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Voice] 창원과 NC의 불편한 동거

NC 다이노스가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다. 분명 기쁘지만, 어딘가 씁쓸하다. 텅 빈 관중석의 허전함보다, 그간 여실히 드러난 책임자의 빈자리가 더욱 컸기 때문이다. 야구는 계속됐지만, 연고지를 향한 믿음만큼은 더는 이어질 수 없었다. 설렘으로 가득했어야 할 봄날 벌어진 비운의 사고. 그 비극에 마음 아파할 새도 없이, 팬들은 믿음을 배신한 도시에 분노해야 했다. 구단 프런트는 이리저리 발로 뛰었고, 선수단은 전국을 떠돌았으며, 팬들은 서로를 달래며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관계자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을까. (5월 25일 작성)

에디터 이지인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창원NC파크 사고 이후 홈구장을 사용할 수 없었던 NC 다이노스가 5월 30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를 통해 62일 만에 집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두 달여간 말 그대로 ‘떠돌이’ 생활을 해야만 했던 NC 선수단. 그나마 롯데 자이언츠의 배려로 사직야구장을, 울산광역시(이하 울산시)의 도움으로 문수야구장을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했기에 혼란스러운 일정 변동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만큼은 막을 수 있었다.

#시작-중간-끝

지난 3월 29일, 창원NC파크에서 경기가 치러지던 도중 3루 쪽 루버(외벽 구조물)가 추락해 관객 세 명이 부상을 입었다. 특히 이들 중 한 명은 머리를 다쳐 수술까지 받았으나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그러나 구단 측은 사고 사실을 알리는 것이 혼란을 키울 수 있다며 아무런 안내도 하지 않은 채 응원단만 철수시켰다. 경기는 계속되는 상황에서 관람객들은 갑작스런 응원 중단에 어리둥절했고, 경기 종료 후에야 사고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게 돼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사고 당일 구단의 대처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이후 더욱 논란이 된 건 사고를 대하는 창원특례시(이하 창원시)의 태도였다. 무려 세 명이 중상을 입은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웠던 걸까. 창원시설관리공단(이하 공단)은 사고 직후 인터뷰에서 “우리 공단 책임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건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라는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심지어 공단은 루버는 점검 대상이 아니라는 해명을 내놨으나, 언론사 취재진의 추궁엔 해당 답변을 번복하는 등 담당 관리 기관으로서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시설물 안전 및 유지 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알루미늄 루버는 공단의 정기 안전 점검 대상에 포함돼 있다. 공단은 경기장 구조부만 관리 대상인 줄 알고 있었는데, 구조부에 부착된 루버까지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사후에야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니 2019년 준공 이후 6년간 루버는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것이다.

이후 안전 점검 과정에서도 창원시의 소극적 태도는 끝나지 않았다. 야구장의 소유주인 창원시와 공단이 책임 공방만 벌이는 사이, 리그를 치러야 하는 NC만 발을 동동 구르며 대책을 마련하는데 서둘렀다. 구단은 사고 다음 날인 3월 30일, 공단에 긴급 안전 점검을 요청한다는 공문을 보냈지만,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결과를 알려 달라’는 답을 받았다. 결국 NC 측이 선제적으로 전문가를 투입해 점검을 시작했다. 그 이후 4월 3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까지 개입한 끝에야 공단도 긴급 안전 점검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루버 309개 전체를 탈거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부실 논란이 일었다. 국토부 및 국토안전관리원이 결과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가장 핵심적인 결함 발생 원인을 분석하지 않아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정밀안전진단 시행을 권고했다. 이는 태풍·지진 등 자연재해 대응 평가까지 포함해 약 55일이 소요되는 절차로, 사실상 전반기 내 경기장 사용은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렇게 어린이날을 목표로 재개장을 준비했던 계획은 또다시 연기됐다. 홈구장에서 시합을 치를 날을 기다리던 구단은 맥이 빠졌고 선수단을 따라 덩달아 전국 원정을 떠난 팬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이후 국토부에서는 재개장 여부 결정 등에 관한 법적 권한은 갖고 있지 않으니 보완조치가 완료되면 창원시와 공단, 구단 등이 재개장 가능 여부를 판단하라고 결정권을 넘겼다.

