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 안의 큰 세상", 자동차 이색 스티어링휠

운전자는 스티어링휠로 자동차와 소통한다. 직접 보고 만지기 때문에 운전 경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보다 특별한 기분을 원한다면 주목하기 바란다. 스티어링휠이 이색적인 차를 모았다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

페라리는 언제나 스티어링휠에 진심이다. 그들은 ‘시선은 앞 도로에, 손은 스티어링휠 위에’라는 기본 원칙을 지키기 위해 열심이다. SF90 스트라달레 스티어링휠이 좋은 예다. 시동 버튼을 시작으로 주행에 필요한 기능을 한데 모았다. 3시, 9시 방향에는 통화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조작을 위한 버튼이 있고, 그 아래에는 하이브리드 모드 변경 버튼과 마네티노 다이얼이 자리잡았다. 전조등과 방향지시등, 와이퍼 조작까지 모두 동그란 원 안에서 해결한다.

포르쉐 911 GT3 RS

트랙 주행에 초점을 맞춘 911답다. 마치 경주차 스티어링휠처럼 각종 주행 관련 버튼으로 가득하다. 먼저 포르쉐 엠블럼을 중심으로 늘어선 동그란 버튼 4개가 눈에 들어온다. 포르쉐는 지구를 둘러싼 위성을 닮았다고 하여 ‘새틀라이트’라는 별명을 붙였다. 각각의 버튼으로 주행 모드, 차체자세제어장치, 토크벡터링 시스템, 서스펜션 설정을 바꿀 수 있다. 스티어링휠 9시 방향에는 DRS 버튼이 있다. 리어윙 각도를 바꿔 공기 저항을 줄일 때 사용한다. 효과는 F1 경주차와 같다. 더 빠른 직진 가속을 기대할 수 있다. 참고로 리어윙은 제동 시 날개를 들어 올려 에어브레이킹 효과를 내기도 한다. 포르쉐에 따르면 시속 200km로 달리다가 멈출 때 제동 거리가 2.5m 더 짧다고.

테슬라 모델 S

전투기 조종사가 꿈이었는데 이루지 못했다면 주목! 모델 S와 함께라면 조종간을 잡은 기분이라도 낼 수 있다. 운전이 썩 편하진 않다. 특히 주차할 때 어색한 기분을 지우기 힘들다. 아무래도 인간이 더 이상 운전할 필요가 없는 날을 위해 만든 듯하다. 조종간을 닮았지만 위로 들어 올린다 해도 모델 S가 수직 상승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네오스 그레나디어

오프로더와 함께 자유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도시인이 오프로더 구매를 꿈꾸는 이유다. 소소한 불편쯤은 낭만과 감성이라는 이름으로 이겨낸다. 이네오스는 촉촉한 감성을 겨냥해 스티어링휠에 특별한 가죽 옵션을 마련했다. 말 안장 가죽 패키지다. 말 안장을 재활용했다는 뜻이 아니다. 가죽 공정 방식이 같다. 핵심은 아닐린 염료에 있다. 고풍스러운 가구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터다. 아닐린 가죽은 따로 코팅하거나 염색 과정을 거치지 않아 천연 그대로의 가죽을 경험할 수 있다. 기름이나 수분을 흡수하는 등 가죽이 스스로 호흡해 시간이 지나며 더 깊은 멋을 뽐낸다. 나의 손때를 머금고 멋이 무르익는 가죽이라니. 크… 낭만에 취한다.

미니 쿠퍼

2스포크 스티어링휠은 미니가 1959년 역사를 시작할 때부터 고집한 전통 중 하나다. BMW가 인수한 뒤에도 헤리티지를 고려해 2스포크 스티어링휠을 꽂았다. 그런데 2세대 고성능 모델인 쿠퍼 S에 스포크 하나를 더하더니 3세대는 기본 모델까지 3스포크 스티어링휠을 쓰기 시작했다. 전통을 뒤로 한 줄로만 알았건만, 4세대는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잠깐, 3스포크 스티어링휠 아니냐고? 정확히 말하면 2개다. 하나는 직물로 만든 벨트다. 전통과 멋을 모두 놓치지 않은 미니의 센스에 박수를 보낸다.

메르세데스-AMG S 63 E-퍼포먼스

최고출력 802마력의 괴물 S-클래스를 구매하면 스티어링휠에 동그란 디스플레이 2개를 손에 넣을 수 있다. 확실히 평범한 버튼과 달리 눈이 즐겁다. 디스플레이를 집어넣은 버튼은 보는 즐거움 외에도 장점이 하나 더 있다. 버튼 하나로 다양한 전자 장비를 주무를 수 있다. 가령 오른쪽 화면은 현재 주행 모드를 띄운다. 주행 모드는 다이얼을 돌려 변경할 수 있다. 화면을 누르면 회생제동 세기를 바꾸는 창으로 모습을 바꾼다. 스티어링휠 왼쪽 버튼은 한 번에 최대 2개의 전자 장비 아이콘을 띄우는데, 화면을 눌러 어떤 장비를 조작할지 선택 가능하다.

가령 서스펜션 댐핑압을 바꾸고 싶다면 동그란 버튼 위쪽을 눌러 서스펜션 아이콘으로 바꾼 뒤 화면 왼쪽에 따로 마련한 물리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 외에 트랙션 컨트롤, 가변 배기 플랩, 오토 스탑앤고 등을 켜고 끌 수 있다. 조작법이 다소 낯설다. 처음 타는 사람은 설명을 듣지 않고는 사용이 어려울 수 있다. 심지어 버튼인지 모를 수도 있다. 실제로 시승차를 탄 지인은 이를 보고 멋으로 달아두었냐고 물었다. 설명해도 입만 아플 것 같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KGM 액티언

멋있긴 한데… 전부 어디서 본 듯하다. 림 위아래가 평평한 스티어링휠은 페라리, 가죽 컬러는 애스턴마틴을 닮았다. 동그란 버튼을 2개 달았는데, 하나는 오토홀드, 다른 하나는 즐겨찾기 설정 버튼이다. 주행 모드 변경을 즐겨찾기로 지정하면 버튼을 눌러 성격 변화를 꾀할 수 있다. 아, 체감상 변화는 크지 않다.

부가티 뚜르비옹

예술품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랴. 지금 바로 영상으로 만나보자.

이현성 사진 각 제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