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100%야” vs “엉덩이 이리 대”···호랑이와 사자의 화끈한 기 싸움, KS의 징크스 승부[스경x현장]
KIA는 해태 시절부터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 100% 역사를 갖고 있다. 2017년 우승하기까지, 총 11번 나간 한국시리즈에서 전부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은 이번만은 그 역사를 깨고자 도전한다. 삼성도 총 7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 역사는 2002년부터 시작됐다. 이전에도 한국시리즈에 7차례 진출한 강팀이었으나 매번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 중 3번(1986·1987·1993년)이 해태와 대결이었다. 한 번도 호랑이를 꺾지 못했다.
호랑이와 사자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대결은 역시 해태가 우승했던 1993년. 무려 3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다시 만난 양 팀이 화력전을 통한 진검승부를 예고했다.
KIA 이범호 감독과 양현종·김도영, 삼성 박진만 감독과 강민호·김영웅이 20일 광주 라마다플라자 바이윈덤 충장호텔에서 열린 2024 KBO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우승반지를 향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3주간 기다려온 KIA는 100% 우승 확률을 지켜내겠다는 각오와 함께 정규시즌 압도적 우위에도 삼성의 강점을 경계하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삼성이 올라올 것으로 생각하고 준비했다. 전통의 라이벌끼리 31년 만에 제일 큰 무대에서 만났으니 최선 다해 명승부 펼치겠다”며 “삼성은 최소 실책을 기록한 수비 강팀이다. 득점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점수 뽑아야 될 때 한점 한점씩 뺏어내겠다”고 말했다.
올시즌 16차례 맞대결에서 KIA는 삼성을 12승4패로 압도했다. 그러나 압도적으로 이긴 경기는 많지 않다. 16경기 중 무려 10경기에서 3점차 이내 접전을 치러야 했다. 선발도 강하고, 화력이 센 데다 수비도 강한 삼성을 상대로 KIA는 기본적인 화력에 삼성의 수비 빈틈까지 노려 최대한 1점이라도 더하는 승부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 LG와 4차전 격전을 펼치고 비로 총 이틀이 연기되는 바람에 하루밖에 못 쉬고 한국시리즈에 들어가게 됐다. 정규시즌에서 2위로 KIA를 턱밑까지 추격하며 ‘호랑이 엉덩이’를 향해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한 맞대결에서 일격을 당해 2위로 시즌을 마쳤다. 그러나 한국시리즈에서만은 ‘기운’으로 누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시즌 전 우리를 다들 하위권으로 분류했지만 정규시즌 2위를 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LG가 이긴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우리가 올라왔다. 한국시리즈에서도 KIA가 우위라는 평가 많지만 우리도 열심히 준비했다”며 “KIA의 전력이 시즌 내내 워낙 탄탄했지만 빈틈을 파고들겠다. 우리 선수들의 기가 충만하게 올라왔다. 이 기세로 KIA를 잡아보겠다”고 10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목표를 확실히 드러냈다.
KIA와 삼성은 화력의 팀이다. 삼성은 홈런 1위(185개), KIA는 3위(163개)의 장타군단이다. KIA에는 최형우, 김도영, 나성범, 소크라테스까지 20홈런 타자가 4명 있다. 삼성 역시 구자욱, 김영웅, 박병호, 이성규까지 4명의 20홈런 타자를 보유하고 있다. 양 팀 다 1차전에서 타격 컨디션이 저조할 것을 우려하고는 있지만 결국은 화끈하게 쳐야 우승 반지를 가져갈 수 있다.
그 화력을 막아야 하는 두 베테랑도 각오를 다졌다.
2009년과 2017년 KIA 우승을 이끌었던 양현종은 세번째로 한국시리즈 무대에 나선다. 2차전 선발로 나서게 될 양현종은 “정규시즌을 1위로 마무리 해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새롭게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 1차전부터 100% 컨디션으로 최선 다하겠다”며 “한국시리즈에서 나 역시 좋은 기억이 많기 때문에 마음에 새기면서 임하겠다”고 말했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 무대를 향한 설렘과 긴장으로 나서는 포수 강민호는 “(최)형우 형한테서 ‘KIA는 한국시리즈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어’라고 들었다. 형한테 ‘기록은 원래 깨지라고 있는 거에요’라고 답했다”고 웃으며 “우리는 좋은 분위기로 올라왔다. 도전자 입장에서 후회없이 멋지게 싸워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올시즌 1000만 관중의 중심, KIA와 삼성 흥행 돌풍을 이끈 어린 거포들도 생애 첫 한국시리즈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김도영은 “열심히 한 몫 해서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영광스러운 기록까지, 패기를 앞세워 제가 이어나가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플레이오프에서 홈런 2개를 터뜨리며 예열한 김영웅도 “플레이오프는 첫 경기부터 긴장됐는데 이미 다 적응을 하고 와서 한국시리즈에서는 자신있다”고 대활약을 예고했다.
양 팀은 모두 이번 시리즈를 5차전에서 승부보겠다고 밝혔다. 패기의 막내 김도영만 유일하게 손가락 4개를 폈다가 눈치를 슬쩍 보고는 5개로 ‘통일’했다.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는 21일 오후 6시30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1차전을 통해 출발한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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