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보장한다지만 SVB발 '머니무브'…"큰 은행으로 갈아탈래"

김희정 기자, 박준식 특파원 2023. 3. 14. 16:4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JP모건체이스 등 대형은행에 수십억달러 예금 몰려… 파장 확산, 침체 현실화 등에 대해 전망 엇갈리지만 글로벌 금융주 600조원 증발하는 등 시장은 '불안'
[샌타클래라=AP/뉴시스] 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에서 나온 밥이라는 남성이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지난 25년간 SVB 고객이었다는 이 남성은 파산한 SVB에 돈을 찾으러 왔다고 밝혔다. 연방정부는 SVB 예금주들이 인출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SVB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03.14.
1주일 새 3개의 은행이 잇달아 파산하자 예금자들이 보다 안전한 대형 은행으로 갈아타는 '머니무브'(자금 이동)가 현실화됐다. 미국 금융 당국이 예금 전액을 보증하겠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불안한 예금자의 발걸음을 되돌리지는 못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두고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시장은 SVB 파산에 따른 나비효과에 주목한다. 이틀 사이 글로벌 금융주 시가총액은 600조원가량 증발하며 시장의 우려를 방증했다.
"너무 크면 안 망해"… 대형은행에 쏠리는 은행 예금
14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SVB 파산 위기가 불거진 최근 며칠간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수십억달러(수조원)의 예금이 늘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도 예년보다 많은 예금 물량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아이머먼 조교수는 이에 대해 "미국의 상위 6개 은행은 파산하기에는 너무 컸고 지금도 너무 크다. 10년 전 금융위기가 이를 입증했다"며 "확실성이 높은 은행으로 가는 게 더 안전하다"고 밝혔다.

/사진=블룸버그

다른 은행들도 예금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시티즌스 파이낸셜그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지난 며칠 동안 잠재적 신규 고객들로부터 평시보다 높은 관심을 받았다"며 "이를 수용하기 위해 영업시간을 일시적으로 연장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SVB의 파산과 구제금융은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뿐 아니라 개인예금주들에게도 2008년의 악몽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서 보험에 가입한 은행의 적격 계좌는 예금자 1인당 최대 25만 달러(약 3억3000만원)를 보호한다. 거래 은행이 FDIC 보험에 가입돼있고 예치금이 25만달러 이하라면 예금을 떼일 걱정은 없다.
SVB발 위기 번지나… 엇갈리는 경기침체론
하지만 1주일 새 3개 미국 은행이 파산하자 시장은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위기로 확산될지 가슴을 졸이고 있다. 쉐어드캐피탈의 빌 블래인은 이번 위기의 핵심이 너무 많이 풀린 유동성으로 인한 '버블'이라며, 지방은행 몇 개를 솎아낸다고 치유될 문제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그는 "바퀴벌레가 한 마리뿐인 적이 없다(위기가 훨씬 더 많이 남았다)"며 "사모펀드(PEF)와 사모부채펀드(PDF)들이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에 투자한 것들이 많아 이 부분이 꺼지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준으로 삼았던 담보가치가 나오지 않으면 마진콜(추가증거금 요구와 담보물 압류)을 당할 것이고 SVB 사태처럼 악순환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다.

반면, 바이탈날리지의 아담 크리사풀리는 시스템의 구조적 위기를 부정했다. 그는 금융시스템 상의 위기로 확산되지 않을 세 가지 근거로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정부가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 조치를 펼쳐온 점과 추가 뱅크런이 발생하지 않게 예금을 전액 보장하기로 한 것, 채권 수익률 급락이 증시에 오히려 순풍을 제공할 것이란 점을 들었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대비 61.63포인트(2.56%) 하락한 2348.97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국내증시는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 여파로 코스피는 2%대 코스닥은 3% 넘게 급락했다. 2023.3.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SVB 파산 여파로 실물 경기의 침체가 가까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이치방크 전략가 사라벨로스는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원자재와 주식의 경기순환도 약세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예금경쟁 심화로 경제가 보다 긴축되는 반면 달러는 비정상적으로 강세라 미국의 수출이 악화되고 달러가 투자 헷지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다.

2008년과 달리 미국 정부가 앞서 일찌감치 진화에 나선 점을 들어 SVB 사태를 금융위기가 아니라 기술 붐의 종식으로 보는 이도 있다. 커먼웰스파이낸셜의 브래드 맥밀런 CIO는 "스타트업에 대출해주던 은행들이 사라지고 대형은행만 남게 되면 이들이 대출과 위험을 축소하려고 할 것이기에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기술 붐은 당분간 사라져 단기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금융주 수난시대… 이틀새 시총 4650억 달러 증발
SVB 충격 여파로 글로벌 금융주는 된서리를 맞았다. MSCI 세계금융지수와 MSCI EM금융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지난 10(현지시간)일 이후 4650억 달러(608조원) 감소했다. 13일 미국 지역 은행들은 KBW 지역 은행지수가 7.7% 급락, 지난 2020년 6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파산한 3개 은행에 이어 위기설이 나온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주가는 하루에만 61.83% 곤두박질쳤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대비 61.63포인트(2.56%) 하락한 2348.97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84포인트(3.91%) 하락한 758.05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3원 오른 1311.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국내증시는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 여파로 코스피는 2%대 코스닥은 3% 넘게 급락했다. 2023.3.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SVB처럼 장기채권 비중이 높은 은행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 탓이다. 크레디트스위스 그룹 AG의 주가가 15%나 폭락했고 채무 불이행에 대비한 채권 보험 비용은 사상 최고치로 올랐다. 일본에서는 14일 미쓰비시UFJ금융지주가 8.59% 하락했다. 3거래일 사이 17.17%나 뒤로 밀렸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산 50억 달러 이상 아시아태평양 지역 130여개 은행에 대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은행들은 미국 장기 채권 부문에서 미실현 손실 비율이 두드러진다. 지모토홀딩스, 쓰쿠바 은행, 후쿠시마 은행 등은 자본 대비 미실현 손실 비율이 최소 9%이상으로 조사됐다.

존 우즈 크레디트스위스그룹 아태 최고투자책임자(CEO)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이 계란 껍질을 밟고 있다"며 "더 광범위한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유동성 위험과 크게 관련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