그 밖에도 국토부가 공단의 점검 보고서를 확인하려 현장을 방문한 결과, 보고서에 드러난 내용 외에도 추가 결함이 확인되는 등 사고를 수습하고 후처리하는 과정에서 창원시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적용을 고려할 수준의 사고임에도 시와 공단이 초기 수습에 미흡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기울어진 운동장

이번 사태를 계기로 터져 나온 NC 팬들의 분노 이면에는, 창원시와 구단 사이에 누적돼 온 갈등의 역사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창단 초기 신축 야구장 부지 선정 과정부터 마찰이 있었다. 2011년 창원시는 신생 야구단 유치를 추진하며 관중 동원력과 접근성을 고려해 최적의 입지에 신축 야구장을 짓겠다고 약속했으나, 정작 구단과 KBO, 팬들의 의견은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진해 육군대학 부지를 신축 구장 터로 발표했다. 결국 구단과 KBO의 제동으로 진해에 야구장을 짓겠다는 계획은 무산됐고, 우여곡절을 거쳐 현재의 마산 지역 부지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창원시를 향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어찌저찌 새 구장을 지어 올리자, 이젠 이름이 문제가 됐다. 2019년 개장에 앞서 NC는 신구장의 공식 명칭을 ‘창원NC파크’로 정했지만, 창원시의회 일부 의원들이 이름에 ‘마산’이 빠질 수 없다며 압박에 나섰다. 당시 지역 여론은 ‘마산’을 넣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하지 않았는데도 시의회는 행정 명칭을 기어코 변경하여 구단을 당혹스럽게 했다. 결국 신축 구장 바로 옆 2군 구장인 마산야구장까지 아울러 ‘마산야구센터 창원NC파크 마산구장’으로 명명하게 됐다. 여기에 운영비 문제도 빠뜨릴 수 없다. 창원시는 구단 유치 당시 홈구장 사용료를 면제해 주겠다는 파격 제안을 했는데, 그 약속은 현재 2군 구장으로 사용 중인 마산야구장에만 해당한다며 말을 바꿨다. NC는 약 1,200억 원의 창원NC파크 건설비 중 100억 원을 분담하고도 2019년부터 25년간 총 330억 원의 구장 사용료를 부담하는 계약을 맺은 것이다. 비슷한 타지방 구단 사례에 비해 과도한 금액은 아니더라도 창원시가 애초 제시했던 조건을 번복했다는 점에서 NC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구장의 운영과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창원시는 신축 구장 완공 후 시설 관리권을 공단에 위탁해 직영하는 한편, 실질적인 관리 책임은 구단에 떠넘겨 왔다. 실제로 이번 사고 후 긴급 안전 점검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설공단은 관리 주체가 구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심지어 합동대책반 논의에서 NC 측은 응급 보완이 필요한 부분의 보수를 창원시와 공단이 조속히 시행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창원시는 신속한 시설물 보완을 위해 계약 체결과 같은 행정절차가 필요 없는 구단이 우선 경비를 지출하고, 사후에 비용을 정산하자고 제안했다. 이미 구장 사용료를 번복한 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결국 NC는 리그 파행을 막기 위해 2025년 잔여 시즌 동안 울산 문수야구장을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하기로 했고, KBO도 이를 승인했다. 이에 뒤늦게 위기감을 느낀 창원시는 급히 수습에 나섰다. 5월 9일 창원시는 “5월 18일까지 모든 시설물 정비를 마쳐 이르면 5월 말 NC파크를 재개장하겠다”라며 입장을 선회했으며, 국토부가 지적한 보완 사항을 신속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잠잠하던 지역단체들도 일제히 “하루빨리 다시 창원에서 경기해 달라”라며 구단에 복귀를 호소했다. 심지어 창원시의회는 ‘다이노스 컴백홈’으로 7행시 퍼포먼스까지 내세워 여론전을 펼쳤으나, 지금껏 책임은 지지 않고 이제야 자신들을 살려달라는 식의 내용을 담아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고군분투

