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볼넷→볼넷→볼넷→역전패 충격→누가 38세 트랜스포머에게 돌을 던지랴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볼넷, 볼넷, 볼넷, 볼넷.
25일 인천 LG전. 2-1로 앞선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 아웃카운트 1개만 올리면 페넌트레이스 우승의 8부 능선을 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SSG ‘38세 트랜스포머’ 노경은은 거짓말처럼 무너졌다. 오지환, 문보경, 이재원, 대타 이영빈에게 잇따라 볼넷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했다.
대역전패의 씨앗이 됐다. 10회초에 마운드에 오른 김택형이 2사 만루서 김민성에게 결승 좌월 그랜드슬램을 내줬다. SSG는 또 다시 불펜 불안이라는 아킬레스건을 확인하면서, LG에 또 다시 ‘대역전 페넌트레이스 우승’ 희망을 안겼다.
현 시점, SSG 불펜에서 가장 믿을만한 투수는 노경은이다. 전직 마무리 서진용과 김택형은 뜻 모를 난조에 빠졌다. 재활 시즌을 보내는 문승원은 팔꿈치 이슈가 재발, 휴식에 들어갔다. 노경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노경은은 9월 들어 무려 13경기에 등판했다. 2승1세이브3홀드1패 14이닝 10피안타(2피홈런) 10탈삼진 6사사구 6실점, 평균자책점 3.86. 평균자책점 1.69였던 8월보다 처지긴 해도, 여전히 수준급 성적이다.
다만, 21일부터 23일까지 3연투를 했다. 이 기간 멀티이닝은 없었지만, 단 하루를 쉬고 25일에 멀티이닝을 소화한 게 부담이 됐다고 봐야 한다. 체력이 떨어지면 커맨드가 흔들리고, 투구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노경은은 그날 2이닝 동안 42개의 공을 던졌다.
당연히, 38세 트랜스포머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 팀 사정이 노경은의 과도한 에너지 소모를 부추겼을 뿐이다. 노경은은 불펜으로 시작해 곧바로 선발로 자리를 옮겼고, 후반기에는 다시 불펜으로 돌아가 맹활약했다. 롯데 시절보다 훨씬 좋은 구위, 내용을 선보이며 회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노경은도 사람이다.
김원형 감독은 과도한 마운드 변칙기용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7경기 남았다. 그렇게 빡빡한 일정은 아니다. 불펜투수들에게 충분히 쉴 시간을 줄 수 있다. 그리고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빨리 확정하면 한국시리즈까지 2~3주간 쉴 시간이 생긴다. 역사를 돌아보면, 대부분 1위팀 투수는 이 기간에 에너지를 충전해 한국시리즈서 맹활약하며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즉, 노경은으로선 그날의 아쉬움을 털어낼 기회가 있다는 의미다. 포스트시즌에 가면 문승원, 서진용, 김택형도 힘을 충전할 것이고, 또 다른 베테랑 고효준도 있다. 이태양이나 오원석 중 한 명도 불펜으로 돌아선다. 노경은이 지금처럼 과도한 짐을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
진짜 고민은 올 시즌 이후다. 김원형 감독도 지난 24일 인천 두산전을 앞두고 “내년이면 경은이도 서른아홉, 효준이는 마흔이다”라고 했다. 언제까지 이들에게 의지할 수 없다. SSG는 장기적으로 불펜의 뼈대를 정비하는 게 중요하다. 노경은의 밀어내기 볼넷에 아쉬워할 겨를이 없다.
[노경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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