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징어게임3 공개 소감은?
애정을 많이 쏟은 작품이었다.
‘오징어 게임’이기도 하지만 그걸 떠나 남규로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참 뿌듯하고 영광스럽다.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엄청 큰 퍼레이드도 했잖나. 언제 또 이런 걸 경험해 보나 싶기도 했다.
- 오징어게임 오디션 과정도 궁금한데.
큰 기대를 하진 않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만약 오디션이 되더라도 456명 중 한 명이겠지 생각했고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도 대사가 몇 마디 있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큰 기대를 안했다. 대면 오디션으로는 조감독님과 한 번 봤고 지정 대사가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새롭게 만든 대사였고 또 하나는 시즌1에 덕수 패거리 중 한 명의 대사였다.
그리고 자유연기를 했는데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 속 한 장면을 연기했다. 그걸 하고 나니 다른 연기도 시키시더라. 거친 연기, 일상적인 연기 다양하게 열어두고 봤던 것 같다.

- 기대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캐스팅 소식을 듣고, 또 남규 역할인 것을 알고 기분이 어땠나.
대본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설렜다. 남규가 등장할 때마다 두근두근하며 대본을 봤다. 한 신 한 신 어찌나 소중하던지.
꿈만 같으면서도 한편으론 내가 얼마나 부담을 갖게 될까, 얼마나 어려워할까, 어떻게 이겨내고 내가 생각하는 나의 연기를 펼칠 수 있을까 걱정이 됐고 그 방법을 찾는 생각을 먼저 했던 것 같다.
- 부담과 걱정은 어떻게 이겨냈나.
이겨내진 않았고 벌벌 떨면서 연기했다. 그런데 상황이 주는 힘이라는 게 있어서 실제로 ‘오징어 게임’ 안에 들어가면 그럴 수 있겠다 싶었고 내가 떨리는 것도 하나의 진실한 감각이겠거니 하고 연기했다.
그렇게 벼랑 끝에서 연기하니까 내 안에 없던 모습까지 보일 때가 있더라. 자취방 벽에 포스트잇으로 다짐과 생각, 필요한 것들을 적어서 붙여놨었는데 촬영장 가기 전에 한번씩 쭉 읽고 가기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 어떤 것들을 적어놨는지 소개해 줄 수 있나. 다른 작품에서도 그렇게 메모를 해놓는 편인가.
오징어 게임’할 때만 그렇게 붙여놨다. 원래 가족과 살다가 촬영장 근처로 독립을 하게 됐다. 설레는 마음이기도 했고 그런 걸 붙여놓는 것도 재밌었다.
‘패기’ ‘기세’ 같은 단어나 ‘이거 망한다고 세상이 망하지 않아’ ‘저거 찐이다’라는 글귀를 적어놨다. 남들이 봤을 때 ‘찐이다’하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

- 남규는 어떤 인물로 다가왔나. 캐릭터에 접근한 과정은.
처음에는 ‘내가 가장 멋있고 내가 가장 특별해, 내가 최고야’라는 마음, 그렇게 되고 싶은 한 사람으로 접근했다.
그 옆엔 타노스가 있었고 타노스보다 더 타노스처럼 되고 싶어 하는 열망을 가진 사람. 그런 지점이 내 마음 안에서 비슷한 지점으로 맞닿아 있었던 것 같다.
또 남규는 마약이 주는 스토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진짜처럼 보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감각이 중요했다. 실제로 약을 할 수는 없고 대체로도 어떻게 해볼 수 없으니까 할 수 있는 거라곤 클럽 음악을 들으면서 신체에 집중하는 거였다.
너무 흥분해서 턱이 안 다물어진다든지, 앙다물어 힘을 준다든지, 온몸이 좀이 쑤시는 듯한 기분이라든지 다른 세상으로 보이면 어떻게 보일지, 입은 어떻게 마를지, 매번 다르게 집중되는 감각을 바꿔보면서 준비했다.
- 남규를 연기하면서 중심에 품고 있던 핵심은 무엇이었나.
마음의 응어리다. 참고 있던 것, 무시당했던 것, 나도 가장 멋있고 돋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중요한 키워드이자 내가 남규를 표현하는데 유리한 생각이었다.
즐기는 것도 중요했다. 좋아하고 재밌어 하는 것, 노는 것도 중요한 키워드였다. 자격지심과 응어리로 시작해서 정말 재밌고 기분 좋은 일이 있고 특별한 일들이 생기지만 결국엔 아무것도 없이 벌거벗겨진 나. 돌이켜 보면 그렇게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 타노스와 민수, 명기까지 각각의 관계성에 따른 남규의 변화도 중요한 지점이었는데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고자 했나.
타노스는 정말 질투하는 대상. 그 사람이 나를 무시할 때 자괴감도 느끼고 ‘두고 보자, 내가 너보다 내가 더 멋진 놈이라는 걸 보여주마’라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가끔은 친함을 표시하고 싶기도 하고. 민수가 어려웠는데 얕잡아보면서도 기분이 나빴던 것은 얘도 나를 싫어하고 얘도 나를 무시하는 게 느껴져서다.
그게 민수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지점이었다. 명기는 유일한 내 편, 내 친구라고 생각했다. 나와 같이 편을 해주고 술래잡기 때 돌아다녀 준 친구. 그렇게 인물들과의 관계가 다 달랐다.

