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관리의 시대에 들어서다

카라바흐와의 유로파리그 경기 도중 쓰러진 손흥민.

"손흥민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거의 준비가 되어있어요. 우리의 관점에서 이번 주말 경기에 맞출 예정입니다. 주말까지는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어요."

영국 현지 시각 29일 런던 토트넘 홋스퍼 트레이닝센터.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기자회견에 나섰다. 다음 날 열리는 맨시티와의 2024~2025시즌 카라바오컵 16강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이었다. 손흥민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의 몸상태에 대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답은 '휴식'이었다. 달리 말하면 '관리'라고 할 수 있다.

사진캡쳐=트랜스퍼마르크트
#잦아진 부상 빈도

올 시즌 들어 손흥민의 부상이 늘어났다. 손흥민은 2010~2011시즌 프로 데뷔했다. 지난 시즌인 2023~2024시즌까지 14번의 시즌동안 13번 다쳤다. 총 378일을 쉬었다. 60경기에 결장했다. 한 시즌으로 치면 부상으로 평균 27일, 그리고 4.2경기에만 나서지 못했다. 장기 부상은 없었다. 꾸준히 경기에 출전했다. 안면 골절이 온 상황에서도 특수 마스크를 쓰고 뛸 정도였다.

그랬던 손흥민이었다. 올 시즌 벌써 두 번 쓰러졌다. 9월 19일 카라바흐와의 유로파리그 홈경기에서 햄스트링을 잡고 쓰러졌다. 교체아웃됐다. 이후 국가대표팀 경기 포함 5경기를 건너뛰었다. 웨스트햄전에 복귀했다. 맹활약했다. 그러나 다시 통증을 느꼈다. 2경기를 건너뛰었다. 맨시티전까지 건너뛰면 3경기를 쉬게 된다. 매 시즌 부상으로 쉰 경기가 4.2경기 밖에 안되는 '철인'이지만 올 시즌에는 벌써 7경기(8경기를 바라보는)를 건너 뛰게 됐다.

부상 빈도가 높아진 가장 주된 이유는 '과부하'이다. FIFPRO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손흥민은 2023~2024 시즌 동안 약 11만 km를 이동했다. 이는 토트넘 경기 외에도 대한민국 국가대표 경기 출전 등으로 인한 거리가 포함된다. 대표팀 경기를 위해 유럽에서 뛰다가 아시아를 다녀오는 등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과도한 이동으로 인한 체력 소모와 회복 시간 부족의 문제에 직면했다.

여기에 손흥민의 플레이 스타일이 부상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손흥민은 빠르고 슈팅 능력이 좋다. 잘 발달한 근육을 통해 스프린트하면서 상대를 무너뜨린다. 그동안 손흥민은 꾸준한 관리로 부상을 피해왔다.

2021년에는 조제 무리뉴 감독이 손흥민의 근육 회복력에 대해 "마법같은 근육"이라며 놀라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그동안 누적된 과부하에 조금씩 데미지를 입었고, 올 시즌 조금씩 좋지 않은 모습이 나오고 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1992년생인 손흥민은 만으로 32세를 넘겼다. 이제 관리가 들어가야 한다. 관리를 하지 못해 하락세를 탄 선수들의 전철을 밟으면 안된다.
사진출처=티에리 앙리 SNS

#스피드+슈팅력 갖춘 스타들이 사라지는 수순

티에리 앙리는 1977년 태어났다.

2008~2009시즌까지 최전성기를 달렸다. 그런데 만 32세가 되던 2009~2010시즌 갑자기 경기력이 급강하했다. 전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면서 동기 부여 자체가 없어졌다. 여기에 고질적인 등부상이 악화됐다. 직전 시즌 42경기에서 26골 11도움을 기록했던 앙리는 2009~2010시즌 32경기에 나와 4골-4도움에 그치고 말았다. 그리고 2010년 여름 미국으로 이적했다.

