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그냥 손에 바르는데…" 유럽에선 자주 먹는다는 '식재료' 정체

채식 식재료인 '시어버터'
시어버터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여름 에어컨 바람에 건조해진 손끝이 따끔할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이 기름을 꺼내 발라봤을 것이다. 하얗고 단단한 고체가 손바닥 위에서 천천히 녹기 시작하면, 체온에 반응하듯 피부를 감싸며 부드럽게 스며든다. 손등에 한 번, 입술에 한 번. 작은 통 속에서 꺼낸 이 기름은 보습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만능 연고처럼 자리 잡았다.

이 기름의 정체는 '시어버터'다. 이름은 몰라도 그 촉감과 향, 발림성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피부에 바르는 용도 외에는 크게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사실 시어버터는 화장품보다 먼저 음식이었다. 아프리카 중서부 지역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이 기름을 요리에 사용해 왔고, 지금도 유럽에서는 버터나 마가린 대신 쓰는 채식 식재료로 소비되고 있다.

화장품 재료로 쓰이는 기름

시어버터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시어버터는 주로 핸드크림, 립밤, 바디로션 성분으로 사용된다. 하얗고 단단한 덩어리 상태로, 손에 쥐면 체온에 녹는다. 피부에 발랐을 때 수분 증발을 막아주는 기능이 탁월해 보습제로 많이 쓰인다.

한국에서는 보통 ‘보습용 외용 성분’으로 인식되지만, 사실은 식물에서 짜낸 천연 지방이다. 시어버터의 원료는 아프리카 시어 나무 (Vitellaria paradoxa)의 씨앗이다.

이 기름은 트리테르펜, 카로티노이드, 비타민E 등 항산화 성분도 풍부하다.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상처, 화상, 벌레 물림 부위에도 바른다. 실제로 민감한 피부용 크림, 베이비보습제, 두피 팩 성분으로도 시어버터가 쓰인다.

먹을 수도 있다는 사실… 유럽선 이미 ‘버터’ 대체재

식용 시어버터 자료사진. / 위키푸디

시어버터는 알고 보면 식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지방이다. 아프리카에서는 곡물죽, 옥수수 반죽, 스튜 등에 넣는 조리용 기름으로 사용됐다. 유럽에선 이를 '비건 버터’라고 부른다.

동물성 유지 없이도 바삭함과 풍미를 내는 식물성 고체지방이기 때문에 시어버터는 포화지방 함량이 높고 산화 안정성도 뛰어나 제과·제빵에 적합하다.

유럽 유기농 시장에선 정제된 식용 시어버터가 따로 판매된다. 이 버터는 향을 줄이고 불순물을 제거한 상태로, 쿠키·머핀·팬케이크에 넣는다. 코코넛오일, 카카오버터처럼 비건 디저트에 쓰인다.

한국에서는 아직 식용으로 정식 수입되지 않았다. 국내 유통 제품은 모두 화장품용 외용 시어버터다. 제조 방식 자체가 식용 기준과 다르므로 먹을 수 없다.

나무에서 자라기까지 15년… 귀한 유지의 생산과 보관

시어버터 자료 사진. / 위키푸디

시어버터의 원료는 시어 나무다. 사헬 지대에서만 자라는 이 나무는 15년이 지나야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성목이 되면 매년 15~20kg가량의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열매 안의 단단한 씨앗을 꺼내 건조하고, 이를 볶거나 쪄서 압착하면 기름이 나온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어버터는 고체 상태로 굳는다. 상온에서도 변질이 적고, 냉장 보관 없이도 수개월 이상 보존 가능하다.

비정제 시어버터는 향과 영양소가 풍부하고 노란빛을 띠지만, 민감 피부에는 무향에 가까운 정제 시어버터가 적합하다. 외용 제품은 유리병이나 밀폐 용기에 넣어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다만, 화장품용 시어버터는 절대 먹지 말아야 한다. 식용 제품과는 제조, 위생 기준이 완전히 다르다. 외국 직구나 유기농 식품몰에서 판매되는 식용 정제 시어버터는 따로 구분돼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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