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펀드 엘리엇, 버핏이 투자한 日스미토모상사 정조준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일본 5대 상사 중 하나인 스미토모 종합상사 지분을 대거 확보했다고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엘리엇이 수백억엔 규모의 스미토모 지분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엘리엇은 이에 대해 아직 공시하지 않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6일 종가 기준 100억엔은 스미토모 지분 0.2%에 해당된다.
엘리엇은 이미 스미토모 측에 주주가치 창출 방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엘리엇이 지분을 확보한 시점과 이와 관련된 논의가 언제 진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억만장자 폴 싱어가 이끄는 엘리엇은 회사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경영개선을 요구해 주가가 상승하면 매도하는 전략을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제동을 걸었고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는 스미토모 지분 약 8.3%를 보유 중이다. 버크셔해서웨이는 미쓰비시, 미쓰이, 이토추, 마루베니상사 등 일본 5대 종합상사에도 투자했으며 궁극적으로 각각의 지분을 9.9%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버핏은 지난 2월 주주서한을 통해 일본 종합상사가 “미국보다 우수한 주주 친화 정책을 따른다”고 밝혔다.
스미토모는 지난해 초 워런 버핏이 이끄는 미국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분을 늘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덕분에 스미토모 주가는 급등했고 올해만 27% 올라 지난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스미토모의 시가총액은 4조8000억엔으로 일본 종합상사 중 4위 규모다. 주가순자산비율(PBR)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1.1, 9.5배로 동종 업계 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은 행동주의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 정부와 도쿄증권거래소 등은 일본 증시 부양을 위해 작년 3월 상장기업들에 재무제표 관리 강화와 사업 전략 재조정 등 주주환원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주주 친화 정책을 발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지난 2월 미쓰비시는 자사주 최대 10%를 5000억엔에 매입한다고 발표했고 이달에는 이토추가 약 1500억엔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개했다. 덕분에 일본 증시는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엘리엇은 앞서 도시바, 소프트뱅크그룹, 다이닛폰프린팅을 표적으로 삼았다. 그 결과 다이닛폰프린팅은 지난해 3월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부동산 개발업체 미쓰이후도산 압박에 나섰다. 미쓰이후도산은 이달 자산 매각 및 자사주 매입 확대 계획을 내놨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