호나우두 루이스 나자리우 지 리마. 브라질의 호나우두는 1976년생이다. 폭발적인 스프린트와 슈팅 능력, 개인기를 갖추고 있었다. PSV에인트호번, 바르셀로나, 인테르에서 자신의 기량을 꽃피웠다. 그러나 부상에 쓰러졌다. 1999년 11월 레체와의 경기에서 무릎을 다쳤다. 2000년 4월 라치오와의 경기에 복귀했다. 그러나 투입된 지 6분만에 오른쪽 무릎 슬개건이 끊어졌다. 2001년 11월에야 돌아왔다. 이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 다시 골폭풍을 몰아쳤다. 그러나 서른줄에 접어든 2006~2007시즌 기량이 떨어졌고, AC밀란으로 이적했지만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호나우두는 32세였던 2008년 12월 고향 브라질 코린치아스로 이적했고 선수 생활의 말미를 보냈다.

1979년생인 마이클 오언은 '원더 보이'였다. 리버풀 유스 출신으로 10대 때인 1998년 월드컵에 나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리버풀에서 맹활약했다. 그러나 2004~2005시즌 레알 마드리드 이적이 독이었다. 후나우두, 라울 등에 밀리면서 주전으로 나서지 못했다. 2005~2006시즌 뉴캐슬로 이적한 후 역시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뉴캐슬에서 4시즌동안 71경기에 나서는 데 그쳤다. 32세가 된 2011~2012년 맨유에서 뛰던 오언은 4경기에 나와 3골을 넣는데 그쳤고 결국 방출됐다. 다음 시즌 스토크시티에서 한 시즌을 뛴 후 은퇴했다.

전성기 시절 호나우두

이 세 선수의 전철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세심한 배려'가 부족했다. 앙리, 호나우두, 오언 모두 민감한 시기에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새 팀의 메디컬 스태프들도 이들을 잘 몰랐다. 빡빡한 주전 경쟁에 선수들 본인의 마음도 조급했다. 결국 부상, 이른 복귀, 재부상 등의 악순환 속에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손흥민은 일단 이런 상황은 아니다. 약간 이상을 느꼈을 때 구단 메디컬팀이 제대로 배려하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멘트를 보더라도 '통증' 정도의 단어들만 나오고 있다. 더 큰 부상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고 있다는 뜻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건강과 관련, 최고 결정권자는 구단주도, 감독도 아니다. 메디컬팀 수장이다. 특히 햄스트링과도 같은 근육에 있어서는 메디컬팀의 분석과 조언이 절대적이다. 프리미어리그 한 구단에서 스포츠 과학 스태프로 활약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손흥민과 같은 상황이라면 아마도 메디컬팀에서 엄청난 케어를 받고 있을 것이다. 특히 햄스트링 부상이기에 더욱 조심스럽게 상태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정도의 배려와 치료라면 충분히 좋은 모습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출처=양민혁 SNS

#손흥민의 부담을 덜어라

토트넘의 문제는 손흥민의 부담을 덜어 줄 대체자이다. 현재 토트넘 왼쪽 날개는 손흥민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 티모 베르너는 결정력이 최악이다. 윌슨 오도베르 역시 부상에 허덕이고 있다. 잉글랜드 언론들은 마이키 무어를 주목했다. 알크마르전 맹활약에 잉글랜드 특유의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17세의 무어는 크리스탈팰리스 전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일단 손흥민이 11월 초 애스턴빌라전에 복귀한다면 이후 2달이 고비라고 볼 수 있다. 손흥민은 다시 한 번 빡빡한 일정에 직면하게 된다. 3~4일마다 경기를 치러야 한다. 11월 A매치도 다녀와야 한다. 1월 이적 시장까지 손흥민이 버텨야만 토트넘도 버텨낼 수 있다. 이후에는 측면 날개에 숨통이 트인다. 바로 12월 말 이후 토트넘에 합류할 양민혁(강원) 때문이다.

양민혁은 K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현재 만 18세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K리그에서 계속 뛰면서 성장세가 눈에 보이고 있다. 스피드와 개인기가 좋고 슈팅 능력도 갖추고 있다. 베르너, 무어, 오도베르 등과 충분히 주전 자리를 놓고 겨뤄볼만 하다. 양민혁의 주전 도약 여부를 떠나서 토트넘 입장에서도 손흥민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또 한 명의 윙어가 온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세심한 관리 속 손흥민의 복귀가 머지 않았다. 더욱 완벽해진 모습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1월까지 딱 2달. 손흥민과 토트넘의 '골든 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