명 수준이니, 대략 7~8명 중 1명이 어떤 형태로든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2023년 기준 우울증 환자 약 104만 명, 불안장애 환자 약 88만 명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정신 및 행동장애’로 집계한 수는 약 410만 명이다. 강박증이나 조현병, PTSD와 같은 다양한 질환을 합하면 우리나라 역시 간과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생체리듬 측정’의 어려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정신질환 치료에서는 뇌 시상하부가 조절하는 생체시계(circadian clock), 즉 ‘생체리듬’과 와 수면 주기(sleep stage)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뇌 시상하부는 충동성, 감정적 반응, 의사 결정 및 전반적인 기분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생체리듬이라는 용어는 그리 낯설지 않다. 흔히 바이오리듬(biorhythm),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이라 하기도 한다. 생물체의 생리적, 신경적, 호르몬적 과정이 특정 주기(보통 24시간)에 맞춰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념 자체는 익숙하지만, 실제로 생체리듬을 명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꽤 까다로운 절차를 필요로 한다. 정석대로 한다면 하룻밤 동안 30분 간격으로 혈액 샘플을 채취해 ‘멜라토닌(melatonin)’ 호르몬의 농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측정해야 한다. 멜라토닌이 수면-각성 주기를 조절하는 주요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수면의 질과 구조를 측정하기 위해 ‘수면다원검사(PSG)’를 실시하면 좋다. 이를 통해 각 수면 단계에 관한 상세 정보를 파악할 수 있고, 수면 장애가 있는 여부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방법은 비교적 높은 정확성이 보장되지만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시간적인 문제도 그렇지만, 비용 부분도 최대 100만 원에 이르는 등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간접 데이터 정확성 높이는 필터링 기술
카이스트-미시간 대학 공동연구팀은 이런 한계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주목했다. 이미 가능성이 있는 도구는 널리 보급돼 있다. 바로 스마트 워치를 비롯한 웨어러블 기기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기기이며, 생체리듬 파악을 위한 검사 비용에 비하면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무엇보다 웨어러블 기기는 항시 착용하고 다니는 경우가 많으므로, 공간 제약 없이 실시간으로 심박수, 체온, 활동량 등 다양한 생체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간접적인 정보’만을 제공하는 데 그치고 있으며, 특성상 데이터의 정확성을 100% 신뢰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공동연구팀은 스마트 워치를 사용해 수집한 데이터로부터 생체리듬을 정확히 추정할 수 있는 ‘필터링(Filtering)’ 기술을 개발했다. 웨어러블 기기로 수집한 생체 데이터에서 노이즈를 제거하고, 유용한 정보만을 추출하는 기술이다.
이는 뇌 속 일주기 리듬을 정밀하게 묘사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구현한 것이다. 이를 활용해 일주기 리듬을 시뮬레이션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체리듬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우울 증상 여부 상시 모니터링 가능
한편, 공동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해 우울증 관련 증상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약 800명의 교대 근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내일의 기분’과 우울증과 관련된 6가지 증상을 예측해낼 수 있었다. 여기에는 수면 문제, 식욕 변화, 집중력 저하, 자살 생각 등이 포함된다.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김대욱 교수는 “그동안 웨어러블 생체 데이터는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라며 “수학을 활용해 이 데이터를 실제 질병 관리에 적용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 매우 뜻깊다”라고 전했다.
한편,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연속적이고 비침습적인 정신건강 모니터링 기술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를 통해 우울 증상을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경우 객관적인 근거가 돼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정신건강 관리 및 치료에 나설 수 있게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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