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는 안 맞네, 17년 만에 꺼내 입은 '짱구' [씨네:리포트]

*해당 리뷰 기사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TV리포트=강지호 기자] 오랜만에 꺼내 입은 옷은 추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기억과는 어딘가 다른 모습으로 당혹감을 안기기도 한다. 호기롭게 17년 만에 꺼내 들었지만 시대에는 맞지 않는 결로 과거를 더듬어 본 영화 '짱구(정우·오성호 감독·㈜바이포엠스튜디오)'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짱구'는 매번 꺾이고 좌절해도 배우가 되겠다는 바람 하나로 버티고 일어서는 오디션 천재 짱구(정우)의 유쾌하고 뜨거운 도전을 담은 작품이다. 지난 2009년 개봉한 영화 '바람'의 설정을 잇는 작품으로 2000년대 배경의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 한복판으로 나온 20대 짱구의 생존기를 그린다.
짱구 역으로 17년 만에 돌아온 정우는 오성호 감독과 의기투합해 배우이자 감독으로 작품에 임했다. 그에게 깊은 의미가 있는 작품인 만큼 정우는 이번 영화 '짱구'에 자신의 경험담과 일대기 역시 많이 녹여냈다고 전한 바 있다.


▲ '짱구'의 청춘은 누구를 향하나…꿈, 나이트, 호스트바, 그리고 '환상 속 첫사랑'
20대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짱구(정우)는 배우의 꿈을 꾸며 서울로 상경했다. 고향 동생인 깡냉이(조범규)와 함께 살아가는 짱구는 100번이고 오디션에 떨어져도 100번이고 도전하며 살아가고 있는 상태. 영화는 어딘가 어설프고 과장된 연기를 선보이는 짱구의 모습으로 출발해 코미디와 어색함이 공존하는 톤을 이어간다.
배우의 꿈을 위해 몇 번이고 오디션을 보고 있다는 짱구는 고향 친구 장재(신승호)를 만나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간다. 나이트클럽에서 재회한 그들은 몇 번 여자들을 방으로 부르던 민희(정수정)와 수영(권소현)을 만나게 된다. 아름다운 외모와 알 수 없는 분위기를 가진 민희에게 첫눈에 반한 짱구는 연인이 있다는 민희의 말에도 그에게 속수무책으로 빠져든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짱구의 배우 도전기보다 민희와의 사랑 이야기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한다. '워너비'에 가까운 인물로 그려지는 민희와 짱구는 연인으로 발전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순탄치 않은 20대의 현실을 반영하듯 쉽지 않게 흘러간다.
다만 '청춘의 공감대'를 이야기할 것이라 기대를 모은 '짱구'는 '평범' 보다는 다소 자극적인 설정 위에 놓여 있다. 민희는 술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며 취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잦고, 깡냉이 역시 생계를 위해 유흥업계(남성이 여성 고객을 접대하는 유흥 주점)에 발을 들인다. 짱구의 절친인 장재 역시 무직 상태를 이어가며 나이트클럽만을 방문하는 것처럼 그려진다. 이같은 인물들을 둘러싼 배경은 '평범한 청춘'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듯싶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짱구의 연기 도전 역시 설득력 면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반복되는 오디션 장면에서 드러나는 그의 연기는 열정과 진정성을 충분히 전달하기에는 부족한 인상을 준다. 극적 재미를 위한 장치로 볼 여지는 있으나, 캐릭터의 꿈과 열정을 관객에게 납득시키기에는 부족하다.
민희와 짱구의 사랑 역시 아주 오래전 클리셰처럼 끝을 향해 달려간다. 민희와의 '아팠던 사랑'이 계기였을까, 오디션을 통해 듣게 된 감독의 쓴소리가 계기였을까, 영화의 막바지 짱구는 진정성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성공적으로 오디션을 마친다.
정우의 삶과 짱구의 삶이 연결되는 영화의 마지막 순간은 '바람'을 인상 깊게 본 관객들에게는 울림을 줄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짱구의 어리숙한 청춘에 공감하며 추억을 되짚기에는, 오랜만에 꺼내 입은 옷처럼 느껴지는 거리감이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과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기에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설득력 있는 서사는 시대를 넘어 관객에게 본질적인 울림을 전한다. 그러나 '짱구'의 서사가 그런 울림과 설득력을 가졌는지는 미지수다.


▲ 진짜를 위한 노력 속 '양날의 검'…공감은 더 깊게, 거리감은 더 멀게
정우의 세심한 지도하에 '짱구'는 '날 것의 질감'을 완성해 내는 것에 성공했다. 정우가 직접 대사를 사투리로 녹음해 배우들이 이를 기반으로 연기하도록 한 점은 영화의 디테일과 몰입도를 높였다.
다만 '진짜'를 표현하기 위한 노력 속 영화를 채우는 사투리는 '양날의 검'이 됐다. 지역성과 몰입감을 높이는 동시에,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접근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로케이션 역시 현장감을 더하는 요소로 기능했다. 디테일을 살리고자 한 정우와 오성호 감독의 열정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탄생한 '짱구'는 타겟 관객층에게는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다가오는 청춘의 순간이 될 것도 같다.
아쉬운 지점은 '진짜'를 향한 노력이 오히려 타깃 관객층을 더욱 좁힐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정우와 비슷한 또래의 정서, 나이트클럽과 유흥을 중심으로 한 분위기, 미모와 미스터리함을 겸비한 워너비 캐릭터, 부산에서의 추억 등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설계된 영화의 디테일들은, 아쉬운 서사 속에서 일종의 풍자 표현으로 굳어진 '라떼는 말이야'처럼 공감보다는 거리감으로 자리한다.
그럼에도 '짱구'가 지닌 의미를 꼽자면, 새로운 '짱구'를 발굴했다는 점일 것 같다. 영화 '짱구'를 통해 처음 스크린에 도전한 조범규는 깡냉이 역을 맡기까지 네 차례의 오디션을 거쳐 작품에 합류했다.
주연 배우이자 메가폰을 잡은 정우가 제작발표회에서 "조범규가 우리 영화의 진짜 '짱구'일지도 모른다"고 언급했듯,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원석 같은 잠재력을 분명히 드러냈다.
강렬한 캐릭터와 자연스러운 연기, 개성 강한 캐릭터들 속에서도 존재감을 증명해 낸 조범규가 보여준 연기는 분명히 시선을 사로잡았던바.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조범규의 다음 작품을 궁금해할 듯하다.
17년 만에 돌아온 '짱구'의 새로운 이야기는 오는 22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4월 22일 개봉. 러닝타임 95분. 15세 이상 관람가.
강지호 기자 / 사진= 영화 '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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