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로로, 'Z세대 뮤지션' 대표주자 예고.."청춘은 일기장"
기사내용 요약
올해 3월 '입춘'으로 데뷔…BTS RM 청취 인증곡 주목
'거울'·'비틀비틀 짝짜꿍', 싱글들 잇단 호평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한로로(22·한지수)에 대한 인디 신(scene)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그녀가 'Z세대 뮤지션'의 대표주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견하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의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지난 3월 '입춘'으로 데뷔해 6월 '거울', 지난달 '비틀비틀 짝짜꿍' 등 싱글 3곡을 냈을 뿐인 신인에게 너무 과찬이 아니냐 싶지만, 모든 걸 청춘으로 만드는 이 뮤지션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
이 곡들을 전부 작사·작곡한 한로로는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일상다반사로부터 누구나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이면의 감수성들을 끌어내 청자를 매료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시적인 노랫말은 예리하되 날카롭지 않고, 과하지 않는 록적인 선율은 애잔하되 애통하지 않다. 이것들이 엉키며 청춘의 아련함을 선사한다. 그 아렴풋함은 과거에도 지금도 존재한다. 2000년생이 기성세대에겐 향수를, 지금 세대에겐 첫 경험을 가져다주는 이유다.
심장의 활달함을 뽐내면서 거기에 새겨진 상처의 문양을 어루만지는 음악. 청춘이 자기확인을 통해 연대하게끔 만드는 게 한로로가 부르는 노래의 힘이다. 청춘의 연약함을 알지만 그럼에도 '견디고' 나아가겠다는 용기. "상처투성이의 손을 맞잡고 다시 비틀비틀 짝짜꿍 비틀비틀 짝짜꿍" 할 수 있는 의지 말이다.
이미 전 세계의 숱한 청춘들을 연대하게 한 그룹 '방탄소년단'(BTS) RM이 한로로의 '입춘'을 듣고 있다고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인증하게 만든 힘이 아닐까. 길 로(路)를 사용해 예명을 지은 한로로는 스무살이 갓 넘었지만 자신만의 길로 확실히 접어들었다. 최근 망원역 인근에서 만난 그녀는 "청춘은 일기장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
-데뷔한 지 반년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이곳저곳에서 한로로 씨 이름이 들립니다.
"사실 혼자 있으면 실감이 잘 나지 않아요. DM으로 '노래를 잘 듣고 있다' '응원한다' '공연 언제 하냐' 등의 메시지를 보내주시면 가끔 실감이 나요. 카페에 있는 친구들이 '네 노래가 나온다'고 메시지를 보내줄 때도요."
-대학생이 된 이후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요.
"각잡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자연스럽게 시도를 하게 됐죠. 학창 시절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는데 글로만 보여주기엔 부끄러워 멜로디를 입혔어요. 친구들이 좋다고 반응했고 주변에 여러 사람들에게 들려주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엄마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걸 좋아하시거든요. 어릴 때부터 그렇게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은 거 같아요. 엄마가 옛날 노래를 많이 부르셨어요. 이문세·변진섭·원준희의 노래를 좋아하셔서 저도 따라 좋아하게 된 거 같아요."
-회사(Studio MOS)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된 거예요?
"저희 회사에 초승이라는 아티스트가 있는데, 소셜 미디어에서 뮤직비디오를 보고 따듯하고 소중한 느낌이 들어 '여기다' 싶었어요. 그래서 '전 대학생인데 음악에 대해 잘 모르지만 기회만 주신다면 함께 배워나가고 싶다'는 내용을 적어 이메일을 보냈죠. 2020년 겨울 즈음이었고, 이후 회사랑 미팅을 하고 계약을 했습니다. 받아주시기가 쉽지 않은데 신기했어요. 제 가사집을 보여드렸는데 회사 대표님이 제 글에서 가능성을 보신 거 같아요."
-글 쓰기에 흥미는 어떻게 갖게 됐나요?
"일기를 쓰면서요. 글로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일기를 꼬박꼬박 썼고 중고등학교 때도 하루에 몇줄이라도 꼬박꼬박 썼어요. 그걸 친구들이랑 공유하면서 서로 공감을 할 수 있고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걸 알았죠. 대학에선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이유는 시나리오 작가를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갑자기 음악으로 방향을 틀게 됐습니다."
-한로로라는 활동명은 어떻게 짓게 된 건가요?
"제 본명이 지수잖아요. 수학 시간에 지수와 로그를 공부하다 친구들이 그냥 저를 향해 한로그라고 툭 던진 것이 별명이 됐어요. 예명으로 멋있겠다 싶었는데 너무 수학적으로 다가간다 싶었고 '둥글둥글하게 바꿔보자'라는 생각에 로로를 떠올리게 됐죠. 또 생각을 하다 '길 로(路)'라는 한자를 떠올렸어요. '나만의 길을 찾아가자' '우리의 길을 찾아 떠나자'라는 용기 있는 태도와 잘 어울리는 거 같았죠. '길로 떠나보자'는 마음을 담은 거죠."
