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와 적응…기후변화 대응 두 전략[최종수의 기후이야기]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완화 전략과 함께
홍수·폭염 대응 등 피해 최소화 접근 필요
에너지 전환 완충···SMR 역할에도 주목해야

하지만 공약이 곧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기후 공약은 양적으로는 풍부했지만 실행 전략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아 전반적으로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다는 인상을 준다. 석탄화력발전 폐쇄,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정책 방향 자체는 타당하지만 이행을 위한 법·제도 정비, 부처 간 협력, 지역사회의 수용성 확보 등 실천 구조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향후 이러한 공약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전략과 실행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은 크게 완화와 적응이라는 두 축으로 구성된다. 완화는 탄소배출을 줄여 기후변화의 원인을 통제하려는 전략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 산업 구조 전환 등이 포함된다. 반면 적응은 이미 나타나고 있는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접근으로 도시 홍수 예방, 폭염 대응 등이 주요 과제다. 특히 완화는 실질적인 감축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과 막대한 사회적 자원이 요구돼 정책 이행 과정에서 적응과의 병행이 필수적이다.
완화 정책의 핵심인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기술 변경이 아니라 입지 선정, 주민 수용성 확보, 전력 계통 연계 등 복잡한 절차를 수반하는 구조적 변화다. 특히 화력발전을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대체하는 과정에는 상당한 시간과 사회적 협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처럼 전환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폭염, 집중호우 등 기상이변은 계속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 공약은 완화 중심의 접근에 치우쳐 있고 적응 전략에 대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이 일상화된 현실을 고려할 때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적응 대책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단순히 보급을 늘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시스템 전반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요구된다. 태양광과 풍력은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기상조건에 따라 출력이 불안정해 전력 수급의 안정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저장장치(ESS), 스마트 그리드, 수요 반응 시스템과 같은 보완 기술과의 유기적인 연계가 필수적이다. 신재생에너지는 독립적인 수단이 아니라 전력 계통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종합 전략의 일부로 다뤄져야 한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출력 변동성과 운영의 불확실성이 불가피하게 높아진다. 이러한 과도기적 불안정을 보완할 현실적 대안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가 주목받고 있다. SMR은 모듈형 설계를 통해 건설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자연 순환 냉각 방식 등 수동 안전 시스템을 적용해 정전이나 사고 시에도 외부 전력 없이 안정적으로 냉각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차세대 원자로다. 소규모 부지에도 설치할 수 있어 도서 지역이나 산업단지 등 다양한 환경에 적용 가능하며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은 SMR을 탄소중립 전략의 일부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물론 원자력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사용후핵연료 처리와 초기 건설비용, 지역 수용성 문제 등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상용화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현실을 감안할 때 SMR은 과도기적 에너지 전환의 징검다리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새 정부는 SMR을 영구적인 해답이 아닌 신재생에너지로 가는 과도기적 보완 수단으로 인식해야 한다. 장기 목표인 탄소중립과 단기 과제인 전력 수급 안정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전략적 균형이 요구된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은 기술과 정책이 아무리 정교해도 지역사회의 수용 없이는 현장에서 실현하기 어렵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주요 걸림돌 중 하나는 지역 수용성 문제다. 태양광과 풍력시설 설치에 대한 주민 반대는 해당 시설이 친환경 에너지 시설임에도 님비(NIMBY)시설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에서는 주민참여형 신재생에너지 배당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남 신안군의 ‘햇빛연금’이다. 조례를 통해 주민과 군이 공동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했고 배당금은 2024년 기준 누적 22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소득 보전에 그치지 않고 지역 공동체의 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후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일관성과 실행력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향이 흔들리고 기존 계획을 무력화한다면 기후위기 대응은 늘 출발선에 머물게 된다. 기후정책은 정치적 이해를 넘어선 세대 간 책무다. 따라서 과학 기반의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 기업,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지 않는다면 아무리 훌륭한 계획도 실행력을 담보하긴 어렵다.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구조를 바꾸는 중대한 과제다. 이러한 전환을 조정하고 이끌 책임은 결국 정부에 있다. 새로운 정부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법과 제도, 재정과 기술을 아우르는 통합적 추진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과 실행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 조정기구와 이행 점검 체계를 마련하고 과학 기반의 장기 전략을 중심으로 흔들림 없는 기후 리더십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최종수 (climat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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