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스마트팜 창업?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코다쳐···워라밸? 꿈도 꾸지 마세요
"'스마트팜'이라고 하니 첨단시설이 농사를 대신 다 지어주는 걸로 생각하는 분도 계십니다"
'스마트팜'은 첨단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높인 농장을 말합니다.
온도와 습도, 햇빛 등의 환경을 제어할 수 있는 갖가지 설비를 갖춘 농장입니다.
언론을 통해 많이 소개되어서 이제는 많이들 알고 계시기도 하죠.
"스마트팜이라고 하니 첨단시설이 농민 대신에 농사를 다 지어주는 걸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온도나 습도 등을 조절할 수 있다는 얘기지 결국은 사람 손이 다 가야 합니다. 2024년 여름처럼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웃돌면 스마트팜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시면 됩니다."
스마트팜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업인들의 말입니다.
"노지나 일반적인 비닐하우스에서 농사를 짓는 것보다 생산성이 높은 것은 분명합니다. 많은 돈을 들여서 지은 시설이니까요."
경북 고령군에 들어선 임대형 스마트팜
스마트팜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 농업인을 돕기 위해 경북에도 임대형 스마트팜이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2024년 6월에 준공식을 가졌다는 경북 고령군 다산면에 있는 임대형 스마트팜을 가봤습니다.
15,581제곱미터의 땅에 시설 면적 13,011제곱미터입니다.
들녘 한 가운데에 흰색의 대형 비닐온실 2동이 기자를 맞았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42억 3,800만 원을 들여 지은 이 시설에는 6명의 청년 농업인이 입주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1명에 2,168제곱미터(655.8평), 다른 시설까지 포함된 면적이라서 실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면적은 이보다는 적습니다.
보증금 150만 원에 160만 원 정도의 연간 임대료를 내면, 3년간, 이 시설을 빌려서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합니다.
3년 동안 농사를 짓고 돈을 벌면서 스마트팜 창업의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는 겁니다.
"청년 농업인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시설이어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시설 준공에 맞춰 농사 준비를 해 온 청년 농업인들은 하루하루가 소중한 만큼 스마트팜 농사가 매우 힘들다는 여름임에도 불구하고 농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2024년 여름은 아시다시피 더위가 극성을 부린 탓에 농사가 참 어려웠지만 여름 농사가 어렵다는 각오를 한 때문인지 청년 농업인들의 얼굴은 밝아 보였습니다.
기자가 찾은 날에도 농산물도매시장으로 보낼 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던 한 청년 농업인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첫 시도로 치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고 자평했습니다.
임대형 스마트팜 시설에 대한 만족도를 물어봤습니다.
최성우 스마트팜 창업 준비 청년 농업인 "만족스럽습니다. 아무래도 신식 온실이기 때문에 많은 자재들이 들어왔거든요. 여름 농사에도 아주 적합하고 겨울 농사도 대비가 되게끔 경북 고령군에서 많이 알아봐 주시고 저희 의견도 많이 받아들여 주셔서 온실 자체는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최은경 스마트팜 창업 준비 청년 농업인 "저희가 스마트팜 창업을 하게 되면 스마트팜 시설을 짓게 될 텐데 제가 스마트팜 농사를 짓게 될 때 이 정도 시설을 짓는다면 현실적으로 실행이 가능한 시설이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시설입니다. 그래서 그 부분이 되게 좋습니다."
"초기 투자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입니다"
임대형 스마트팜에 들어온 한 청년 농업인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스마트팜에서 농사를 지으려면 막대한 초기 투자비가 드는 데 초기 투자비를 최소화하면서
창업 종잣돈 마련이 가능한 게 임대형 스마트팜의 최대 장점입니다.
그렇다고 돈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환경 제어 설비를 갖춘 스마트팜은 있지만, 농사를 짓기 위한 공과금에서부터 농사에 필요한 배지(식물 배양에 필요한 영양소를 주고 적당한 삼투압, pH를 맞춰준 것. 형태에 따라 액체 배지와 고형 배지가 있음), 각종 농자재 등은 본인이 사서 써야 합니다.
"초기 투자비를 최소화했지만 그래도 저희가 지금까지 쓴 금액을 들으시면 깜짝 놀라실걸요. 하하"
신신애 스마트팜 창업 준비 청년 농업인 "저희가 자본금을 투자해서 시작한다고 하면 경제적인 부담도 크고 빚으로 시작을 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웠을 건데 도움을 받아서 이렇게 임대를 받으니까, 투자금이 없어서 부담이 덜하고 시작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거거든요."
