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렌즈 제조 기술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며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합니다. 하지만 K렌즈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유통 구조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회사의 유통 플랫폼 서비스를 고도화해 K렌즈 시장 확대와 안경원과의 상생 모델 구축을 함께 추진할 계획입니다."
장준호 피피비스튜디오 공동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성동구 사무실에서 <블로터>와 만나 K렌즈 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글로벌 확장 전략에 대한 구상을 이 같이 밝혔다. 피피비스튜디오스는 2019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뷰티렌즈 브랜드 ‘하파크리스틴’을 출시한 기업이다.
장 대표가 렌즈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한 건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VC로 회사를 처음 찾았던 그는 당시 여성 쇼핑몰을 운영하던 현장에서 고객들이 모델이 착용한 렌즈나 화장품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그는 이러한 가능성을 K렌즈 산업에 접목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다. 당시 K뷰티가 제조 역량·유통 환경·콘텐츠와 브랜드 등 세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만들어냈듯, 국내 렌즈 산업 역시 비슷한 구조적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본 것이다. 2017년 공동대표로 경영에 직접 참여한 후 2022년 패션업은 축소하고 컬러렌즈에 집중했다.
소비자층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10~20대가 중심이었지만 압구정 로데오점처럼 고급스러운 매장에 30대 중후반 소비자들도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있다. K콘텐츠와 K팝의 세계적 영향으로 한국 연예인이 착용한 렌즈에 관심을 갖는 해외 소비자도 점차 늘고 있다. 이에 힘입어 회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490억원으로 전년(393억원) 대비 24.7%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해외시장 먼저 두드린 이유
피피비스튜디오스는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우선 공략하며 차별화 전략을 펼쳤다. 한국은 렌즈의 온라인 판매가 금지되고 반드시 안경원이 있는 오프라인 유통망을 거쳐야 하는 폐쇄적인 구조다. 반면 일본·대만·중국·싱가포르 등은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 뷰티 기반의 감성 디자인이 브랜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일본은 컬러렌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지만, 시장 규모가 큰 만큼 K뷰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본콘택트렌즈협회에 따르면 2022년 일본 콘택트렌즈 시장 규모는 2824억엔(약 2조6476억원)으로 같은 해 국내 시장(약 2800억원)과 비교하면 약 9배에 달한다. 하파크리스틴은 2022년부터 일본 돈키호테 전국 400여 개 매장에 입점했고 도쿄 하라주크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현재 일본 내 매출은 현재 연간 약 2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미국 시장도 본격적으로 확장 중이다. 존슨앤드존슨(아큐브), 바슈롬, 쿠퍼비전 등 글로벌 ‘빅3’ 브랜드가 장악한 시장이지만 컬러렌즈 부문에서는 경쟁이 비교적 적어 진입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와 마이애미에 각각 플래그십 매장을 운영 중이며 월매출은 약 4억원 규모다. 뉴욕에는 세 번째 매장을 열 계획이다.
장 대표는 “미국은 처방 기반 시장이라 초기 진입이 까다롭지만 고객을 확보하면 재구매율이 높고 온라인·오프라인 모두에서 반복 구매가 가능해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안과 전문의와 협업해 처방 기반 유통 시스템을 미국 전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시장에서는 디자인 혁신을 통해 후발주자로서 입지를 넓혀갈 계획이다. 렌즈를 하나의 ‘뷰티 아이템’으로 인식하고 자연스럽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투톤 컬러, 직경의 다양화, 세밀한 패턴 등 소비자 니즈에 맞춘 맞춤형 디자인을 통해 차별화를 이어가고 있다.
렌즈 플랫폼, 안경원과 상생 구조로
피피비스튜디오스가 내다보는 다음 단계는 렌즈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오프라인 안경원과의 상생이다. 이를 위해 회사는 2022년 출시한 렌즈 플랫폼 ‘윙크’의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윙크는 소비자가 앱에서 원하는 렌즈를 선택한 뒤 가까운 안경원에서 처방을 받고 구매할 수 있도록 설계된 서비스다. 재고 부담이 큰 소규모 안경원에는 새로운 매출 기회를, 소비자에게는 접근성과 편의성을 제공하는 구조다. 회사는 윙크에 단순 예약 기능을 넘어 고객 재구매 시점 알림, 데이터 기반 맞춤 마케팅, 안경원 홍보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할 예정이다.

장 대표는 “전국 약 1만 개 안경원 중 대부분이 디지털 마케팅에 취약한 소상공인”이라며 “이들이 플랫폼을 통해 실질적인 매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피피비스튜디오스의 진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고객을 안경원으로 유입시키는 IT 기반 상생 플랫폼으로 윙크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이러한 방향성에 맞춰 올해 사업 전략에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브랜드 인지도 확장과 해외 진출에 집중하며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마케팅 비용을 조정하고 IT 인프라와 플랫폼 완성도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장 대표는 “올해는 반드시 흑자 전환을 이루고 내년에는 영업이익 1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단순한 숫자 성장을 넘어 플랫폼 기반의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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