불행 중 다행으로 울산에 머물게 된 NC는 일부 홈 경기를 치렀다. 다만 창원NC파크의 폐쇄가 장기화되면서 선수단과 관계자들, 그리고 팬들의 불편함이 눈덩이처럼 커졌기에 더는 귀환을 미룰 수 없었다.

선수단은 끝없는 원정 경기로 인한 피로 누적을 피할 수 없었다. 3월 말 사고 발생 이후 NC는 4월 11일부터 13일까지 사직에서 열린 롯데와의 3연전을 홈 경기 형식으로 치렀지만, 사실상 32경기를 원정으로 소화해야 했다. 4월 한 달 동안 선수단 이동 거리가 1,700km에 달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장거리 이동을 반복했다. 부산과 울산에서 치른 경기 역시 호텔을 숙소로 사용하며 경기장까지 왕복해야 했기에 ‘홈 경기’의 안정감을 느끼긴 어려웠다. 이뿐만 아니라, NC 선수들은 호텔 방이나 옥상 등지에서 배트를 휘두르며 부족한 연습량을 채울 수밖에 없었다.

프런트와 구단 직원들의 업무도 가중됐다. 예정에 없던 일정 변경과 대체 구장 물색, 원정 숙박 및 이동 관리 등을 모두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구단 운영팀은 5월 초까지 울산, 포항 등 대체 구장으로 쓸 수 있는 후보지를 물색하며 KBO와 협의를 거쳤고, 각종 관련 사무 절차와 홍보, 팬 서비스 대책까지 추가로 떠안게 됐다. 거기에 마산 지역 상권도 큰 타격을 입었다. 경기가 있는 날엔 밤늦게까지 활기를 띠던 합성동 골목과 창원 시내였지만, 두 달 가까이 야구장을 찾은 손님이 거의 없었으니 매출도 크게 떨어졌다. 당연히 구단 내부 매점 또한 수익을 전혀 내지 못 했을 테고.

#영원한 건 절대 없어

이번 사고는 창원시의 부실한 행정이 얼마나 뿌리 깊은 문제였는지를 드러냈다. 사후 대응은 늦었고, 책임 소재는 흐려졌으며, 구단에는 명확한 피해만 남았다. 프로야구단 유치는 외부인의 도내 유입을 늘릴 수 있고, 홍보 효과 역시 명확하다. 그러나 큰 효과만큼 뒤따르는 책임도 분명하다. 이번 사례는 연고지의 무책임으로 인해 정상적인 리그의 진행이 일부 지연된 사례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허구연 총재는 2022년 KBO 총재 취임 직후 야구장 신축 문제를 놓고 대전광역시와 갈등을 빚을 때 “지자체가 구단의 소중함을 모르면 떠나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프로농구리그(KBL)에서도 지역구의 홀대로 지친 구단이 연고지를 옮겨 새 도시에서 우승까지 이룩한 선례가 있다. NC가 ‘연고지 이전’을 두고 협박하겠다는 게 아니다. 이미 신뢰도가 바닥난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맞는 새 둥지를 찾아 떠나더라도 여론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껏 집주인과 그 어떤 갈등이 있어도 최선을 다해 온 세입자가 결국 이사 가는 걸 막을 방도가 없을 터. 단순히 눈앞의 이익만 좇으며 바라볼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영원한 건 없고, 무소불위의 갑(甲) 또한 절대 없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71호 (7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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