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타전 끝에 키움 갈길바쁜 한화 발목잡았다!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최하위 키움이 한화를 제대로 흔들었다.” 20안타, 13득점. 그 한복판에 박주홍의 데뷔 첫 4안타가 있었다. 전날 큰 점수차로 이겼던 한화는 같은 상대에게 바로 발목을 잡혔고, 1위 LG와의 간격도 다시 3.5경기로 벌어졌다. 순위 싸움이 한창인 시점이라 더 아쉬운 패배다.

무너진 건 시작이었다. 한화 선발 문동주는 올 시즌 키움만 만나면 강했는데, 이날은 달랐다. 직구 스피드는 좋았지만 코스가 가운데로 몰렸고, 변화구가 높게 떠올랐다. 1회부터 흔들리더니 4회에 연속 안타를 얻어맞고 대량 실점했다. 3⅓이닝 8실점. 최근 흐름을 생각하면 충격적인 기록이다. 반대로 키움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오선진의 적시타, 박주홍의 우중간 3루타, 송성문의 2루타, 임지열의 추가타까지 줄줄이 맞아 나왔다. 한 이닝에 경기 흐름이 완전히 뒤집혔다.

한화도 반격이 없지는 않았다. 하주석이 결정적인 한 방을 때렸고, 심우준·문현빈도 기회를 살렸다. 4회에 넉 점을 쫓아가며 분위기를 되살리는 듯했다. 9회에는 이진영이 투런포로 마지막 불씨를 살렸다. 하지만 내내 쫓아가는 입장이었고, 키움이 9회 초 임병욱의 솔로포로 다시 달아난 뒤 박주홍·송성문이 한 점씩 더 보태면서 승부가 기울었다. 키움 불펜도 중간에 흔들렸지만, 원종현을 시작으로 한 명씩 끊어 던지며 큰 불을 막아냈다. 한화는 초반 큰 실점이 너무 컸다.

이 경기의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선발 싸움에서 졌다. 문동주의 실투가 몰렸고, 한화 벤치의 교체도 한 박자 늦었다. 상대 타석이 달아오를 때 ‘한 타자 더’ 욕심냈던 게 대형 이닝으로 이어졌다. 둘째, 작은 것들이 실점으로 번졌다. 초반 폭투, 중간계투의 볼넷, 카운트 몰리고 던진 높다란 공. 이런 게 한두 개 겹치면 바로 2~3점이 된다. 셋째, 키움의 상·하위 타선이 모두 살아 있었다. 송성문이 앞에서 길을 열고, 가운데서 최주환·임지열이 해결했고, 아래에서는 박주홍이 쐐기를 박았다. “꼴찌 팀”이라는 꼬리가 더는 통하지 않는 날이었다.

한화 입장에서 얻은 숙제도 분명하다. 우선 로테이션 관리다. 8연전이 시작되는 타이밍에 선발이 초반에 무너지면 불펜이 과부하를 맞는다. 오늘처럼 쫓아가는 경기는 필승조도 일찍 꺼내기 어렵다. 그래서 더더욱 선발이 흔들릴 때 과감한 조기 교체, 그리고 롱릴리버의 역할이 중요하다. 둘째, 수 싸움의 속도다. 상대가 번트를 내고, 주루를 적극적으로 하고, 타석 템포를 바꿀 때 우리도 함께 박자를 바꿔야 한다. 포수 사인, 타자 상대 플랜B를 빠르게 꺼냈어야 했다. 셋째, 득점권 집중력. 안타 수는 적지 않았지만, 한 번에 묶어 내는 힘이 모자랐다. 만루에서 한 방이 부족했고, 바깥쪽 공략을 고집하다가 카운트가 불리해지는 장면이 여러 번 나왔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하주석이 결정적인 타점을 올렸고, 심우준은 공수에서 묵묵히 제 몫을 했다. 문현빈은 여전히 분위기를 바꾸는 선두 타격이 좋다. 리베라토도 계속해서 출루와 연결을 만들어 준다. 전날 헤드샷을 맞았던 김태연의 큰 부상 소식이 아니라는 점도 팀 전체에 안도감을 줬다. 무엇보다 이 팀은 올해 “다같이 치고, 다같이 막는” 야구로 여기까지 왔다. 하루 나쁘다고 무너질 전력은 아니다.

남은 해법을 간단히 적어보면 이렇다. 문동주에게는 “높이와 코스”를 다시 잡는 게 1순위다. 빠른 공이 좋을수록 낮게, 그리고 우타자 바깥쪽 끝을 더 과감히 써야 한다. 변화구는 스트라이크부터 넣고 승부하는 날과, 유인구로 빼는 날을 나눠야 한다. 타선은 초구부터 ‘팀 배트’를 하자. 작게 끊어 쳐서 주자를 쌓고, 번트·히트앤런·희생플라이로 한 점씩 가져오는 운영을 더 자주 섞자. 불펜은 역할을 더 명확히 하자. 롱(2이닝), 브리지(1이닝), 셋업·마무리 순을 고정하면 선수들도 준비가 쉬워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다. 순위표 아래에 있는 팀이라고 얕보면 곧장 되돌려 맞는다. 키움은 요즘 LG도 이겼고, 오늘처럼 한화도 잡았다. 남은 일정에서 이런 경기 한두 번이 순위를 갈라놓는다. 한화가 목표를 “LG 추격”으로 잡고 있다면, 내일은 오늘의 반대로 가야 한다. 선발이 길게 버티고, 공격은 먼저 치고 나가고, 수비는 실수 없이 땅볼 하나, 뜬공 하나를 깔끔히 처리하면 된다. 이 팀은 이미 그걸 여러 번 해냈다. 오늘 패배는 아프지만, 방향을 잃을 정도는 아니다. 중요한 건 바로 다음 경기다. 한 번 더 흔들리느냐, 다시 흔드는 팀이 되느냐다. 오늘 배운 걸 내일 바로 쓰면, 추격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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