-'입춘'은 청춘의 시작이자, 뮤지션 한로로의 시작을 알리는 첫 곡으로도 정말 딱인 거 같아요.
"사실 이 곡보다 더 일찍 만든 곡들이 있기는 해요. 그런데 '입춘'이 새싹이 불안정함에도 피어나는 모습의 봄이라는 계절과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고, 제가 가지고 가고자 하는 메시지의 첫 시작과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무작정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시작하기보다 '우리가 시작하는 과정에 있고 불안하니까 내 손을 잡아 달라'는 느낌으로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젊고 처음이니 당당하고 패기 넘치는 모습이 주를 이룰 거 같은데 양과 음,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잘 그려요. 평상시에 그런 부분들이 청춘의 속성이라고 생각한 건가요?
"무작정 어리다고 밝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청춘들이 더 아프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야기를 함으로써 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입춘'이 제가 시작하는 것에 있어서도 위로가 되는 곡이에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에 만든 곡인데, 연습생으로 시작을 한 음악 생활이 처음이라 많이 불안했어요. 보컬도 익혀야 하고, 미디도 배워야 하고…. 너무 많은 걸 배우고 싶었는데 막상 그것들이 한번에 다가오니까 걱정이 너무 됐죠. 회사에서 이렇게 지원을 해주시고 밀어주시는데 난 과연 많이 성장할 수 있을까 불안했습니다. 그런 감정이 '입춘'에 그대로 드러나요."
-요즘 청춘들이 많이 힘든 거 같아요. 능력에 비해 무엇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적으니까요.
"맞아요. 친구들이랑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힘듦과 아픔을 함께 느껴요. 그런데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위로를 해줄 수 있을까 깊게 생각을 해요. 어리지만 불안함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성숙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고자 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고 저 역시 그 친구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로 낸 싱글 '거울'은 어떤 곡입니까?
"'입춘' 다음으로 만든 곡이에요. 위로를 위해 만든 곡이라기보다 공감을 극대화화기 위해 만들었죠. 가사를 보면 혼자 있는 방에서 울분을 토하는 느낌인데 '공감'이라는 감정 자체가 중요했어요. '내일 죽는 것보다 내일 사는 것을 두려워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라고 곡을 소개했는데 부정적인 것에 휩싸여 있고 그런 감정이 극에 달했을 때 만든 노래입니다. '입춘'을 내고 나서 갑자기 든 생각이라기보다는 늘 갖고 살아왔던 감정들이에요."
-'비틀비틀 짝짜꿍'은 가장 최근에 낸 싱글이죠.
"제가 밴드셋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난 후 처음 만든 곡이에요. '입춘'보다 먼저 만든 곡이죠. 사실 이 곡이 제가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농도가 가장 짙게 담긴 곡이에요. 가사를 보면 '입춘' '거울'과 다르게 불안함과 우울감이 확실하게 배제됐어요. '용기를 가지자' '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이 곡을 많이 좋아해주시는 거 같아 신기했어요."
-한로로 씨 음악엔 Y2K 감성이 묻어나요. 그 이전의 감수성도 있는 거 같고요.
"제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의 노래를 듣는 이유는 엄마·아빠의 젊은 시절을 경험하고 싶어서예요. 그 때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져 좋아요. 요즘도 엄마·아빠랑 같이 드라이브를 하면 옛날 노래를 틀어요. 엄마·아빠가 서로 연애를 하던 시절, 더 거슬러 올라가 두 분이 몰랐던 시기의 노래를 들으면서 두 분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어떠한 모습을 하고 다니셨을 지 제 마음대로 상상을 해본다는 게 재밌어요. 하하."
-한로로 씨가 음악을 한다는 것에 대해 부모님이 참 좋아하실 거 같아요.
"엄마가 너무 좋아하세요. 음악을 시작할 땐 '뭔가 해볼 테면 해봐라'라는 느낌으로 허락을 하셨는데 제가 열심히 하고 회사분들도 열심히 해주시니까 점점 더 좋아해주시죠. 아빠도 말씀은 안 하시만 잘 듣고 계신 거 같고. 엄마는 '늘 겸손해고 감사해야 한다'고 계속 말씀 주셔서 '예, 알겠습니다'라고 저 역시 항상 다짐해요."
-영향을 준 뮤지션은 누군인가요?
"이소라 선배님이요. 노래를 하실 때 그 노래 안에 들어가 상황 속에서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충격적이었어요. 저도 그런 충격을 다른 분들에게 주고 싶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더 많이 해요."
