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유출은 꿈도 꾸지 마라..17년 만에 첫 내부 공개한 국가고시센터[가보니]
30초 몸수색 후에야 입장 가능
CCTV 69대가 건물 실시간 감시
17종 시험 347개 과목 문제 출제
정원에서 고개를 젖히니 낚싯줄이 보였다. 바다도 아닌 파란 하늘에 낚싯줄이라니. 건물과 건물 옥상 사이, 낚싯줄 120개가 씨줄날줄로 엮여 있었다. 누군가 하늘에서 택배상자를 떨어뜨려도 낚싯줄에 걸릴 것 같았다. 조재운 인사혁신처 시험출제과 팀장은 “몇 년 전에 드론이 근처에 왔던 적이 있어서, 그 이후로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낚싯줄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ㅁ’자 형태의 본관과 별관 옥상 사이 낚싯줄이 설치된 이곳은 경기 과천에 있는 국가고시센터(이하 고시센터)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27일 2005년 준공된 고시센터를 17년 만에 처음 언론에 공개했다.
고시센터는 5급·7급·9급 국가공무원 시험 문제 등을 내는 출제위원·문제 선정위원이 머무는 곳이다. 2~3인실 숙소(146실)와 출제관련시설 등이 있다. 고시센터는 국가보안시설 ‘다’급 건물이어서 주변 도로 표지판을 둘러봐도 안내 표시판을 찾을 수 없다. 건물 입구나 건물 벽면에 ‘국가고시센터’ 표시 또한 없었다.
이렇듯 센터의 ‘생명’은 보안이다. 입구에서 몸수색을 했는데 30초 넘게 걸렸다. 공항 검색대보다 엄격했다. 건물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창문에는 모두 시트지가 붙었다. 외부와 연결된 유일한 통로였던 식당 조리실 내 환풍기 2개에도 철조망이 쳐졌다. 음식물 쓰레기도 출제위원들의 2주 가량 합숙이 끝나야 함께 나갈 수 있다.
휴대전화, 노트북 등 전자기기 반입은 금지된다. 외부와 연락 또한 할 수 없다. 고시센터의 시험출제과장은 1년 중 5개월 가량 외부와 연락이 차단된 채 지낸다고 한다. 폐쇄회로(CC)TV 총 69대가 건물 내·외부를 실시간 감시한다. 출제위원이 인터넷 검색을 하더라도 직원이 동행하며, 기록지에 검색어를 남겨야 한다. 문제가 저장된 서버가 있는 보관실은 보안이 가장 삼엄하다. 담당 사무관의 출입카드를 출입구에 대고 나서, 주무관의 지문까지 찍어야 출입이 가능하다.
고시센터에서 보안만큼 중요한 게 시험문제 출제다. 고시센터에선 17종 시험에서 347개 과목 문제를 낸다. 출제위원·문제 선정위원 등 위촉위원만 지난해 기준 7551명이다. 현재 고시센터 문제은행에는 9만5000여개의 문제가 축적돼 있다. 조 팀장은 “값어치로 환산하면 58억원 상당”이라고 했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채용시험을 위탁해 고시센터가 담당하는 시험도 늘어나고 있다.
고시센터가 집중하는 것은 출제 문제의 정교화, 오류의 최소화다. 범위가 넓고 양이 많은 만큼, 오류 발생의 가능성도 커진다. 고시센터는 문제은행 구축→시험문제 선정 등의 과정을 통해 시험 문제를 출제한다. 재검토위원의 문제 재검토 과정 등을 포함하면 총 17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지난해 국가공무원 시험 기출문제의 선정·출제 검토 과정을 보니, 문제 검토위원·재검토위원은 펜으로 출제 문제의 약점을 지적해놨다. 검토지에는 ‘다른 지문과 유사하다’거나 ‘법조문 내용과 유사’, ‘주제 동일’, ‘풀이방식이 유사함’ 등의 손글씨 메모가 쓰여 있었다. 올해는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교차 검증을 해 출제 전 문제의 오류를 잡아내기도 했다.
실제로 고시센터의 출제오류 비율은 낮은 편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고시센터가 지금까지 낸 문제의 오류율은 0.06%다. 국회사무처(0.18%), 법원행정처(0.16%)보다 오류율이 낮다.
고시센터의 역사가 쌓이면서 에피스도도 생겼다. 문제은행에서 출제할 문제를 선정하려면 최소 2주는 고시센터에 감금되다보니, 그 안에서 인연을 맺은 커플이 여럿 있었다. 고시센터에 청첩장을 보낸 이들만 일곱쌍 있었다고 한다.
또 고시센터의 수용능력이 부족해 위촉위원들은 2인 1실 혹은 3인 1실을 써야하는데, 아예 텐트를 챙겨온 교수도 있었다. 그는 타인의 코골이를 힘겨워해 텐트를 치고 고시센터 내 야외공간에서 잤다고 한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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