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국종, 과거 형편 어려워
전문 분야, 중증외상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최근 부산시의사회가 중증외상 전문의인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추천하면서 그의 업적이 재조명되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부산시의사회가 인사혁신처에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공식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의사회는 추천서에서 "현재 심각하게 훼손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반드시 복원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라며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과 의과대학 교육을 정상화하고 전 세계가 공히 겪고 있는 필수 의료 및 지역 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이국종 병원장을 추천한다"라고 강조했다.
중증외상 치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손꼽히는 이 병원장은 생명을 살리는 데 평생을 바쳐온 대표적인 실천형 의료인으로 평가받는다. 많은 의료인이 그를 ‘현장에 뛰어드는 의사’, ‘환자 곁을 지키는 의사’로 기억하며 존경을 표한다.

그렇다면 이 교수는 어떻게 이런 신념을 갖게 됐을까? 그의 의료 철학은 유년 시절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조심스럽게 회고했다. 6·25 전쟁 참전용사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한 그는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고 병원 진료조차 마음대로 받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의료복지 카드를 들고 병원에 갔지만 돈이 안 되는 환자라며 진료를 거부당하거나 병원이 멀어 몇 시간을 걸어 다녀야 하는 일이 많았다”라며 “당시에는 그런 대우에 마음이 상했던 기억이 크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경험은 그의 인생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그는 '내가 나중에 어른이 되면 아픈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겠다'라는 다짐을 했고 그 다짐은 시간이 지나며 실천으로 이어졌다.

이국종 병원장은 1995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 자격을 취득한 뒤 2003년부터 2020년까지 17년가량 아주대학교병원 외상외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가 몸담았던 외상외과는 사고나 재난 등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중증외상 환자들을 다루는 분야로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과다.
외상외과 의사는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에게 단 몇 초가 생명을 좌우하는 상황에서 빠른 판단력과 고도의 수술 능력을 요구받는다. 이 교수 역시 수차례 응급헬기에 몸을 실어 사고 현장으로 직접 출동했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고된 야간 수술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국종 병원장이 아주대학교 외상외과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이뤄낸 주요 활동들은 국내 중증외상 의료체계의 발전에 있어 큰 전환점을 마련했다. 그의 이름이 대중에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 당시 해적의 총탄에 중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면서였다.
당시 오만에 급파된 그는 환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한 뒤 “이대로는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며 즉각 한국 이송을 결정했다. 그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이송이 지연될 가능성에 강하게 반발하며 “내가 내 돈이라도 낼 테니 에어 앰뷸런스를 띄우자”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비용만 약 40만 달러에 달했던 이송 계획은 결국 이국종 교수의 이름으로 항공기를 임차하고 외교부가 지급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해결됐다. 이후 비용은 한국선주협회가 부담하면서 일단락됐다.

이 사건은 단순한 응급 구조를 넘어 대한민국 응급의료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계기가 됐다. 당시 중증외상환자의 국가적 대응 체계 부재와 비용 문제 등이 공론화되며 응급의료 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결국 2012년 5월 중증외상 환자의 긴급 이송과 치료를 보다 원활히 지원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이 법안은 이국종 교수의 이름을 따 '이국종법'으로 불리며 의료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국종 병원장의 또 다른 대표적인 업적으로는 2017년 ‘판문점 귀순 병사 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 북한 병사가 귀순 도중 수차례 총격을 받아 중태에 빠지자, 이 병원장은 긴박한 상황 속에서 복부와 흉부에 걸친 복합 외상을 치료하는 대수술을 맡았다. 장기가 손상된 채 실려 온 환자를 대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수술을 진행했고 결국 생명을 구해냈다. 이 사건은 국내외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그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외상외과 전문의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그는 환자 한 사람을 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응급의료의 큰 틀을 바꾸기 위한 실질적인 변화도 끌어냈다. 응급환자의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닥터헬기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아주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를 설계하고 운영했다. 또한 국내 외상치료의 체계화에 앞장섰다. 센터 운영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의료 인력 부족과 예산 문제를 지적하며 중증외상 대응체계의 제도적 개편 필요성을 대외적으로 꾸준히 알렸다.

한편, 이국종 병원장은 의료 현장에서 활약을 넘어 군 의료 체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2020년 아주대학교를 떠나 해군에 파견된 그는 해군 소속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갔고 군 의료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기여하기 시작했다.
그의 책임은 점차 확대됐다. 2022년 8월 그는 국방부 의무자문관으로 임명되며 군 전체 의료정책에 자문을 제공하는 중책을 맡았다. 이어 2023년 4월에는 해군작전사령부가 추진한 특수작전 개념 ‘네이비 씨 고스트(Navy Sea Ghost)’ 발전위원회에 위촉되며 전략적 군사 의료 지원 체계에까지 관여하게 됐다. 군 병원 경영에도 관심을 보인 그는 2023년 8월부터 국군대전병원장 공모에 참여 의사를 내비쳤고 같은 해 12월에는 명예 해군 대령으로 진급(국가직 4급 상당)함과 동시에 국군대전병원장으로 공식 임명됐다.
지난해 의료계가 격랑에 휩싸였던 전공의 사직 사태는 군 병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 국군대전병원이 위치한 대전 지역에서 총 420명의 전공의가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나는 일이 벌어지며 의료 공백이 현실화됐다. 국군대전병원에서 근무 중인 이국종 병원장은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수술이 지연되거나 중단된 민간인 환자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실제로 해당 병원을 찾은 민간인 환자는 30명으로 국군수도병원(77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민간병원에서 수술이 어려워진 환자들이 마지막 희망을 안고 군 병원을 찾은 것이다.
이국종 병원장은 이들 중 긴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을 직접 집도하며 다시 한번 ‘실행하는 의사’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처럼 이국종 병원장은 의사로서의 소명뿐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 온 인물이다. 단순한 명성이 아닌, 현장에서 쌓아 올린 진정성 있는 경력이야말로 그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주목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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