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가 60%, 회사 닫을 뻔"…코스닥 기업 '동아줄' 된 밸류업
[편집자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코스닥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밸류업 세제혜택은 코스닥 기업들의 가업상속에 큰 메리트가 될 수 있다. 밸류업 지수에 코스닥 기업이 다수 편입돼야 기존 지수와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 거란 거란 목소리도 나온다. 밸류업과 코스닥은 서로의 돋움판이 될 수 있을까.
정부가 준비한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고 싶다며 컨설팅을 신청한 기업들의 85%가 코스닥 상장사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지금까지 밸류업 정책은 코스피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됐는데, 이 못지않게 중견 중소기업들의 관심이 크다는 뜻이다. 코스닥은 기업 자체적인 노력으로 기업가치를 올리는데 한계가 있다.
코스닥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가업상속 공제 같은 혜택에도 관심이 크다. 밸류업 지수발표로 일차 이벤트가 마무리된 증시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는 만큼, 후속으로 코스닥 밸류업 정책이 나오길 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지난 7월부터 중소 상장사를 대상으로 밸류업 프로그램 컨설팅 신청을 받은 결과 코스피 기업은 8개사에 그친 반면, 코스닥은 46개사였다.
당초 거래소는 컨설팅 요청이 폭주할 것으로 보고 코스피와 코스닥 각각 50곳씩 총 100곳만 컨설팅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한쪽은 김이 샜고 한쪽은 열기가 뜨거웠다.
거래소는 자산총액 기준으로 컨설팅 신청자격도 제한했는데 코스피는 3000억원, 코스닥은 1500억원 미만이었다. 대상 기업 수는 코스피의 경우 전체 845개사의 25%인 약 211개사, 코스닥은 1751개사의 50%인 약 875개사였다. 대상기업 중 컨설팅 참여율은 코스피가 3%, 코스닥은 5%로 나타났다.
시장에선 코스닥 기업이 밸류업에 대한 의지가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해석한다. 코스닥은 인적, 물적 자원이 제한돼 있어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IR(투자자관리) 활동도 쉽지 않다. 오너의 의지가 있어도 전문가가 부족하다 보니 어떻게 기업가치를 올려야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밸류업 컨설팅이 기업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세제혜택도 큰 모멘텀이 됐다.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위해 가업상속 공제대상을 확대(중소+일부 중견기업→중소중견 전체)하기로 했다. 상속문제를 고민하는 중견기업에는 희소식이다.
시장에서도 기대감이 나온다. 밸류업 지수 안착을 위해서는 주주환원·자사주 소각 등 밸류업을 이미 잘하는 대기업 뿐 아니라 가능성 있는 유망기업도 지수에 적극 편입해야 한다며 의지가 있는 코스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전날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는 코스피 67곳, 코스닥 33곳 등 모두 100종목이 편입됐는데 코스피에 쏠려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선 코스피 중심의 증시부양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코스닥 핀셋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거래소는 선정 대상이나 기준을 다르게 잡는 등 시장 의견과 지수개발 수요를 반영해 후속 지수를 개발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코스닥 기업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주된 이유는 가업상속공제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가업상속 및 승계와 관련한 세금제도는 코스닥 기업 오너 및 경영진에게 가장 큰 관심사다. 일반적인 상속증여에 부과되는 최고세율이 50%에 달한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 기업들은 가업승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높은 세금부담'(65%)을 꼽았다.
코스닥 기업의 가장 큰 관심사는 가업상속공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 '2024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가업상속공제를 손보겠다고 발표하면서다. 가업상속공제는 10년 이상 사업을 운영한 중소기업과 매출액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공제를 해주는 제도다. 그런데 밸류업에 참여하는 기업에는 기업상속공제 대상과 한도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가업영위기간에 따라 최대 공제한도를 600억원으로 뒀는데, 개편안에 따라 최대 1200억원으로 늘어난다. 대상도 중소기업과 일부 중견기업에서 중견기업 전체로 확대된다.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는 기업은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공시하고, 5년(2025~2029년)간 당기순이익 대비 주주환원액(배당금+자사주 소각액) 비율이 업종별 평균의 120% 이상인 경우다.
가업승계 문제에 직면한 중견기업 입장에선 밸류업이 돌파구가 되는 셈이다. 중견기업은 창업주 등 CEO의 고령화로 세대교체를 앞뒀으나, 높은 상속세율을 감당하지 못해 2세 승계 대신 M&A(인수·합병)이나 매각, 폐업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20%를 가산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하면 최고세율은 실질적으로 60%까지 올라간다.
이 때문에 회사를 창업해 운영하고 있는 CEO(최고경영자)들은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지도, 팔지도 못하며 결정을 미루는 상황이다. 코스닥협회가 조사한 코스닥 경영인 현황(2022년 기준)을 보면 60대 이상 CEO 비율이 44%로 전년 36% 대비 8%p 증가했다. 50대 이상은 무려 85%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50대 CEO 비율은 전년 44%에서 올해 40%로 줄어든 반면, 60대는 30%에서 37%로 높아졌다. CEO 평균 연령은 전년보다 1.3세 늘어난 58.2세로, CEO 절벽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가업승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높은 세금부담'(65%)을 꼽았다.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 기업승계 실태조사 결과다.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밸류업 지수에는 코스닥 기업이 대거 빠졌으나, 이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제혜택의 조건은 밸류업 지수 편입 여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법상 밸류업 우수기업은 밸류업 공시에 참여하고, 주주환원 규모가 업종 평균 이상이면 충족할 수 있다. 코스닥 기업에 부담스러운 요건은 아니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가업상속공제 공제한도가 무려 2배로 늘어나는 데다, 중소기업과 일부 중견기업에서 중견기업 전체로 대상이 확대되는 세재개편안은 기업 입장에서 굉장히 큰 혜택"이라며 "이 때문에 기업승계를 앞둔 코스닥 기업을 중심으로 밸류업 공시에 대한 컨설팅 문의가 늘고 있고, 의지도 굉장히 강한 상태"라고 말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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