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병원서 방치되는 인턴…4명 중 3명은 주당 80시간 초과근무"

문세영 기자 2024. 9.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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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학회
대한의학회가 11일 오후 3~5시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인턴 수련제도 및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문세영 기자.

전공의들이 값싼 노동력으로 과중한 업무 부담을 지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 중에서도 특히 인턴들이 방임 상태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의학회는 11일 오후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인턴 및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연구 결과 발표회’를 통해 인턴 교육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재논의하려면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의학회는 인력추계검증, 기초의학진흥, 전공의 수련환경, 지역의료, 필수의료 등 5개 정책연구 TF를 구성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11일에는 5개 TF 중 수련환경 TF에서 그동안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서는 특히 인턴 수련프로그램을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이 강조됐다. 국내 전공의 과정은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으로 구성된다. 박중신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인턴은 진료과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에 소홀하게 여기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인턴제도를 없애는 게 좋겠다는 폐지안이 제기된 적도 있지만 장점이 있어 인턴 제도가 계속 시행 중이다. 인턴 과정을 보다 내실 있게 구성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의대만 졸업한 상태에서는 독자적인 진료가 어렵다는 점에서 1년제 인턴 수련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지만 인턴 수련을 마쳐도 여전히 일차진료 능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인턴 제도를 2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으나 ‘단순 연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해외에서도 인턴은 대체로 1년제가 시행되고 있다. 박용범 대한의학회 수련교육이사(세브란스병원 내과)는 “인턴 2년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영국, 일본, 뉴질랜드 정도이고 미국, 독일은 인턴 과정이 없다”며 “보통 1년제를 시행해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인턴제를 2년제로 바꾼다고 해서 일차진료를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획득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인턴제도의 문제는 수련 기간보다 인턴 교육에 대한 관심 부족에 있기 때문이다. 현행 인턴 수련제도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에서의 4주 이상 근무와 자유선택 2개과 이상에서의 순환근무로 이뤄지며 과별 인턴 수련 담당 교수는 없다. 박 이사는 “인턴은 소속감이 결여돼 있어 방임되기 쉽다”며 “병원 수련교육 부서에서 인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낮고 레지던트 교육처럼 집중할 여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턴을 교육하는 지도전문의들이 많은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인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적했다. 인턴 지도전문의는 대학병원 교수들이 맡고 있다. 박 이사는 “대학병원 교수들은 근무 시간의 50% 이상을 진료에 할애하고 있고 연구를 하고 논문도 작성해야 한다”며 “학회, 위원회 일도 굉장히 많으며 최근에는 당직도 많이 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의대 교육의 질은 상당히 높다”며 “대학병원 교수들은 의대생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고 레지던트 교육에 힘을 쏟다 보니 인턴 교육은 소홀해지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인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인턴은 잡무를 보는 상황에 놓이는 경향이 있다. 주당 80시간 초과 근무를 하는 일도 많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의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인턴의 75.4%가 80시간 초과 근무를 하고 있다. 박 이사는 “인턴이 잡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존 관행을 깨야 한다”며 “인턴 교육을 체계화하고 인턴 전담 지도전문의도 지정해야 인턴 교육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의학회는 조만간 의대 정원 이슈와 관련해 현재 의사 수가 적정한지에 대한 연구 결과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은 “현재 위기를 계기로 전공의 수련제도와 관련해 그동안 풀지 못했던 문제들을 발견하고 정리해서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을 찾아보고자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며 “지속 가능한 한국 의료제도를 확립하기 위해 여러 TF 운영하고 있는데 의사 정원 추계 방법론 연구에 대해서도 9월 말이나 10월 중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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