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 한강 작가, 노벨상 강연서 5·18언급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장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가 "지금까지 쓴 책들을 뒤로 하고 앞으로 더 나아가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 소설을 쓰면서 마주했던 생각들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뉴스1에 따르면 한강 작가는 7일 오후 5시(현지시각, 한국시각 8일 오전 1시) 스웨덴 스톡홀름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2024 Nobel Prize lecture in literature)에서 여덟 살 때의 시집을 시작으로 전업 작가로 들어선 후의 감정과 생각들이 어떻게 발전하고 또 회귀하고 다시 나아가는지 세계 독자들에게 진솔하게 전했다.
한 작가는 7일 오후 5시(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2024 Nobel Prize lecture in literature)에서 "완성의 시점들을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처럼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나는 느린 속도로나마 계속 쓸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그는 여덟 살 때의 시집을 우연히 발견한 일화로 강연을 시작했다. 한 작가는 "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 낡은 구두 상자 하나가 나왔다. 열어보니 유년 시절에 쓴 일기장 여남은 권이 담겨 있었다"며 "표지에 '시집'이라는 단어가 연필로 적힌 얇은 중철 제본을 발견한 것은 그 포개어진 일기장들 사이에서였다"고 입을 뗐다. 그 후 14년이 흘러 처음으로 시를, 그 이듬해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스스로 '쓰는 사람'이 되었다고 회상했다.
한 작가는 "필멸하는 존재로서 따뜻한 피가 흐르는 몸을 가진 내가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한다"며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 그 실에 연결되어 주었고, 연결되어 줄 모든 분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한 작가는 이날 강연에서 최근 비상계엄 사태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은 소설 '소년이 온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소설은 '5.18 민주화 운동'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서 마지막 계엄 당시인 1979년 10·26사태와 12.12 군사 쿠데타, 이듬해 이뤄진 1980년 5.18 민주화운동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광주'에 주목하게 된 이유를 본인의 어린 시절에서 돌아봤다.
그는 9살 광주를 떠난 지 수개월도 안 돼 학살이 벌어졌고, 3년 후인 12살 우연히 광주 참상을 알리기 위해 비밀리에 제작된 '광주 사진첩'을 보게 됐다고 했다. 이 이미지들은 그의 머릿속에 또렷이 남았다. 사진첩 속 '훼손된 얼굴들'과 '총상자에 피를 나눠주기 위해 대학병원 앞에 끝없이 서 있는 줄', 너무나 상반된 두 사진을 마주하고 '인간이 인간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가슴 속에 담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2012년 봄, '삶을 껴안는 눈부시게 밝은 소설'을 쓰려고 애쓰던 어느 날, 한 번도 풀린 적 없는 그 의문들을 내 안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며 "그 불가능한 수수께끼를 대면하지 않으면 앞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오직 글쓰기로만 그 의문들을 꿰뚫고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간성의 가장 어두운 부분들을 접하면서 인간성에 대한 믿음이 깨지고 부서졌고, 집필 과정이 더뎠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1980년 5월 한 야학 교사의 일기를 본 후부터다.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 있어 이렇게 저를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는 문장을 보고 소설 방향을 '벼락처럼' 알게 됐다고 했다. 과거에 그가 소설을 쓰면서 품었던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에 대한 두 가지 의문을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소년이 온다' 소설 제목을 현재형으로 지은 것도 "2인칭으로 불리는 순간 희끄무레하게 깨어난 소년이 혼의 걸음걸이로 현재를 향해 가까이 다가와 현재가 된다"면서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되고,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7년여에 걸쳐 완성한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 한 작가는 "아직 다음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러나 어쨌든 나는 느린 속도로나마 계속 쓸 것이다. 지금까지 쓴 책들을 뒤로하고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제가 왜" 임영웅 DM 구설수…"민주주의 무임승차" vs "애먼 화풀이" - 머니투데이
- "코 막혀" 병원 갔는데 '종양'이…"성관계로 전파" 뭐길래 [한 장으로 보는 건강] - 머니투데이
- '남편 징역 구형' 성유리 근황에 시끌…전혜빈 '빛삭'한 이 사진 - 머니투데이
- 이경규, 실명 위기에 긴급 시술…망막 열공 진단받았다 - 머니투데이
- 갑자기 뜨거운 물에…'러브레터' 나카야마 미호, 사인 '열쇼크'? - 머니투데이
- 세계 중심 된 'K라이프스타일'...2000만 외국인이 K미래지도 그린다 - 머니투데이
- 李대통령, '일베' 겨냥 "조롱 방치·조장 사이트, 폐쇄 등 검토 필요" - 머니투데이
- 도경완, 장윤정에 "집에서도 연예인이냐"...집에서 먹방 중 무슨 일 - 머니투데이
- 다영, 소속사 몰래 LA서 앨범 준비 "개인 돈 투자…결국 파산" - 머니투데이
- "아파트서 큰불 날 뻔"...부부싸움에 도시가스 호스 자른 60대 최후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