"임대형 스마트팜에 들어오려고 2년을 기다렸어요"
하지만, 임대형 스마트팜이 많지 않다 보니 2년을 기다렸다가 들어왔다는 청년 농업인도 있었습니다.
경상북도 담당 부서 주무관을 통해 알아보니 경북에 임대형 스마트팜이 있는 곳은 고령과 상주, 의성 등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습니다.
비슷한 형태의 경영 실습 온실이 일부 지역에 있기는 하다고 했습니다.
영천과 예천, 봉화에 임대형 스마트팜을 추가로 짓고 있는데 2025년과 2026년은 되어야 문을 열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임대형 스마트팜이 수용할 수 있는 청년 농업인은 시설당 적게는 6명에서 많아도 20여 명 사이입니다.
청년 농업인들이 입주하면 3년 뒤에나 빈자리가 납니다.
경북 상주에 있다는 스마트팜 청년창업보육센터에서 해마다 50여 명의 졸업생이 배출되는걸
고려하면 입주의 문은 아직은 좁습니다.
청년창업보육센터 교육 기간은 20개월 정도라고 하는데, 졸업했다고 해서 모두가 임대형 스마트팜에 들어갈 수가 없는 겁니다.
이광우 스마트팜 창업 준비 청년 농업인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가 교육을 받고 농사의 꿈을 가지고 왔는데 현실적으로 2년 동안 교육을 받고 나와서 임대 농장을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창업하려고 해도 땅 구하는 일부터가 쉽지 않습니다. 그 지역 사람이 아니면 부르는 시세부터가 다릅니다"
청년 농업인들은 막상 스마트팜 창업을 하려고 하면 땅 구하는 일부터가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최은경 스마트팜 창업 준비 청년 농업인 "스마트팜을 창업하려면 농지 확보가 돼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제가 그 지역에 거주하는 본토인이 아니고는 사실 토지를 알아보는 것 자체가 되게 힘들거든요."
무엇보다 큰 장벽은 막대한 초기 투자비
땅값에다가 막대한 시설 건립비는 청년 농업인에게 무엇보다 큰 부담입니다.
경상북도 담당 부서 주무관에게 물어보니 스마트팜 종합 자금이나 농어촌 진흥 기금, 온실 신축 보조 사업 등을 통해서 자금을 빌릴 방법은 있다고 했습니다.
청년 농업인들은 하지만, 농사를 지을 땅을 구해놓았다고 해도 이런 정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최성우 스마트팜 창업 준비 청년 농업인 "구매할 땅의 가치라든지 그리고 그 금액이 사업 신청을 하는 그 조건하고도 맞아떨어져야 하고 평수라든지 이런 것이 자금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힘들게 돈을 빌리는 데 성공했다고 해도 걱정은 여전히 있습니다.
이광우 스마트팜 창업 준비 청년 농업인 "5년 거치 20년 상환이라고 하지만 이자 낼 돈을 모아야 하고 원금 상환 금액까지 모아둬야 하거든요. 시작도 안 했지만, 그런 부담감을 가지고 지금 들어와 있는 겁니다, 임대 3년을 거쳐 거기까지 가려고. 사실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두렵고 무섭습니다."
"스마트팜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농사를 쉽게 지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청년 농업인들은 스마트팜 관련 교육을 20개월 받아도 농사를 쉽게 지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스마트팜 농사를 여러 해 짓고 있는 선도 농장 대표로부터 노하우를 배우지 못한다면 자립으로 가는 길은 너무나 험난하다는 걸 농사를 지으면서 느끼고 있다고 했습니다.
멘토로 삼을 만한 선도 농가를 잘 만나는 게 매우 중요한 일 중에 하나라는 얘기였습니다.
최은경 스마트팜 창업 준비 청년 농업인 "책만으로 이론적인 부분을 모두 마스터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있거든요. 기술적인 부분으로 말한다면 스마트 농장 대표님이라든지, 저같이 수업을 받아서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는 데서 하지 않고서는 개인적으로 알아보고 이 농업으로 뛰어들기에는 위험도도 높은 것 같고, 힘든 분야인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스마트팜 창업?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코다쳐···워라밸? 꿈도 꾸지 마세요"
청년 농업인들은 스마트팜과 관련해 이런 말을 기자에게 했습니다.
"스마트팜 창업이요? 만만하게 봤다가는 큰코다칩니다. 워라밸 때문에 스마트팜을 하겠다는 분들도 있던데요. 워라밸이요? 꿈도 꾸지 마세요. 하하"
청년 농업인의 스마트팜 창업을 돕기 위한 기반은 확대되고 있지만, 창업의 문턱은 여전히 높은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스마트팜이 확산되고는 있다고 하지만 대중화됐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입니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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