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난제 해결할 혁신소재 개발 길 열었다...‘MOF의 아버지들’ 노벨화학상 수상

최원석 기자(choi.wonseok@mk.co.kr) 2025. 10. 8.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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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화학상에 MOF 합성한 3명
금속 이온과 유기물질 연결된 신소재
탄소 포집 등 활용 분야 무궁무진
일본은 생리의학상 이어 노벨상 2관왕
2025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공학연구과 교수, 리처드 롭슨 멜버른대 화학과 교수, 오마르 야기 UC버클리 화학과 교수. [사진=노벨위원회]
올해 노벨 화학상은 신소재 합성에 새로운 지평을 연 연구자 3명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최초로 합성해 수많은 새로운 소재를 개발할 길을 열었다. 현재 수만 종이 개발된 MOF는 가스 저장, 탄소 포집, 환경 정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2025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기타가와 스스무 교토대 공학연구과 교수, 리처드 롭슨 멜버른대 화학과 교수, 오마르 야기 UC버클리 화학과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일본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에 이어 노벨 화학상까지 받게 됐다. 일본의 기초과학 저력을 다시금 입증했다는 평가다.

노벨 위원회는 “화학상 수상자들은 새로운 유형의 분자 구조를 개발했다”며 “덕분에 화학자들이 수만 가지의 다양한 MOF를 설계해 새로운 경이로움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MOF는 자연 상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 물질이다. 금속 이온들을 탄소로 만들어진 유기 물질(유기 리간드)들로 이어붙여 실험실에서 합성한다.

MOF를 만드는 건 구슬과 나무막대를 이어 새로운 구조물을 만드는 것과 같다. 나무막대로 만들어진 골격에 구슬을 다양하게 배치할 수 있는 것처럼, 금속-유기 골격체가 만들어지는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하다.

이 물질의 특징은 질량 대비 표면적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주상훈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금속-유기 골격체는 미세한 구멍(빈 공간)이 많아서 물질 1g이 1000제곱미터 이상의 표면적을 갖는다”며 “1g 안에 축구장 전체가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표면적이 넓어 많은 물질들을 흡착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메탄, 수소 등 기체는 물론, 액체까지도 흡착 가능하다. 이를 활용한 기술도 무궁무진하다. 수요가 많은 탄소 포집 기술에도 활용되어 최근 캐나다에서는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물 부족 국가에 물을 공급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상업화 단계까지 발전한 MOF의 활용도는 이미 일상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LG전자는 일부 공기청정기에 이 물질을 활용한 필터를 도입했다. 기존 공기청정기보다 냄새나 가스를 제거하는 기능이 훨씬 뛰어나다.

박사후연구원으로 야기 교수와 함께 연구했던 최경민 숙명여대 화공생명공학부 교수는 “MOF는 분자로 만든 아파트에 비유할 수 있다”고 했다. 건물을 지을 때 H빔과 그걸 연결하는 조인트가 있는 것처럼, 유기 리간드와 금속 이온을 조합해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인 가구가 살 집이냐, 4인 가구가 살 곳이냐에 따라 아파트 평수나 내부구조, 인테리어가 달라지듯, MOF가 어떤 물질을 흡착할 지에 따라 구조와 구성이 달라진다.

수상자 3명은 모두 따로 연구했으나, MOF를 최초로 합성하고 각종 난제를 풀어내는 과정에 차례대로 기여했다. 롭슨 교수는 1989년 구리 양이온을 중심으로 주변에 빈 공간이 많은 MOF를 최초로 만들었다. 다만 당시에는 화학결합이 안정적이지 않았고, 진공 상태에서 MOF 내부의 빈 공간이 유지되지 않았다. 때문에 2000년까지만 해도 MOF 연구는 점차 쇠퇴하고 있었다.

이를 반전시킨 게 기타가와 교수와 야기 교수다. 기타가와 교수는 MOF 구조 안으로 기체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으며, MOF를 유연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야기 교수는 튼튼하고 안정적인 MOF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 둘은 MOF 같은 고체화합물 합성 분야에 규칙을 정립해 다른 연구자들이 적극 뛰어들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여러 단계를 거쳐 합성해야 하는 유기화합물과 달리 고체화합물은 한 번만에 합성이 가능하다. 때문에 연구자들은 고체화합물을 의도대로 만들기도 어렵고, 심지어 어떤 구조로 합성될지도 예측하기 어렵다.

김자헌 숭실대 화학과 교수는 “기타가와 교수와 야기 교수는 원하는 고체화합물을 합성하기 위해서 어떤 구조와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지를 정리해 규칙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번 수상자들 역시 학계에서는 수상에 이견이 없는 인물들이다. 김 교수는 “언젠가는 받을 거라고 예상했다. MOF의 응용이 많아지면 당연히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노벨위원회가 이제는 상용화 가능성이 충분히 크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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