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펀드(PEF) 운용사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올해 상반기에 진행하려던 HPSP 매각 본입찰을 미룰 것으로 보인다. 종잡을 수 없는 금리와 미국의 관세정책 등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매물로 나온 다른 조 단위 기업들의 매각 일정도 잇따라 연기되고 있다. 인수합병(M&A) 시장에 대어는 넘치지만 막상 거래는 잠잠한 '풍요 속 빈곤' 상태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크레센도는 상반기 내 계획했던 HPSP 매각 본입찰 일정을 늦추기로 가닥을 잡았다. HPSP의 최대주주 크레센도와 매각주관사인 UBS는 올 초 예비입찰을 실시해 MBK파트너스와 블랙스톤, 베인캐피탈 등 글로벌 프라이빗에쿼티(PE)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크레센도는 예비입찰 흥행에 힘입어 상반기 내 본입찰, 연내 매각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IB 업계 복수의 관계자들은 "예비입찰에서 인수후보를 몇 곳 선정했지만 본입찰 일정을 늦추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크레센도가 연내 HPSP 매각을 마무리하려는 의지는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HPSP는 반도체 선단 공정에 필수적인 고압수소 어닐링(열처리) 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급하는 업체로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8745억원이다. 지난해 11월 티저레터 배포 당시 시가총액은 2조8000억원이었지만 6개월 사이 1조원가량 증발했다. 한때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기업가치가 4조~5조원까지 거론되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 주가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크레센도가 보유한 HPSP 지분은 39.42%다. 현 주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매각가는 1조원대로 거론된다. HPSP가 시장 내 독점적 지위를 가졌기 때문에 높은 몸값에도 글로벌 PE들의 관심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크레센도는 금리불안, 미국의 관세정책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본입찰 일정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 이는 HPSP만의 얘기가 아니다. 시가총액 4조원에 달하는 클래시스도 최근 예입입찰 결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그룹 등 글로벌 PE들이 대거 관심을 보였지만 매각절차를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HPSP와 클래시스 모두 매각자와 원매자 간 가격에 대한 눈높이가 맞지 않는 것이 일정 연기의 주요 원인이지만, 최근 PE들이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한몫을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IB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M&A 시장이 잠잠할 것 같다"며 "국내외 자문사들도 기업이나 PE에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말 것을 제안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관세나 금리 등에서 불확실성이 있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라도 상반기까지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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