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에 흉기 위협·모래 먹인 6학년…학교와 어른들은 방관

오원석 기자 2024. 10. 1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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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피해를 호소하는 초등학생.〈사진=JTBC〉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6학년 학생 여럿이 동급생 한 명을 상대로 폭력을 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가해 학생 중 한 명이 성남시 시의원의 자녀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5개월 동안 이어진 학폭



오늘(18일) 성남교육지원청과 해당 학교 등에 따르면 이 학교 초등생 다섯 명은 지난 4월부터 피해 학생 한 명을 상대로 폭언과 폭행을 이어왔습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고른 뒤 40만원 가량을 피해 학생이 대신 결제하도록 했습니다. 피해 학생의 얼굴을 분수대에 처박기도 했습니다.

피해 학생은 지난 6월에는 어른들이 집을 비운 한 가해 학생의 집에 끌려가 흉기로 위협당하기도 했습니다. 가해 학생들은 식칼을 들이밀며 폭언을 했고, 이런 행동을 '식인종 놀이'라고 불렀습니다. 모래를 섞은 과자를 강제로 먹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7월 피해 학생의 신고로 교육청 조사가 시작됐고, 지난 8일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처분 결과가 나왔습니다. 심의위는 가해 정도가 심한 학생 두 명에 대해선 출석정지 5일과 학급교체 처분을 내렸습니다. 다른 학생 두 명에 대해선 서면사과 및 교내봉사 등 조처를 결정했습니다. 나머지 한 명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처분하지 않았습니다. 피해 학생에게도 반을 바꾸라고 했습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초등학교 전경.〈사진=JTBC〉

피해 학생 측은 처분 결과 통지서를 받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피해 학생의 할아버지는 JTBC 취재진과 만나 “36차례에 달하는 학교폭력 가해 내용은 사라지고 몇 가지만 심의됐다”라며 “학교는 사안을 숨기고 축소하는 데만 급급했다”라고 호소했습니다.

피해 학생은 “더는 어른들을 믿을 수 없을 것 같다”라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처럼 학교 폭력을 당하는 아이들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라고 심정을 밝혔습니다. 결국 피해 학생 측은 심의위에서 무혐의를 받은 학생을 포함해 가해 학생 다섯 명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성남시의외 전경.〈사진=JTBC〉

몰랐다는 어른들…뒤늦게 사과



학교 안팎에서 폭력이 지속되는 동안 학교와 어른들은 방관했습니다. 한 가해자의 아버지는 “별일 아닌데 일이 너무 커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피해 학생이 흉기로 위협당한 일에 대해선 “몰랐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피해 학생 측에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학교가 사과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라고 항변했습니다.

또 다른 가해 학생의 학부모인 시의원은 어제(17일) 사과문을 냈습니다. 그는 "부모 된 도리로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제 책임이 크다"라며 "제 아이도 피해 학생에게 사과하고 지난 일을 후회하며 뉘우치고 있다"라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하지만 피해 학생 측은 사과 사실을 언론 보도로만 접했다고 했습니다.

처분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에 성남교육지원청은 "초등생에 대해서는 퇴학 처분이 불가능하다"며 "학급교체는 전학 바로 아래 단계에 해당하는 중징계"라고 설명했습니다.

등교하지 못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피해 학생은 오늘 다른 반으로 등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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