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학원비 절약엔 최고”…부자동네 할인쿠폰으로 전락한 지역화폐

김정환 기자(flame@mk.co.kr), 이유진 기자(youzhen@mk.co.kr) 2024. 10. 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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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자립도가 높은 강남구의 경우 지역화폐 발행액이 750억원(1~9월 기준)에 달해 주민들이 얻는 혜택이 적지 않다.

이는 지역화폐가 가장 적게 발행된 영등포구(120억원)의 6배가 넘는 규모다.

과거 문재인 정부 집권 시기인 2021년 1조2522억원의 역대 최대 국비 예산지원이 이뤄지며 23조6000억원이 판매됐던 지역화폐는 이듬해 27조2000억원이 판매되며 정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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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 효용론 논란 재점화
전국 지자체 중 78%가 발행
국비 지원 줄자 판매량 급감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 속
부익부빈익빈 심화 지적도
전국 지방자치단체 대다수에서 발행하는 지역화폐가 사교육비 지불 수단으로 전락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중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살리자는 당초 도입 취지는 퇴색했다. 3일 서울의 한 편의점 입구에 서울페이와 지역화폐의 이름이 붙어 있다. [김호영 기자]
# 서울시 강남구에 거주하는 주정훈(42)씨는 지역화폐 강남사랑상품권을 초등학생 자녀가 다니는 미술학원 학원비로 사용하고 있다. 주 씨는 “상품권을 5%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어 학원비 절약 효과가 있다”며 “주변 엄마들도 상품권이 발행될 때마다 꼭 챙긴다”고 말했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강남구의 경우 지역화폐 발행액이 750억원(1~9월 기준)에 달해 주민들이 얻는 혜택이 적지 않다. 이는 지역화폐가 가장 적게 발행된 영등포구(120억원)의 6배가 넘는 규모다.

3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재래시장에 고양시 지역화폐인 ‘고양페이’ 스티커가 붙어 있다. [이충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재정지원을 국가 책무로 명시한 ‘지역화폐법’을 추진하면서 지역화폐 효용론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민주당은 지역화폐가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부·여당은 실질적인 효과가 미미한 현금복지성 포퓰리즘이라고 반박한다.

3일 매일경제가 행정안전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지역화폐는 전국 243개 지자체 중 190곳(78.2%)에서 발행됐다. 사실상 전국 단위 경제·복지 정책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 집권 시기인 2021년 1조2522억원의 역대 최대 국비 예산지원이 이뤄지며 23조6000억원이 판매됐던 지역화폐는 이듬해 27조2000억원이 판매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지역화폐가 본질적으로 포퓰리즘 정책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골목상권을 살리는 효과도 미미하다는 의견이 주류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나경원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9월까지 발행된 서울사랑상품권 중 19.6%(7285억원)가 입시학원, 외국어학원, 예술교육 등 사교육에 사용됐다.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업체에서 사용된 금액은 전체 결제액의 29%(올해 1~6월 기준)에 그쳤다.

또 재정 여력이 충분한 ‘부자 지자체’의 발행액만 늘어나면서 지역화폐가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킨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따라 건전 재정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역화폐에 대한 국비 예산지원이 크게 줄었다. 현 정부 재정 운용 기조가 완연해진 지난 해 지역화폐 국비 지원은 3522억원, 올해는 3000억원이었다.

국비 지원이 줄자 지역화폐 판매액도 급감했다. 발권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지역화폐 판매액은 약 9조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추세가 하반기까지 계속된다면 연간 18조원으로 지난 해 보다 13.9%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판매가 가장 많았던 2022년에 비해서는 33.8% 급감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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