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F-21 보라매 전투기가 41개월간의 장대한 개발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1,600여 차례의 시험 비행을 완수했습니다.
단 한 번의 사고도 없이 진행된 이 개발 과정은 전 세계 항공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성공의 이면에는 공동 개발 파트너였던 인도네시아와의 복잡한 관계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당초 1.6조 원을 약속했다가 6,000억 원으로 줄이고, 이마저도 제대로 납부하지 않으면서 시제기 한 대를 요구해온 인도네시아에 대해 우리 정부가 최근 단호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예상을 뛰어넘은 개발 성과, 세계가 주목하다
방위사업청은 1월 13일 KF-21 보라매 전투기의 개발 시험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1년 4월 첫 시제기가 출고된 이후 4년 9개월 만의 쾌거입니다.
당초 2,200여 회로 예상되었던 비행 시험을 1,600여 회로 대폭 단축하면서 효율성까지 입증했죠.

이는 단순한 성공이 아닌 대기록입니다. 유럽과 미국 등 기존 항공 강국들이 개발했던 전투기 사업들과 비교해도 월등히 앞선 성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최대 방산업체인 보잉이 개발한 훈련기가 개발 과정에서 여러 고비를 넘기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대한민국이 훈련기 이후 처음으로 전투기를 개발하면서도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전 과정을 완수했다는 점에서 항공 산업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양산 첫 기체 출고도 3월로 예정되면서 전투기를 자체 개발하고 있는 주요 국가들보다 두 배 이상 빠른 개발 속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벌써부터 필리핀, 말레이시아, 폴란드, 중동 국가들이 보라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인도네시아의 행보
공동 개발 국가였던 인도네시아는 처음부터 우리 정부를 곤란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초 1.6조 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던 인도네시아는 핵심 기술 이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6,000억 원으로 분담금을 대폭 줄여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작년 하반기 재협상이 타결되었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입금한 금액은 5,000억 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나머지 1,000억 원 정도를 납부하면 재협상 조건을 충족하는 것이니 당초 약속했던 시제기 한 대를 받아가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현재까지 시험용으로 완성된 전투기는 6대이며, 지상에서 각종 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2대를 합쳐 총 8대를 완성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 중 5호기가 인도네시아로 제공될 계획이었던 것이죠.
인도네시아 언론들도 "1.6조 원에서 6,000억 원으로 분담금을 줄였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시제 전투기 한 대를 받아올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적인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국내에서는 막대한 개발비가 투입된 시제기를 고작 6,000억 원에 넘겨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정부의 단호한 결정, 시제기는 없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최근 인도네시아에 시제기를 제공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확정했습니다.
6,000억 원을 모두 납부한다 해도 사업 초기에 계약했던 시제기 한 대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입니다.
그동안 우려되었던 상황이 일어나지 않게 된 것이죠.

이 결정에는 여러 배경이 있습니다. 최근 인도네시아가 블록 1형 대신 더 비싼 블록 2형으로 도입 정책을 변경하면서 자신들이 여전히 중요한 파트너라고 인식시키려 했지만, 동시에 도입 물량을 48대에서 16대로 대폭 축소하며 대한민국을 자극했습니다.
이는 자신들이 여전히 '갑'의 위치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며, 대한민국이 관계 유지를 위해 불리한 조건도 받아들일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인도네시아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필리핀이 보라매 도입을 본격화하고 말레이시아도 이러한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는 굳이 인도네시아의 시제기 요구를 들어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새로운 파트너로 부상
인도네시아를 대체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는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입니다.
필리핀의 행보는 특히 빠르고 적극적입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F-16 전투기 대신 보라매에 본격적인 관심을 보여왔으며, 올해부터 생산 물량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올 하반기 필리핀에서 개최되는 에어쇼에 참가하면서 보라매 실물 기체를 페리 비행으로 현지에 파견해 시험 비행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양측 간의 방산 협력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이죠.
필리핀 공군은 FA-50 경전투기 추가 구매를 확정하면서 보라매까지 추가로 구매하려는 상황이며, 그동안 지연되었던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보라매로 교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입니다.

빠르면 에어쇼 기간 동안 도입 계약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보라매를 12대에서 16대까지 블록 1형으로 도입할 계획으로 보입니다.
필리핀은 대당 1,200억 원 정도로 알려진 블록 1형을 도입해 초기 부담을 줄이고, 차후 블록 2형으로 개량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18대의 FA-50 경전투기를 추가로 구매하는 계약을 통해 보라매까지 도입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필리핀과 본격적인 물량 확보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말레이시아가 보라매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러시아나 미국에서 전투기를 도입하는 것이 어려워졌고, 유럽제 전투기는 도입 가격이 비싸며 유지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보라매는 개발을 마무리하고 양산이 진행되는 상황이며, 말레이시아가 초기에 도입할 경우 '갑'의 위치를 누릴 수 있으면서 다양한 무장과 항전 장비를 빠르게 통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FA-18 호넷과 수호이 전투기를 소량으로 운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공군 전력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말레이시아로서는 보라매가 현재로서는 가장 적합한 선택지인 것입니다.
기술 유출 우려, 결정적 이유가 되다
정부가 시제기 제공을 거부하기로 결정한 데는 기술 유출 우려도 큰 몫을 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프랑스에서 라팔 전투기를, 미국에서는 F-15 최신형을 도입하기로 결정했지만, 작년부터 터키가 개발하고 있는 칸 전투기 구매까지 확정지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중국과도 활발히 접촉 중이며 J-35 스텔스 전투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파키스탄에서 생산하고 있는 JF-10형 전투기를 구매하기 위해 활발하게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라매 시제기를 제공할 경우 기술 유출 우려가 더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6,000억 원을 투입했다고 해서 값비싼 시제기를 제공할 경우, 인도네시아가 해당 기체를 중국이나 파키스탄에 기술 유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입니다.
인도네시아가 시제기를 제공받을 경우 자신들이 개발하거나 구매하는 새로운 장비나 무장을 장착하기 위해 개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과정에서 핵심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선택지가 많아진 한국, 자신감 있는 행보
보라매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서 경쟁자들이 출현하고 인도네시아에 대한 주목도가 하락하면서, 우리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도네시아가 이번 결정으로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상당한 파장이 일어날 것이지만, 오히려 보라매 사업의 성공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상황을 개선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인도네시아가 아니어도 동남아에서 충분히 보라매 수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이러한 결정의 근간이 되고 있는 것이죠.
필리핀의 경우 소수 물량만 도입하지만, 말레이시아는 현지에서 항공 산업을 재건하는 사업과 연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말레이시아는 FA-50 경전투기 대량 도입을 계기로 현지에 대규모 정비창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며, 보라매까지 도입할 경우 동남아의 허브로 부상할 수 있어 항공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전투기 판매를 넘어 장기적인 산업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동안 공동 개발 파트너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상황에서, 시제기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인도네시아를 대체할 국가들이 추가되면서 이러한 결정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입니다.
기술 유출이 우려되었던 시제기 제공이 차단될 것으로 보여, 이제서야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인도네시아의 반발은 예상되지만, 보라매의 성공적인 개발 완료와 새로운 수출 파트너들의 등장은 우리 정부에 더 많은 선택지와 협상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던 결과가 이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