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기자의 영화영수증 #775]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 (Sabakan, 2022)
글 : 양미르 에디터

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일본 영화들이 있다.
9살 소년과 52살 아저씨의 여정을 담은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기쿠지로의 여름>(1999년)이 먼저 떠올려지고, 대표적인 일본의 신파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4년)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년)도 여름이 주요 시점인 작품이다.
지금 소개할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도 여름 배경 일본 영화 대표 리스트에 포함해도 좋을 작품이 될 것 같다.
40대 대필 작가 '히사'(쿠사나기 츠요시)는 자신만의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아내와 별거 중인 상태에서 딸의 양육비를 대느라, 생각을 실현에 옮기는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던 어느 날, '히사'는 고등어 통조림을 보면서 자신의 경험을 떠올린다.
영화는 '히사'가 1986년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간다.
어린 '히사'(반카 이치로)는 같은 옷만 입고 다니며, 책상 위에 물고기 그림만 그린다는 이유로 따돌림당하는 '타케'(하라다 코노스케)를 떠올린다.
여름방학이 한창일 때, '타케'는 '히사'의 집에 찾아와 같이 돌고래를 보자며 '부메랑 섬'에 가자는 제안을 한다.
엉겁결에 제안을 받아들인 '히사'는 함께 자전거 한 대를 타고 여정에 나선다.
이 여정을 통해서 두 사람은 친구가 되지만,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의 순간, 두 사람은 관계가 소원해진다.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특수성과 보편성을 모두 보유한 작품이다.
영화의 감독은 개그맨으로 데뷔한 후, 일본 지상파 방송국에서 예능 프로그램 작가로 활동했으며, 이후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2020년) 시즌2의 공돈 각본가로 참여하는 등 장르를 오가며 글쓰기를 진행한 카나자와 토모키.
이 작품은 그의 장편 연출 데뷔작으로, 1986년의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한다.
실제로 나가사키현에서 나고 자란 감독의 향수가 녹아 있는데, '히사'와 '타케'가 부메랑 섬으로 돌고래를 찾아 떠나는 장면은 그의 체험담이라고.
해당 시기에 유년 시절을 보냈다면, 영화 자체만으로도 아련한 향수를 느낄 수 있고, 추억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작품의 '특수성'이라 하겠다.
보편적으로 영화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스한 정을 느낄 수 있다.
'타케'가 '히사'를 친구로 사귀고 싶었던 이유라든지, 두 친구가 여행을 떠나던 중 곤란을 겪을 때 도움을 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히사'의 어머니에게 인정을 베푸는 동료 직원들의 모습은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러면서 유년 시절, 다른 이로부터 온정을 받아본 기억이 있는 관객이라면, '시기'를 떠나서 먹먹함이 흐를 장면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모두 다 매미 소리가 요란히 우는 여름철이기에 가능한 기적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익숙한 내용을 담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은 후덥함보다는 따스함이 더욱 느껴진 작품이었다.

한편, 카나자와 토모키 감독은 무명의 어린이 배우를 오디션을 통해 주역으로 발탁했다.
그래서 실제 연기나, 촬영 경험이 거의 없는 2010년생 동갑내기 배우들이 영화의 주연을 맡게 됐는데, 감독은 촬영장에서 어린이 배우들과 친근한 소통을 통해 자연스러운 연기를 끌어내고자 했다.
이로 인해, 틀에 박히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무기로 한 두 소년의 연기가 빛나는 영화가 태어났다.
또한, 모든 촬영을 실제 나가사키에서 진행했는데, 주인공을 맡은 어린이 배우들은 나가사키에서 합숙하며 지역 사투리를 익혔고, 경험하지 않은 시대를 감독과의 깊은 소통을 통해 간접 체험하고 이해했다.
어른이 된 '히사' 역에는 일본의 국민 그룹 SMAP의 멤버이자, 국내에서는 '초난강'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친한파 배우 쿠사나기 츠요시가 연기했다.
본래 이 작품의 초안은 카나자와 토모키 감독이 집필한 1인극 형태의 라디오 드라마 대본이었고, 쿠사나기가 이를 낭독해 녹음하였으나 아쉽게도 세상에 공개가 되지 못했다고.
이후 영화 제작이 결정되었을 때, 카나자와 감독이 다시 쿠사나기에게 러브콜을 보내 영화 출연이 성사됐다.
나자와 감독은 어른이 된 '히사' 캐릭터를 추가한 의도에 대해 "나 또한 글쟁이이고, 주인공처럼 잘 안 풀리는 시절이 있었다. 나 자신을 이야기에 투영함으로써 자전적인 느낌을 강화했다"라고 밝혔다.
2023/06/22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 감독
- 카나자와 토모키
- 출연
- 반카 이치로, 하라다 코노스케, 쿠사나기 츠요시, 오노 마치코, 다케하라 피스톨, 후쿠치 모모코, 하치무라 린타로, 카야시마 미즈키, 칸지야 시호리, 이와마츠 료, 무라카와 에리, 고리켄, 시노하라 아츠시, 이즈미사와 유키
- 평점
-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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