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라인 7명보다 많아" "지지층 불안감 조성"…'김건희 라인' 쇄신 요구 파장 계속돼
친한 "김건희 여사 라인, 7명보다 더 많아"
친윤 "선거 앞두고 당정 차별화 도움 안 돼"
[서울=뉴시스]하지현 최영서 한은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16 재보궐 선거와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대통령실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대통령실이 '김 여사 라인'의 존재를 부인하면서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가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대표의 리더십을 가늠할 이번 재보궐 선거를 기점으로 당내 분위기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친한계 6선 중진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김태현의 정치쇼' 라디오에서 "현재는 김 여사가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대통령 지지율과 국민의힘에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 라인 의혹을 두고 "(사실 여부보다)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며 "김 여사가 처음에 '내조를 충실히 잘하겠다'고 표현하지 않았나.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모습을 보여줄 때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의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와 관련, 친윤계 반발 등 당내 분열 우려가 나오는 것에는 "국민 편에서 역지사지하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며 "내일 재보궐선거에 따라 당내 상황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김현정의 뉴스쇼' 라디오에서 "개인적으로 (김 여사 라인이) 7명밖에 안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인원인 걸로 알고 있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전격시사' 라디오에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참모들에게 '대통령실 관계자' 이름으로 산발적인 메시지가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며 "이른바 '김 여사 라인'의 폐해가 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게 정 실장"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다음 달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선고 공판 2개를 (정부여당) 집권 세력이 어떻게 정비된 상태로 맞이할 것인가에 따라 정치적 호기가 될 수도 있고, 별로 활용을 못 할 수도 있다"며 김 여사 관련 의혹 해소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내주 초 한 대표와 독대하기로 한 것을 두고는 "이번 주에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불기소 처분해 놓고 '이제 다 끝난 거니까 다른 거나 논의하자'라는 식이라면 독대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상수 대변인도 이날 오전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 라디오에서 "우리가 뭔가 숨긴다는 인상을 주면 국민 입장에서는 더 많은 의혹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대표는 (대통령실에) 강하게 어필하면서 나갈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실이) 지금은 한 대표 말씀을 좀 들어주면 좋겠다. 당 입장에서는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친윤계에서는 한 대표가 사실상 야당의 '여론재판'에 손을 들어줬다며 반발했다. 한 대표의 문제 제기가 재보궐 선거 패배 책임을 면피하기 위한 선거용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김종배의 시선집중' 라디오에서 "보궐선거 투표일을 앞두고 있는데, 집권여당 대표께서 구체적으로 (의혹을) 거론하는 건 지지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독대에서 비밀리에 보안을 유지하면서 설득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원조 친윤'으로 불리는 권성동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 대표의 주변 참모 그룹을 겨냥해 '도곡동 7인회'라고 비꼬며 "당 대표실 인적 쇄신이 우선"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한 대표가 법무부 장관일 때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기소조차 못 했으면서, 이제 와 '국민의 눈높이'를 운운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며 자기 세를 규합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절로 굴러오는 것이 아니다. 이런 얄팍한 정치공학은 여지없이 실패해 왔다"고 했다.
한 친윤계 초선 의원도 뉴시스와 통화에서 "(김 여사 비선 의혹이) 사실이라면 쇄신 필요가 있다"면서도 "(한 대표가) 재보궐 선거가 끝나고 언급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선거를 치르는 당 입장에서는 여당을 홍보해야 하는 상황인데, (발언) 시기를 불편해하는 분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실 쇄신 요구가) 선거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면 동의하기 어렵다"며 "국민이 봤을 때는 (당정이) 분열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든 여당이든 동반 책임이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차별화한다는 건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친윤계 의원은 "(한 대표가)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용산과 소통하고 있다"며 "(비선 라인도) 소문만 있을 뿐이지, 도대체 그 사람들이 여사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이런 부분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화나 금정 선거에서 하나라도 질 경우 당 대표 책임론이 의도적으로 부풀려서 제기될 텐데, 재보궐 선거 때문이라면 지지층의 마음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라며 "지지층들이 제일 속상해하고 싫어하는 게 내부 분열"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대통령실 인적 쇄신' 필요성을 언급했던 한 대표는 전날 당 최고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김 여사를 겨냥해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그런 분의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이 오해하고 언론이 기정사실로 생각하는 건 국정 쇄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 "오직 대통령 라인만 있을 뿐"이라며 '김 여사 라인'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취재진에게 "인적 쇄신? 뭐가 잘못된 게 있나"라며 "여사 라인이 어디 있나. '김대남 유언비어' 같은 이야기를 언론이 자꾸 확대해서 쓰고 그러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오는 16일 재보궐 선거 이후 내주 초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가 예정돼 있다. 한 대표는 독대에서 김 여사 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측의 인식차가 뚜렷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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