- 평소 내향적인 성격이라고. 많은 선후배 동료들과 함께했는데 더 다가가고 싶었는데 다가가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배우가 있나.
내가 좋아한 분들과 다 친해졌다. 감사하게도. 특히 양동근 선배에게 감사한 기억이 있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어느 날 내가 특정 신이 너무 아쉬워서 속상해하고 있었는데 그날 자차로 하루 매니저를 해주셨다.
그러면서 ‘오늘 축하할 일이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뭐냐고 했더니 ‘오늘 본인의 연기가 아쉬웠다면서요?’라면서 ‘그게 얼마나 축하할 일이냐. 그것은 황금이다, 황금. 나는 이제 내 연기가 아쉽지 않다. 본인의 연기가 아쉽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라고 위로해 주셨다. 그날이 아직도 기억난다.
내가 좋아하는 선배님과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나를 챙겨주고 그런 말도 해주시고. 정말 감사했다. 사랑 가득한 분이다. 아, 그리고 이병헌 선배도 정말 좋아해서 이병헌 선배에게 러브레터를 보내고 싶다. 나중에 더 깊게 같이 연기하고 싶다.

- 캐릭터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깊이 들어가다 보면 스트레스도 상당할 것 같다. 극복하는 방법이 있나.
음악 하나로 해결될 때가 있고 부모님의 말 한마디에 해결될 때가 있고 인간관계에서 해결될 때도 있다. 길을 지나가다 해결될 때도 있어서 어떻게 해결되는지 모르는 지점인 것 같다.
배우로서 숙명, 무조건 해야 할 일은 내 캐릭터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것 같다.
고민을 놓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탈출구가 생기기 마련이거든. 오히려 더 힘들 때는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다. 그런 고민조차 안 들 때가 있거든. 그런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되는 작품과 캐릭터가 있고 매번 모든 인물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니까 그럴 때 힘들다. 이 인물을 잘해내고 싶어서 고민이 많아지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재미가 깔려 있기 때문에 괜찮다.
-2020년 데뷔 후 '오징어게임'까지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다. 돌아보면 어떤가. 배우로서 앞으로 절대 놓고 싶지 않은 게 있다면.
지금까지 감지덕지한 일들만 있었다. 대학교에서 재밌게 연기했고 남들 다 찍고 싶어 하는 단편영화도 찍고 하나하나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비록 사수를 해서 대학도 늦게 들어갔지만 힘들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역할을 하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살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연기하면서 잃고 싶지 않은 것들은 너무 많다.
매번 온 마음을 다해 연기하고 싶고 위험천만하게 연기하고 싶다. 안전하게 연기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서 나만 아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고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잘 살고 싶고 이타적이고 싶다.
사람도 사랑하고 마음도 많이 열었으면 좋겠다. 가끔은 사람을 경계할 때도 있고 고민이 많아지면 주변이 보이지 않기도 하지만 함께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잘 보내면서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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