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發 성과급 갈등, SK하이닉스 '10%룰'도 흔드나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파업 결의대회가 열렸다. /사진=유호승 기자

삼성전자의 노사 갈등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SK하이닉스에서도 성과급 추가 인상 요구가 나올지 주목된다.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고 상한 폐지를 압박하면서 보상에 대한 업계 전반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더 높은 수준의 성과급 제도를 받아들일 경우 기존의 기준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 노조 요구에 떠오른 '하이닉스식 보상'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SK하이닉스의 기존 성과급 기준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면서 SK하이닉스가 먼저 도입한 ‘영업이익 10%’ 기준이 비교 대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 관련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전날 정부 중재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11시간30분간 회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오늘까지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노조는 예고한 대로 이달 21일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고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실적개선 기대감이 커진 만큼 이익 증가분을 임직원에게 더 많이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전자 노조가 SK하이닉스식 성과급 기준을 요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성과급 재원을 회사 실적과 직접 연결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회사가 이익을 많이 내면 성과급 재원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임직원 입장에서는 성과배분 기준을 비교적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앞서 SK하이닉스는 2021년 초 성과급 논란을 계기로 초과이익분배금(PS) 산정 기준을 손본 적이 있다. 기존에는 경제적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계산했다. EVA는 영업이익에서 세금과 투자비용 등을 차감해 산출하는 지표다. 이에 따라 회사가 영업이익을 내더라도 투자 부담이 크게 반영되면 성과급 재원이 줄어들 수 있었다.

직원들의 불만은 이 지점에서 커졌다. 회사 실적이 좋아졌는데도 성과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산정 기준이 복잡해 임직원이 성과급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논란이 커지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연봉 30억원을 반납하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SK하이닉스는 성과급 산정 기준을 영업이익과 직접 연결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꿨다. 2025년 임단협에서는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활용하고, 기존 연봉의 50%(기본급 1000%)였던 상한을 폐지한다는 데 노사가 합의했다. 회사 이익이 늘어날수록 임직원에게 돌아가는 성과급 재원도 커지는 방식이다.

사상 최대 실적 전망에 커지는 성과 배분 논쟁

그동안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제도는 영업이익과 직접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선명한 보상체계로 인식됐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노조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성과급 지급 규모를 늘리거나 산정 기준을 완화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SK하이닉스 내부에서도 기존 10% 기준이 충분한지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C레벨급 고위임원은 “SK하이닉스보다 1원이라도 더 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의 입지를 바탕으로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는 SK하이닉스가 올해 연결기준 매출 330조6283억원, 영업이익 250조567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순 계산할 경우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PS 규모도 25조567억5000만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올 초 ‘역대 최대’로 지급됐던 지난해 성과급(1인당 평균 1억4000만원)의 5배를 웃도는 액수로 단순 계산할 경우 임직원 3만4549명이 1인당 평균 7억2500만원을 받게 된다.

/사진 제공=SK하이닉스

다만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곧바로 성과급 기준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나누는 방식은 실적 호황기에 직원에 대한 보상을 크게 늘리는 효과가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도 함께 커진다. 인건비 지출이 급격하게 늘면 영업이익률에도 부하가 걸린다.

대규모 투자 부담도 변수다. SK하이닉스는 폭증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청주 M15X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등 생산기반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선단공정 전환을 위한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 등 각종 투자도 필요하다. 또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지키려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를 늦추기도 어렵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영업이익 증가분이 성과급으로 더 많이 배분되는 것이 부담스럽다. 실적 개선분 가운데 임직원 보상으로 빠져나가는 몫이 커질수록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에 쓸 수 있는 재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우성 LS증권 연구원은 “만약 경쟁사가 영업이익에서 더 높은 비중의 성과급을 주게 된다면 SK하이닉스에서도 추가 성과급 요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향후 각 사가 어떤 기준으로 성과를 나누고 그 비용을 어느 정도까지 실적에 반영할지가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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