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대폭락 ‘검은 목요일’… 1930년대 대공황 서막[역사 속의 This week]

김지은 기자 2024. 10. 2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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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눈 속에 패배감이 있다. 굶주린 사람들의 눈 속에 점점 커져 가는 분노가 있다. 분노의 포도가 사람들의 영혼을 가득 채우며 점점 익어간다.'

196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 작가 존 스타인벡의 대표작 '분노의 포도'의 한 구절이다.

1939년 발표된 소설은 대공황기 미국의 참혹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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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속의 This week
1929년 10월 증시 대폭락 후 월가에 모인 군중들. 위키피디아

‘사람들의 눈 속에 패배감이 있다. 굶주린 사람들의 눈 속에 점점 커져 가는 분노가 있다. 분노의 포도가 사람들의 영혼을 가득 채우며 점점 익어간다.’

196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미국 작가 존 스타인벡의 대표작 ‘분노의 포도’의 한 구절이다. 1939년 발표된 소설은 대공황기 미국의 참혹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1930년대 전 세계를 강타한 대공황의 서막을 연 것은 1929년 10월 24일, 이른바 ‘검은 목요일(Black Thursday)’이라 불리는 월스트리트 대폭락이었다.

이날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개장과 함께 갑자기 팔자 주문이 속출했다. 11% 이상 주가가 급락하면서 겁에 질린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아치우려고 아우성이었다. 중개인들은 밀려드는 매도 요청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루 동안 거래된 주식은 종전 하루 최대 거래량인 400만 주의 3배가 넘는 1290만 주였다. 시카고와 버펄로주식거래소는 낮 12시 반에 아예 문을 닫아 버렸다. 11명의 주식 투자자가 자살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오후 들어 월가의 은행가들이 사태 수습을 위해 높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하기로 하면서 하락세는 진정됐다. 하지만 28일 월요일에 12.8%, 29일 화요일엔 11.7% 더 폭락하면서 주식시장은 붕괴했다. 이후 1932년 7월까지 시가총액의 90%가 증발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1920년대 미국 경제는 호황을 누렸다. 기술 혁신과 대량 생산으로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소비문화가 확산했다. ‘광란의 20년대’로 불리는 이 시기에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과도한 투기 열풍이 불면서 사람들은 빚을 내서 주식을 사들였고, 주식 시장에는 거품이 형성됐다. 검은 목요일 한 달 전인 9월에는 다우지수가 381.17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강철 생산량이 줄고 건설업도 부진했으며 자동차 판매도 감소하는 등 미국 경제는 불안한 상태였다. 결국 주식시장은 무너졌고,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한 은행들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 사태가 벌어지며 파산했다. 1933년까지 은행 9000개가 문을 닫았다. 수많은 회사가 줄도산했고, 1500만 명이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대공황의 한가운데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당시 실업률이 25%에 달하는 절망적인 상태였다. 취임식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입니다”라는 유명한 연설을 한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 극복을 위해 ‘뉴딜정책’을 추진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며 군수산업 활성화로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서 길고 어두운 대공황의 터널을 벗어나게 됐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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