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자동차 제조사 BYD가 한국 규격에 맞춘 12m급 대형 전기 고속버스 E코치 12를 앞세워 국내 장거리 버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기아의 버스 사업 철수로 대형 버스 그랜버드가 단종되며 시장에 거대한 공급 공백이 생기자, BYD가 이 틈새를 정교하게 파고든 것이다.
국내 상용차 시장의 지형을 흔들고 있는 이번 진출은 파격적인 주행거리와 강력한 경제성을 무기로 운송 사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국내 고속버스 시장에서 오랜 시간 한 축을 담당했던 기아 그랜버드의 단종은 운송 사업자들에게 선택지의 실종이라는 큰 혼란을 안겼다.
친환경 장거리 버스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지만 국내 제조사들의 전동화 대응은 시장 요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BYD는 이러한 수급 불균형을 최적의 기회로 판단하고, 국내 고속버스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선제적인 투입을 감행했다.

E코치 12는 457.8kWh 용량의 리튬인산철(LFP) 블레이드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최대 761km를 달릴 수 있는 성능을 확보했다.
280kW의 출력을 통해 고속 주행에서도 안정적인 힘을 내며, 열 안정성이 높은 LFP 배터리와 하단 배치 설계를 통해 화재 위험과 주행 불안정성을 동시에 낮췄다.
특히 유럽 표준(2.55m)이 아닌 한국 차폭 규제(2.5m 미만)를 정확히 반영해 별도 개조 없이 즉시 투입할 수 있도록 현지화 작업을 마쳤다.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해 차량 가격이 약 3억 5천만 원 수준으로 형성되었음에도 운송 사업자들의 관심은 뜨겁다.
디젤 버스 대비 km당 약 320원의 연료비를 아낄 수 있어, 연간 주행거리가 긴 고속버스의 특상상 약 30만km(약 3년)를 운행하면 디젤 차와의 가격 차이인 1억 원을 그대로 회수할 수 있다.
여기에 엔진오일이나 요소수 등 내연기관 소모품 교체 비용까지 절감되어 장기적인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다.

현대차의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가 존재하지만, 비싼 인프라 구축비와 충전소 부족이라는 현실적 장벽 때문에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사이에 중국산 전기버스가 시장을 선점할 경우 국내 고속버스 생태계 전체가 외산 기술에 의존하는 구조로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규제에 안주하던 국내 상용차 산업에 실질적인 위기감이 고조되는 시점이다.

아무리 뛰어난 경제성을 갖췄더라도 과거 중국산 상용차가 겪었던 부품 수급 차질 및 AS 부실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운송 사업자들에게 차량 정지 시간은 곧 직격타인 만큼, 전국적인 정비 네트워크 구축과 신속한 부품 공급망 증명이 사업 성공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내 제조사들 역시 방어선에만 머물지 않고 압도적인 효율을 가진 친환경 버스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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