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리베이트 고발 후 "악몽의 4년"…블랙리스트 오른 의사의 울분
의사, 병원에 모두에 버림 받고 우울증까지
병원측 "일방적인 주장, 수사 성실히 임할 것"
정부에 맞서 8개월간 갈등 국면을 지속할 수 있는 사회세력은 의사 외에는 사실상 전무하다. 전공의는 90%, 의대생은 그보다 더 높은 비율이 각각 병원과 학교를 떠났다. 지금 의정 갈등의 주축 세력은 2000년, 2020년에 각각 파업에 나섰던 그 당시 의대생과 전공의다.
의사 리베이트는 의료계에서 '오래된 소문'이었다. 불법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지만 나는 해당하지 않아서, 환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며 쉬쉬하는 일. A씨도 2020년, 환자에게 "뇌출혈에 비타민제제가 꼭 필요한가요"라는 질문을 처음 들었을 때 그리 무겁게 여기진 않았다. 하지만, 졸업을 앞둔 전공의가 털어놓은 리베이트의 역사와 규모는 그의 생각보다 훨씬 컸다. 전공의들은 의식조차 온전하지 못한 중환자에게 비급여로 비타민을 써댔다. 수액에 섞어 일주일에 5~6일을 투여하고, 어떤 환자는 이 때문에 500만원이 넘는 비급여 비용을 내기도 했다. 모두 식사비 등 제약회사로부터 받는 리베이트의 대가였다.
그러나, 이후 그가 받아야 했던 건 전공의 징계 결과가 아닌 '직장 내 괴롭힘' 신고였다. 2월 신경외과 전공의들이 폭언을 이유로 그를 병원에 신고한 것이다. 수술 과정 중 환자 안전을 이유로 언성을 다소 높인 것이, 전화 통화 중 이뤄진 업무해태에 대한 질책이 괴롭힘의 신고 이유였다.
리베이트 고발에 대한 보복 성격이 강하다는 판단에 그는 병원에 "징계 절차와 방법과 처분에 관련된 내부규정이나 규칙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지속, 반복적인 폭언은 없었고 뇌 수술 중 전공의의 미숙한 행동이 환자 안전에 위협을 주는 행동에 언성이 높아졌을 뿐"이라 주장했지만, 그의 목소리는 공허했다. 소명할 기회 대신에 돌아온 건 '감봉 1개월'과 '전공의와 분리 조치' 뿐이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병원이 비타민 제약회사가 아니라 다른 혈액제제 제약회사 자료를 경찰에 제출하며 수사를 의뢰했다는 걸 알게 된 건 같은 해 9월에 일이었다. 당시 언론은 "병원이 비타민 업체는 커피 몇 잔을 산 기록이 전부라고 제출했다. 식사비 제공 내역을 제출한 혈액제제 업체 한 곳만 경찰이 수사했는데 엉뚱한 업체였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후 경찰에 '재조사'를 통보했다.
A씨는 신경외과 과장에서 해임된 후 여전히 수술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병원의 불합리한 징계와 집단 따돌림 등에 대응하는 과정에 우울증이 생겼고 이제 약 없이는 잠에 들지 못한다. 지난 3월부터는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와 '엠디구루' 등에 자신을 배신자, 친일파라 칭하며 조롱하고 비방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외모를 비하하는 글과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보며 그는 '사회적 살인'을 떠올린다. 전공의 사직과 아무 관련이 없는데도 '의료계 블랙리스트'에 '박제'됐지만 병원, 의사협회, 의대교수 단체 그 누구도 의사인 그를 지켜주지 않았다.
우선 병원 측은 전공의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무혐의가 잘못된 자료 제공으로 인한 것이라는 데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최초 경찰에게 자료를 잘못 주지 않았고 오히려 비타민 이외에 조사가 필요한 자료까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지금도 경찰이 요청하는 자료는 모두 제공하며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병원 측은 오히려 A씨가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애초 전공의가 자기 말을 듣게 하기 위해 리베이트를 거론했을 뿐 수사를 바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병원이 경찰에 리베이트를 신고할 때도 이를 막았다고 했다. A씨가 전공의를 괴롭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징계를 받았는데 이 역시 이의신청했다고 병원은 전했다. A씨는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다.
병원은 A씨가 환자를 보지 않고 있는데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또 현재 리베이트, 직장 내 괴롭힘 등에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데 A씨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러 언론사에 일방적인 입장을 담은 자료를 보내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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