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삼성전자는 왜 2.2조원 들여 독일 공조회사 인수했나

삼성 IoT 기술과 플랙트 솔루션 결합…고성장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 주도권 확보 전략
[이포커스PG]

[이포커스] 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공조(空調)기기 업체인 독일의 '플랙트그룹(FläktGroup, 이하 플랙트)'을 전격 인수하며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공조 시장을 정조준한다.

이번 빅딜은 삼성전자가 고성장 중인 글로벌 공조 시장, 특히 높은 기술 장벽을 가진 중앙공조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14일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Triton)이 보유한 플랙트 지분 100%를 약 15억 유로(약 2조 2천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절차는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AI 시대의 '심장 냉각기', 왜 플랙트인가?

플랙트는 100년 이상의 기술력을 축적한 공조 업계의 '명가'로 통한다. 극한의 기후 조건에서도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적의 공기 질을 구현하는 프리미엄 기술력을 자랑하며 특히 안정적인 냉방이 필수적인 대형 데이터센터 공조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플랙트의 솔루션은 에너지 절감을 통한 저탄소·친환경 목표 달성이 중요한 초대형 데이터센터 고객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냉각액을 순환시켜 서버를 직접 냉각하는 액체냉각 방식 CDU(Coolant Distribution Unit) 분야에서는 업계 최고 수준의 냉각용량과 효율을 자랑한다.

지난해 '데이터센터 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DCS Awards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공인받았다. 이 외에도 박물관, 공항, 대형 병원 등 다양한 대형 시설에 맞춤형 고효율 공조 설비를 공급하며 폭넓은 고객층과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CES 2025 삼성전자 부스에 전시된 ‘스마트싱스 프로’ 존]

◇삼성의 야심, '공조'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공조사업은 지구온난화, 친환경 에너지 규제 강화와 맞물려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는 핵심 산업이다. 특히 공항, 쇼핑몰, 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은 2024년 610억 달러에서 2030년 990억 달러로 연평균 8% 성장이 전망된다.

이 중에서도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데이터센터 공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8%라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며 전체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가정용 및 상업용 시스템에어컨 중심의 개별공조 사업에 주력해왔으나 이번 플랙트 인수를 통해 단숨에 중앙공조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하게 됐다. 지난 5월 미국 공조업체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한 데 이은 공격적인 행보다.

◇'스마트싱스'와 '플랙트에지'의 시너지…미래형 빌딩 솔루션 구축

이번 인수의 핵심은 삼성전자와 플랙트 간의 강력한 시너지 창출이다. 삼성전자의 빌딩 통합 제어솔루션(b.IoT, 스마트싱스)과 플랙트의 공조 제어솔루션(FläktEdge)을 결합하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차세대 스마트 빌딩 솔루션 제공이 가능해진다. 이는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안정적이고 수익성 높은 서비스 및 유지보수 사업 확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모델이 지난 2월 10일부터 12일(현지시간)까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북미 최대 공조 전시회 ‘AHR 엑스포(The International Air-Conditioning, Heating, Refrigerating Exposition)’에서 하이브리드 가정용 히트펌프 EHS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글로벌 사업 기반과 투자를 통해 플랙트의 성장을 더욱 가속화하고 플랙트의 전문성과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공조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외형 확장을 넘어 AI, 로봇,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의 확산에 발맞춰 핵심 인프라 기술을 선점하려는 삼성의 큰 그림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삼성은 앞서 로봇(레인보우로보틱스), AI(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 등 미래 성장 산업 관련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한 바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은 "AI, 데이터센터 등에 수요가 큰 중앙공조 전문업체 플랙트를 인수,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고성장이 예상되는 공조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속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트레버 영 플랙트 CEO 역시 "삼성전자의 일원이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삼성전자의 글로벌 사업 기반과 투자를 통해 플랙트의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이번 플랙트 인수는 AI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핵심 기술과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중대한 전략적 승부수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포커스=곽도훈 기자 kwakd@e-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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