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됐든, 김도영은 슈퍼스타다

KIA 김도영이 5일 LG와의 원정경기에서 기록한 홈런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여울 기자

올 시즌 KIA 타이거즈는 166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팀홈런 1위 싸움을 하면서 많은 공을 담장 밖으로 날려 보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을 꼽으라고 한다면?

여러 답이 나올 것이다. 이 홈런도 올 시즌 손에 꼽는 홈런일 것이다.

5일 잠실 구장을 뒤집어 버린 김도영의 스리런.

경기를 종료 시키는 끝내기 홈런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끝내기와 같았던 홈런이었다.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 3-4로 뒤진 9회초 2사 1,2루에서 김도영이 타석에 섰다.

아무리 김도영이라고는 하지만 앞선 두 경기에서 침묵했던, 9타석에서 안타가 없었던 김도영이었다.

흐름이라는 것도 있다.

KIA가 연달아 극적인 승리를 만들었지만, 선발 아담 올러가 1회부터 진땀을 흘렸던 경기였다.

그리고 김선빈이 4구째 헛스윙 삼진과 함께 투아웃이 된 만큼 흐름이 LG로 기우는 것 같았다.

초구 파울 뒤 고우석의 2구째 155km 직구에 김도영의 방망이가 움직였다.

김도영표 홈런은 아니었다. 맞는 순간 어디까지 날아갈지 궁금해지는 그런 타구는 아니었다.

“좌익수 키는 넘기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던 순간 공은 담장 밖으로 사라졌다.

잠시 정적에 빠져있던 잠실 구장은 놀라움의 환호성과 아쉬운 탄성으로 들끓었다.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하는 기싸움이 전개된 3연전, 덕아웃도 가장 뜨거운 순간을 연출했다.

시즌 종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3위라는 목표까지 걸려있던 만큼 어떤 홈런보다 짜릿했다.

무안타의 김도영이었기에 더 극적인 홈런이기도 했다.

6일 덕아웃에서 만난 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넘어갔다고 생각했나?”

홈런 순간에 대한 이야기는 달랐지만, 결론은 같았다.

“역시 슈퍼스타다.”

일단 홈런 주인공의 이야기는 “애매했다”였다.

김도영은 “갈까 말까 애매했다. 몸쪽으로 와서 깎였는데 넘어가서 진짜 짜릿했다”고 역전 스리런 순간을 이야기했다.

현역 시절 홈런 좀 쳐본 이범호 감독도 맞는 순간 확신은 없었다.

김도영이니까? 하지만 완벽하지 않았던 스윙이었다.

누구보다 결과가 궁금했던 이범호 감독이었지만 앞으로 우르르 몰려나온 선수단에 가려 궤적 추적에는 실패했다.

1루에 있던 주자 박재현도 “넘어갈 줄 몰라서 빨리 뛰기는 했다”며 홈런 순간을 회상했다.

치는 사람도 ‘제발’을 외쳤던 순간이었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두 팔을 들어 올린 선수가 있었다.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던 성영탁은 맞는 순간 확신했다.

“맞자마자 빡 날아가서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치자마자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도영이 형 공 넘어갈 때는 첫 스타트가 엄청 빠르다. 끝에 살짝 죽어서 생각보다는 멀리 안 갔다.”

동점 상황에서 등판이 예정됐던 성영탁은 이내 심호흡을 하고 경기를 준비했다.

그리고 마지막 9회말을 삼자범퇴로 마무리하면서 김도영의 홈런을 빛냈다.

김도영의 도파민 터지는 홈런을 회상한 이들은 “역시 슈퍼스타”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성영탁은 “왠지 도영이 형이 칠 것 같았다. 시리즈 때 안 좋았지만 슈퍼스타다”라면서 가장 극적인 순간에 타석에 선 김도영을 믿음으로 지켜봤다.

김규성도 “도영이가 안타가 없었는데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 덕아웃에서 ‘여기서 치면 너는 진짜 스타다’라고들 이야기했다. 제발 쳐달라고 했는데 진짜 쳤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스타는 스타다”라고 웃었다.

예전에 최형우와 ‘슈퍼스타’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최형우가 이야기한 ‘스타’와 ‘슈퍼스타’의 차이는 흐름이었다.

‘스타’는 좋은 플레이로 경기를 이기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

한 번에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경기장 분위기를 바꿔버리는 힘이 있는 선수가 최형우가 말하는 ‘슈퍼스타’였다.

그 예로 든 선수가 바로 김도영이었다.

아마 김도영이 3년 차였던 2024년 여름 즈음의 대화로 기억한다.

앞선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결승에서도 김도영은 그랬다.

기대에는 부족했던 과정이었지만, 가장 김도영이 필요했던 순간 그는 결과를 냈다.

한국야구대표팀 아시안게임 5연패를 완성한 결승타는 결국 김도영의 차지였다.

KIA 김도영이 6일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3회말 스리런을 날린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가 열린 6일에도 김도영은 ‘슈퍼스타’의 역할에 충실했다.

김도영은 두 경기 연속 승부를 뒤집는 스리런을 날리면서 챔피언스필드 그라운드를 돌았다.

희생플라이로 4번째 타점도 책임졌다.

아쉽게도 불펜의 난조로 김도영의 결승타는 사라졌지만, ‘슈퍼스타’ 김도영은 43호포로 자신의 영역을 넓혔다.

쏟아지는 시선과 막중한 책임감이 힘들기도 하지만, 가까이에서 지켜본 김도영은 이 부담감도 즐기는 선수다.

그라운드에서도 덕아웃에서도. 방망이를 휘두르는 순간에도 인터뷰를 하는 순간에도 김도영은 ‘슈퍼스타’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슈퍼스타’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김도영은 그에 걸맞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 노력은 김도영을 더 좋은 사람,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게 하고 있다.

‘슈퍼스타’의 정규리그 경기는 이제 5경기만 남았다.

결승선을 앞두고 3위 싸움에 제대로 불이 붙었다.

KIA는 승차 없는 3위 자리에서 숨 막히는 5경기를 치러야 한다.

약점 많은 KIA의 타선을 생각하면 결국 또 김도영이다.

김도영은 ‘슈퍼스타’를 넘어 ‘슈퍼맨’이 돼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어떤 모습으로 김도영과 KIA의 2026시즌이 막을 내릴지 궁금하다.

<광주일보 김여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