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에 수십억 아파트, 지역구에는 원룸 월세... "초선들의 진심은 어디에"
지역구 초선 89명 가운데 37명이 해당
22대 국회에 입성한 여야의 지역구 초선 의원 40%가 소위 서울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 수도권을 비롯한 부동산 가격 상승이 큰 지역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정작 지역구에선 전월세를 살고 있는 것으로 18일 집계됐다. '지역구 발전'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공복이지만, 노른자 부동산에 대한 욕심도 내려놓고 싶지 않은 이중적 심리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일보가 지난달 29일 공개된 22대 국회 신규등록 의원 재산등록 사항을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89명의 지역구 초선 의원 중 절반 가까운 37명(41.6%)이 과거 투기 과열로 인해 부동산규제지역으로 지정됐던 지역에 아파트 등을 소유한 채로, 자신의 지역구에서 셋방살이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37명 중 14명은 여전히 투기과열지구로 지정 중인 서울 강남3구, 용산에 아파트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셋방살이를 하는 의원들 중 상당수는 보증금 3,000만 원 이하의 원룸·오피스텔을 임차한 상태다.
22대 총선 기간 편법대출 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양문석(경기 안산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 서초 잠원동에 31억2,000만 원 상당의 아파트를 부부 공동 명의로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 실거래가는 4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4월 편법 대출 논란이 일자 "아파트를 처분해 대출금을 갚고 발생한 이익은 전액 기부하겠다"고 했지만, 등기부등본과 실거래가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여전히 이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 의원은 지역구인 경기 안산갑에서는 본오동의 한 아파트(28.21㎡)를 보증금 500만 원에 임차한 것으로 신고했다.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가시스템상, 해당 아파트는 500만 원 보증금에 월세 45만~50만 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부산 북을이 지역구인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 용산 한남동에 61억9,347만 원의 아파트를 부부 명의로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반면 지역구인 부산 북구에선 화명동의 한 오피스텔을 보증금 500만 원에 임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오피스텔 또한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5만 원 수준으로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22억여 원의 강남 개포동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유영하(대구 달서갑) 국민의힘 의원도 지역구엔 보증금 2,000만 원(월세 100만 원 수준)의 아파트를 임차했고, 안도걸 민주당 의원도 강남 개포동에 19억 원가량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지역구엔 보증금 4,000만 원(월세 70만~80만 원 수준)의 아파트를 임차했다.
89명의 의원 중 지역구에 보유·임차한 주택이 없는 경우도 8명이나 됐다. 대부분 부모 명의 주택에 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진우(부산 해운대갑) 국민의힘 의원은 강남구 압구정동 한 아파트를 14억 원에 전세 임차했다고 신고했지만, 지역구인 해운대엔 별도로 소유하거나 임차한 주택이 없었다. 주 의원실 관계자는 "부모님 댁에 거주하고 있다"며 "전입 신고도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 의원은 '독립생계'란 이유로 부모님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다. 박민규(서울 관악갑) 민주당 의원은 지역구인 관악구 봉천동 오피스텔 11실과 21억 원 상당의 서초 방배동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오피스텔을 임대해줬기 때문에, 실거주는 방배동 아파트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드물지만 지역구로 이사를 간 경우도 있다. 강명구(경북 구미을)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 영등포 한 아파트의 전세 계약(4억7,400만 원)을 해지한 뒤, 지역구의 한 아파트로 이사했다. 자녀 교육 등을 고려해 서울에 거주지를 두는 경우가 많지만, 일가족이 모두 지역구로 옮겼다. 지역구에 부모 명의가 아닌 자가 주택을 보유한 의원은 89명 중 20여 명에 불과하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에 주택을 갖도록 강제할 수 없지만, 이 같은 행태는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남에 수십억 대 아파트를 갖고, 지역구에선 원룸 월세를 산다면 주민들이 그 정치인을 얼마나 믿을 수 있겠느냐"며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선거에서 낙선한다면 금방 지역구를 떠날 수 있단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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