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끊기고 휘파람만···그리스 항공 관제 마비, 원인 규명 논란

그리스 상공이 수 시간 동안 사실상 ‘통신 블랙홀’로 전락하는 사태가 하루 만에 복구됐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과 노후 항공관제 인프라에 대한 비판은 커지고 있다.
5일(현지시간) 그리스 일간 에카티메리니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이·착륙이 전면 중단됐던 그리스 전역의 공항들은 현재 정상 운영되고 있다. 그리스 교통부는 “이번 사고로 항공 안전에 직접적인 위험은 없었다”며 “책임이 확인될 경우 관련자를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번 장애와 관련해 사이버 공격 가능성은 배제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앞서 전날 오전 그리스 영공 관제센터의 중앙 무선 통신망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아테네 국제공항과 제2 도시 테살로니키 국제공항을 포함한 전국 모든 공항에서 항공기 이·착륙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여행객 수천 명의 발이 묶였다.
당시 아테네 공항에서는 항공교통관제사들이 항공기를 활주로로 유도하던 중, 평소 이어지던 무선 교신이 갑자기 끊기고 고음의 휘파람 소리만 들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근무 중이던 관제사와 항공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관제센터는 그리스 영공 내 대부분 항공기와 교신이 단절됐다. 인터넷 시스템도 전반적으로 마비돼 민간항공청 홍보실도 e메일 대신 전화로 대응해야 했다. 인접국가의 한 관제사도 “무선 통신이 작동하지 않아 그리스와의 대부분의 소통이 전화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번 장애는 오전 10시쯤부터 오후 2시까지 지속했다. 관계자들은 시스템이 수리된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복구됐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제사는 “갑자기 통신이 끊기고 고음의 소리만 들렸다”며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어떻게 정상화됐는지조차 알 수 없다. 재발 방지를 위해 정확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항공 안전 전문가인 파이돈 카라이오시피디스는 “그리스 영공에 거대한 블랙홀이 생긴 것과 같았다”며 “관광 성수기인 여름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혼란은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2009~2018년 국가 부채 위기 이후 노후화되고 재원이 부족한 그리스 항공 인프라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리스 정부는 현재 시스템이 유럽연합(EU) 기준을 충족하고 있으며, EU 집행위원회와 함께 2028년까지 항공 시스템 현대화를 추진 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EU 집행위는 지난달 그리스가 시계 확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요구되는 일부 안전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EU 사법재판소에 회부한 상태다. 해당 조치들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지는 불분명하지만 시스템 개선이 지나치게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리스 항공교통관제사 협회 의장인 파나요티스 프사로스는 “이번 사건은 노후하고 재정이 부족한 항공교통 관리 인프라의 치명적인 취약성을 다시 한번 드러났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문제의 원인이 단순한 장비 노후화에만 있지 않다고 전했다. 1990년대 도입된 무선 장비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으며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관광 호황에도 불구하고 항공교통관제사와 전자 기술 인력 부족이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카라이오시피디스는 “구식 기술 장비와 인력 부족이 항공교통 관리의 병목 현상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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