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가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에 향후 5년간 1조원을 투자한다. 오픈AI,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자사 인공지능(AI) 모델의 성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의 핵심 경쟁력이 사용자생산콘텐츠(UGC)에 있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다.
대규모 투자로 창작자의 고품질 콘텐츠 생산을 유도하고 네이버의 AI 경쟁력으로 잇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UGC가 AI 시대 생존 방정식"
김광현 네이버 최고데이터·콘텐츠책임자(CDO)는 2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술에 더해 데이터와 서비스 경험에서 격차를 만들어야 하는 AI 시대에 지난 25년 이상 쌓아온 독자적인 콘텐츠 생태계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네이버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라며 "앞으로 5년간 1조원 규모의 투자로 네이버와 창작자가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는 김 CDO가 올해 2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내 언론 앞에 선 자리다. 그는 지난 2000년 네이버의 전신인 NHN(서치솔루션)에 입사해 26년 간 재직해 온 정통 '네이버 맨'이다.
입사 이후에는 NHN 검색모델링팀장, NHN 검색연구실장 등을 거쳐 2013년부터 네이버 검색연구센터장·검색 리더, 검색·데이터 플랫폼 부문장 등을 역임하는 등 '검색' 외길을 걸어온 검색 전문가다.

김 CDO는 네이버가 검색 경쟁을 거쳐온 과정을 짚었다. 1999년 검색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는 이후 통합검색, 지식iN·블로그·카페, 모바일 검색, 쇼핑·로컬 검색을 거치며 자체 기술과 콘텐츠를 쌓아왔다.
김 CDO는 검색 시장 초기에는 검색 결과로 제공할 수 있는 한국어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AI 시대에는 풍부한 맥락이 담긴 양질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연결·활용하는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데이터에는 AI 시대의 생존 방정식이 담겨 있다"며 "실행형 에이전트의 기반이 되는 창작자 콘텐츠와 외부 파트너십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축적하고 이를 AI와 연결해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으로 구현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새 펠로우십 프로그램 '네이버 메이트'를 공개했다. UGC 서비스 전반에서 전문성과 다양성을 앞세워 콘텐츠를 생산하는 우수 창작자 중 약 3000명을 AI 브리핑 인용수에 따라 매월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메이트' 창작자의 프로필과 콘텐츠에는 공식 앰블럼을 표시해 통합검색, AI 브리핑 등 네이버의 다양한 서비스에서 창작자의 콘텐츠가 더욱 잘 발견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아울러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독려하기 위해 AI 브리핑 인용 수에 따라 인당 30만원부터 1000만원까지 총 200억원 규모의 활동비를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은 다음 달부터 블로그·카페·지식iN·프리미엄 콘텐츠 창작자를 대상으로 본격 시작하며 하반기에는 클립 창작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올해 연말까지 프로그램을 베타로 운영하며 향후 AI 탭 답변 인용 반영, 지원 대상 및 규모 확대 등 단계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일구 콘텐츠 서비스 부문장은 "네이버 메이트 프로그램으로 창작자들과 함께 AI 시대 중요한 UGC 방향성을 함께 모색하는 여정을 시작한다"며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좋은 창작자와 콘텐츠'에 대한 전체 사용자들의 공감대를 만드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덕트 네이티브 LLM 승부수…AI 검색 라인업 고도화
네이버는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해 자연스럽게 실행까지 이어지는 AI 통합 에이전트 구현을 목표로 추진 중인 기술 방향성과 핵심 자산도 소개했다.
김상범 검색플랫폼 부문장은 "서비스 시나리오에 최적화된 프로덕트 네이티브 대형언어모델(LLM), 100억건에 달하는 데이터와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툴,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을 위한 하네스 엔지니어링이 핵심 자산"이라며 "차세대 하이퍼클로바X 모델도 곧 적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프로덕트 네이티브 LLM은 모든 작업을 범용적으로 수행하는 거대 모델을 키우는 방식과 달리 실제 서비스 시나리오에서 출발해 서비스 특성에 최적화된 LLM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학습 데이터 구축 단계부터 타깃 서비스 중심의 설계가 이뤄지고 서비스 출시 이후에는 실제 이용 과정에서 축적되는 이용자 반응 데이터와 피드백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히 범용 성능 경쟁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검색·쇼핑·로컬 등 실제 사용자 시나리오 안에서 더 자연스럽고 정교한 사용자 경험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네이버는 AI 검색 라인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출시된 AI 브리핑은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3000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베타 서비스 형태로 출시된 AI 탭 역시 한 달 만에 누적 사용자 300만명을 넘겼다. 특히 AI탭은 다음 달 전체 이용자 대상으로 서비스가 확대될 예정이다.
정식 출시할 AI탭에는 차세대 하이퍼클로바X 모델이 탑재된다. 검색 결과 제공을 넘어 예약, 구매 등 실행 경험까지 연결하는 방향으로 고도화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토요일 점심 3명 예약 가능한 석촌호수 근처 브런치 맛집을 추천해줘"라고 물으면 AI탭은 네이버 지도와 예약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장 위치, 영업시간, 예약 가능 시간대를 보여주고 실제 예약까지 한 화면 안에서 연결한다.
김 부문장은 "AI탭은 일주일 내 재사용률 36%, 긍정 피드백 클릭률 71%를 기록하는 등 유의미한 이용 지표를 보이고 있다"며 "AI탭을 꾸준히 고도화해 실행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통합 에이전트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네이버는 다음 달 말 신규 버전으로 공개하는 스마트렌즈가 AI 브리핑 및 AI 탭과 높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렌즈는 카메라로 촬영해 정보를 빠르게 확인하고 실행까지 연결하는 서비스다.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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