-평소 말투랑 창법이 많이 달라요. 어떤 분은 자우림 김윤아 씨의 젊은 시절이 떠오른다는 반응도 내놓았어요.
"사람에게 용기를 줄 수 있으려면 속삭이는 것보다 단단하고 강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노래 자체에 몰입을 하려고 합니다. '거울'은 저도 모르게 울분을 토하듯이 노래하려고 하고요. '입춘'도 비슷한 결이고요. 그래서 집중하는데 시야에 방해되는 게 있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감고 부르기도 해요. 가사를 진정성 있게 풀어내려고 하다 보니 발성 자체가 다소 크고 카랑카랑하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구축이 되지 않았나 해요. 김윤아 선배님 역시 너무 좋아하는데 (자우림) '있지' 같은 노래를 보면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결과 맞다고 생각합니다.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비슷하다고 해주시면, 저에겐 극찬이죠."
-가사를 쓸 때 중요한 건 무엇입니까?
"제 감정을 사람들이 같이 느낄 수 있도록 솔직하고 담담하게 쓰고자 해요. 너무 꾸미려고 하다 보면 전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우선 제 방식대로 글을 쓰고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보여줘요. 제가 느끼고 있는 걸 한순간에 짚어내면 '성공한 글'이라고 판단합니다."
-청춘이 중요한 키워드인데, 로로 씨에게 청춘은 어떤 느낌인가요?
"청춘 자체가 일기장 같아요. 보통 10대부터 20대까지를 청춘이라 일컫는데 나이는 상관 없어요. 어디서든 언제든지 연필만 쥐면 쓸 수 있는 일기장처럼, 마음 먹으면 펼칠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청춘이라 일기장과 청춘은 닮아 있는 거 같아요. 또 그간 써온 일기장을 오랜만에 펼치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잖아요. 청춘 역시 떠올리면 그렇잖아요."
-그간 받은 피드백 중 인상적이었던 것이 무엇이었나요?
"우울증에 오래 시달리고 있었다는 분인데 '입춘'이라는 곡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아파도 또 다시 봄은 찾아온다'라는 걸 알게 해줘서 고맙다는 글을 읽으면서, 오히려 제가 더 고마웠어요. 제가 '입춘'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대로 느껴주셔서요. 많은 분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제가 용기를 주고자 했는데 도리어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RM 씨가 '입춘'을 듣고 있다는 걸 인증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새벽이었거든요. 자려고 누워 있는데 DM으로 외국인들이 너무 많은 메시지를 보내는 거예요. 해킹당한 줄 알고 '안 되는데'라는 생각을 했는데 RM 선배님이 추천을 해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좋았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제 얼굴('입춘' 커버)이 떡하니 있는 거예요. '이걸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얼떨떨하면서도 너무 기뻤죠. 학창 시절에 방탄소년단 노래를 너무 많이 듣고, 그 만큼 위로를 받았거든요. 모든 친구들이 방탄소년단을 좋아했을 정도로 대단하신 분이고, 기본적으로 닮고 싶었던 분이자 세상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정말 넓게 퍼뜨리고 있는 분의 귀에 제 노래가 들어갔다는 자체가 감동이었습니다. 이내 '어떻게 들어가게 된 거지'라는 너무 큰 궁금증이 일기도 했어요. 인디 장르에 원래 관심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그런 것 자체도 너무 멋있었습니다."
-노래로는 진중한 모습 보여주고 있는데 대학 생활 등 일상을 보여주는 유튜브에선 또래의 귀엽고 밝은 모습도 보여주고 있어요. 음악도 잘하면서 예능도 잘하는 스타성을 엿보는 대중 분들도 많더라고요.
"전 가수와 팬이 정말 수평적이기를 바라는 사람이에요. 옆집에 사는 친근한 사람 같다가도 음악을 할 때는 '멋있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본업엔 충실하고 진중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울러 위로와 용기를 주고 받을 수 있으려면 얼굴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친구가 돼야 한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죠."
-앞으로 계획은요?
"학업을 병행해야 해서 바쁘다고 하더라도,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같이 해서 바쁘다는 건 감사한 일이에요. 내년까지 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EP를 내고 싶어요. 그리고 곡이 더 쌓이고 용기가 생기면 콘서트도 열고 싶어요. (앞으로 더 바빠질 거 같다고 하자) 견뎌야죠."
-'견뎌야죠'라는 말을 많이 해요. 유튜브에서도 많이 들었어요.
"늘 밥 먹듯이 하는 말이에요. 처음엔 밤새 과제를 하다 우스갯소리로 한 말인데 그렇게 내뱉으니까 진짜 견뎌지더라고요. 그 말 자체가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노래 자체에도 그런 '견뎌야하는' 느낌이 배어있다고 하자) 제 일상의 모든 것이 노래에 다 녹아 있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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