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3나노 웨이퍼 가격 25% 인상…삼성전자, 반사이익 얻을까?

삼성전자 3나노 파운드리 양산에 참여한 구성원들이 양산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1위인 대만의 TSMC가 연내 양산할 계획인 3나노미터(nm, 10억분의 1m) 기반 웨이퍼 단가를 25% 인상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3nm 시장에서 TSMC와 고객사 확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가 TSMC의 웨이퍼 가격 인상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대만 디지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TSMC가 올해 말 양산을 시작할 3nm 공정 12인치 웨이퍼의 단가는 2만달러(한화 약 2700만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5nm 공정 웨이퍼 단가 1만6000달러(한화 약 2150만원)보다 25% 인상된 가격이다.

웨이퍼는 반도체 집적회로의 핵심 재료인 원형의 판이다. 웨이퍼의 두께가 얇을수록 제조원가가 줄어들며 지름이 클수록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칩의 수가 증가한다. 여기에 3nm 등 초미세 공정을 접목하면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칩의 수가 늘며 소비 전력이 감소한다.

TSMC는 대외적으로 웨이퍼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외신에 따르면 TSMC의 웨이퍼 가격은 △2014년 28nm, 3000달러 △2016년 10nm, 6000달러 △2018년 7nm, 1만달러 △2020년 5nm 1만6000달러 등으로 추정된다.

TSMC의 웨이퍼 단가 상승은 고객사에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TSMC는 내년 파운드리 가격을 3~6%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3nm 웨이퍼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 기존 인상 계획과는 별도로 선단공정의 추가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TSMC는 파운드리 시장 1위 사업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3.4%다. 특히 고객사 수요에 따라 필요한 반도체가 세분화되면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의 중요성도 커졌다.

TSMC는 3nm 공정에서 애플, 인텔, 미디어텍,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즉 TSMC의 3nm 공정 가격 상승은 이들이 앞으로 만들 칩, 그리고 완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가령 애플은 2023년 아이폰 15 시리즈에 A17 칩, 맥 제품에는 M3칩을 사용할 계획인데, 이 칩들은 TSMC의 3nm 공정으로 생산될 전망이다. 웨이퍼 생산 단가의 상승이 칩의 생산 단가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소비자에 판매되는 완제품의 가격 상승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TSMC가 고객사 확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TSMC의 가격 인상은 삼성전자에게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을 적용한 3nm 파운드리 양산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에 뒤처져 있어, 당장 가격보단 고객사에 기술력을 보여주고 신뢰도를 쌓는 과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고객사들이 ‘멀티 파운드리’ 전략을 쓰고 있다는 점도 기회 요인이다. 과거 팹리스 기업이 TSMC에 생산을 전량 위탁했다면, 요샌 이 물량을 TSMC와 삼성전자에 나눠준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퀄컴이 멀티 파운드리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변수는 삼성전자의 3nm 공정 수율이다. 삼성전자는 5nm 세대에서부터 수율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는 4nm까지 이어졌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도 4nm와 5nm에서 TSMC보다 개발 일정과 수율 등에서 뒤처진 게 사실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3nm 등 선단공정에 대해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심상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지난 15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설명회에서 “4~5nm에서는 TSMC에 뒤처졌지만, 3nm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2027년까지 파운드리 생산량을 2022년 대비 3배 이상 확대해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