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굴러들어온 先山… 불편한 가족이 서로의 숨통을 조인다

안진용 기자 2024. 1. 1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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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귀신이 나와야 무섭고 오싹한 건 아니다.

19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신작 '선산'(극본 연상호·사진)은 토속적 소재인 선산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불편한 인간관계를 밀도 있게 그리며 스멀스멀 조여오는 심리극의 묘미를 선사하는 한국형 오컬트물이다.

이런 인물들의 사상누각 같은 관계성은 선산의 등장과 함께 강렬한 파열음을 내며 무너진다.

왜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 선산(先山), 즉 조상의 무덤이 있는 산이었을까? 이는 가족주의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오랜 관습과 맞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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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신작 ‘선산’
심리 그린 한국형 오컬트물
김현주·박희순 ‘볼 맛’선사

꼭 귀신이 나와야 무섭고 오싹한 건 아니다. 19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신작 ‘선산’(극본 연상호·사진)은 토속적 소재인 선산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불편한 인간관계를 밀도 있게 그리며 스멀스멀 조여오는 심리극의 묘미를 선사하는 한국형 오컬트물이다.

시간강사 윤서하(김현주 분)는 존재조차 모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그가 남긴 선산이 자신에게 상속된다는 소식을 접한다. 눈물 한 방울 나지 않는 장례를 치르던 중 그는 무언가에 빙의된 듯한 이복동생(류경수 분)을 만나게 되고 이후 주변 이들이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선산을 둘러싸고 인간의 욕심과 감정이 얽히고설키며 극단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선산은 미꾸라지 통에 던져진 메기일 뿐, 미꾸라지들은 이미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윤서하는 어린 남편의 불륜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참다못해 이혼을 통보하자 남편은 선산에 욕심내며 이를 거절한다. 윤서하의 주변에서 맴도는 이복동생은 “나도 상속 자격이 있다”며 그에게 선산을 포기할 것을 종용한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최형사(박희순 분)는 자신에게 기인한 사건으로 다리를 못 쓰게 된 후배 박반장(박병은 분)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견디며 살아간다. 이런 인물들의 사상누각 같은 관계성은 선산의 등장과 함께 강렬한 파열음을 내며 무너진다.

왜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 선산(先山), 즉 조상의 무덤이 있는 산이었을까? 이는 가족주의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오랜 관습과 맞물린다. 교류 없던 작은아버지와 이복동생, 외도하는 남편은 ‘가족’이라는 이유로 선산의 소유를 두고 윤서하를 압박한다. 최형사 역시 죽은 아내, 아들과 말 못할 가족사를 품고 있다. 이처럼 ‘선산’은 온 산에 정기가 흐르듯, 아주 가는 핏줄로 연결된 인물들의 관계를 단순하지만 우직한 서사로 보여준다.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노라면 무난하게 종착지에 도착한다.

다만 ‘한 방’은 없다. 일단 대다수 인물이 전형적이다. 여느 작품에서 한 번쯤 봤음 직하다. 하지만 김현주, 박희순, 박병은, 현봉식 등 출연 배우들의 기본기가 탄탄하다. 각자의 몫을 충실히 해내며 ‘볼 맛’을 선사한다. 반면 이복동생의 기괴한 캐릭터는 그 패턴이 반복되며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달린다.

러닝타임도 적당하다. 40∼50분 분량 6부작으로 한 호흡에 볼 수 있다. 비교적 단출하게 곁가지를 친 ‘선산’의 스토리텔링은 꽤 흡입력이 있다. 눈을 즐겁게 했던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지옥’의 자극을 기대했다면 다소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번에는 연상호 ‘작가’로 참여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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