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금바리보다 비싸다는 제철 제주 금태
제주 바다에 봄이 닿으면 수면 가까이로 떠오르는 붉은 생선이 있다. 몸에 비해 큰 눈, 붉은 빛 비늘. 정식 명칭은 눈볼대지만, 사람들은 ‘금태’라 부른다. 가격만 봐도 그렇다. 1kg에 7만 원.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면 활 다금바리는 1kg에 6만 원 안팎이다. 제철만 되면 금태가 더 비싸다. 고급 생선 중에서도 특별하다.
금태는 수심 100m 아래에 머물다, 수온이 오르는 3~6월 사이 얕은 바다로 올라온다. 산란기를 앞둔 이 시기, 잠깐의 틈에만 어획이 가능하다. 봄을 놓치면 다시 보기 어렵다. 어획량도 많지 않다. 1년에 한두 번, 마주칠 수 있을까 말까다. 생선계의 명품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굽고, 끓이고, 졸이면 다르다…요리법 따라 달라지는 금태
구이는 바삭함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살아난다. 비늘은 벗기지 않는다. 팬에 기름을 두른 뒤 끼얹듯 구우면 비늘이 오그라들며 튀겨진다. 이후 오븐에서 10분 이상 익히면 속까지 부드럽게 완성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껍질째 먹는다. 담백한 생선과 달리 고소한 지방이 풍부하다.
조림은 탱탱한 질감이 살아 있다. 양념 없이도 짭조름하다. 고등어나 갈치와는 다르다. 뼈 주위에서 단맛이 나온다. 조림 국물은 걸쭉하지 않아도 농도가 있다. 흔한 생선에서 느끼기 힘든 식감과 향이 동시에 남는다. 남은 국물에 밥을 비벼 먹으면 밥맛까지 달라진다.
맑은탕은 육수를 쓰지 않는다. 내장과 채소만으로 끓인다. 기름진 흰살 생선이기 때문에 육수를 더하면 흐려진다. 물만 넣어도 국물은 뽀얗게 나온다. 사골 같다는 표현이 따라붙는다. 기름기가 퍼지며 입안을 감싼다. 별다른 재료가 없어도 풍부하다. 생선 자체가 육수다.
솥밥 위 금태 한 마리…접시 하나로 완성되는 봄 한철
솥밥 재료로도 금태는 쓰인다. 갓 지은 밥 위에 구운 생선을 통째로 얹는다. 밥알 사이로 기름이 스며든다. 비주얼은 단순하지만, 향과 식감이 밥에 그대로 배어든다. 고급 한정식이나 코스 요리에서 빠지지 않는다. SNS를 통해 퍼졌고, 젊은층도 반응했다. 금태를 모른 채 접해도 한 번 맛보면 잊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금태는 마트에서 보기 어렵다. 대부분 산지 직송이거나 낚시로 잡는다. 유통량이 적고 수요는 점점 늘고 있다. 미식 열풍이 거세지며 찾는 사람은 늘었지만, 공급은 따라가지 못한다. 값이 오르고 있어도 여전히 대중화되진 못했다.
어떤 방식으로 먹든 금태는 흔하지 않다. 제주에서 금태를 먹는다는 건, 봄 한철을 접시 하나에 담아낸다는 말과 같다. 짧고 진하게 끝난다. 그래서 다시 찾는다. 먹고 나면 남는 건 맛뿐이다.
통째로 올렸다… 금태 솥밥 레시피
■ 재료(1인분)
손질 금태 1마리(260~300g), 불린 쌀 1컵(180mL), 청주 40mL, 생수 120mL, 맛소금 2꼬집, 실파 1큰술, 영양부추 5큰술 반, 진간장 5큰술 반, 백설탕 1큰술
■ 만드는 법
1. 손질한 금태는 비늘을 남긴 채 2장으로 포를 뜨고, 앞뒤로 맛소금 2꼬집을 뿌려 5분간 둔다.
2. 팬에 식용유 1큰술을 두르고 금태를 껍질이 아래로 가도록 올린다. 중불에서 2분 굽고, 뒤집어 약불로 2분 더 굽는다.
3. 생수 120mL와 청주 40mL를 섞어 밥물을 준비한다.
4. 불린 쌀 180mL를 솥에 넣고, 준비한 밥물을 부은 후 센 불에서 2분간 끓인다.
5. 끓기 시작하면 젓가락으로 두세 번 저어준 뒤, 중약불로 줄여 6분간 익힌다.
6. 구운 금태를 밥 위에 얹고 불을 약하게 줄여 2분 더 끓인다.
7. 불을 끄고 그대로 4분간 뜸을 들인다.
8. 금태 위에 송송 썬 실파 1큰술을 얹는다.
9. 영양부추 5큰술 반, 진간장 5큰술 반, 백설탕 1큰술을 볼에 담고 섞어 부추간장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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