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강남·광진구, 인천... 17곳서 투표용지 없어 중단
일부 유권자, 기다리다가 발길 돌리기도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 투표 도중에 서울 송파구·강남구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 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한때 중단됐다. 유권자들은 한동안 투표소에서 기다려야 했고 발길을 돌린 유권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문자 공지를 통해 “제9회 지방선거 투표율이 지난 선거보다 높아 송파구 일부 투표소에서 준비된 투표용지가 부족하다”며 “현재 송파구 선관위에서 해당 투표소로 투표용지를 이송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기 중인 유권자는 투표 마감 시각이 지나더라도 정상적으로 투표할 수 있다”며 “용지가 부족해 오늘 투표가 불가능한 것이라는 오해가 없으시기 바란다”고 했다.
투표 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된 투표소에선 혼란이 벌어졌다. 줄을 선 유권자들이 선관위 관계자에게 투표 재개 시점을 물으며 불만을 터뜨렸다. 일부 유권자는 “투표 마감(오후 6시) 전에 투표소에 왔는데 투표를 못 하는 줄 알고 당황했다” “투표용지가 부족하다는 설명을 듣고도 언제 재개될지 몰라 불안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50명 먼저 투표?” 잠일초 투표소서 주민 항의

오후 5시 53분쯤 송파구 잠실2동 잠일초등학교 투표소 앞에서는 투표 재개를 기다리던 주민들이 선관위에 거세게 항의했다. 잠실2동 선거관리위원장이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50매를 받아 우선 50명부터 투표를 진행하고, 나머지 인원은 대기 후 순차적으로 투표하도록 하겠다”고 안내하자, 주민들은 “이미 기다리다 돌아간 사람도 있는데 50명을 무슨 기준으로 정하느냐” “먼저 온 사람 순서를 어떻게 확인하느냐”고 반발했다.
잠일초 투표소 앞에서 1시간째 기다리고 있던 이태석(58)씨는 “오후 1시 반쯤 투표용지 부족 상황을 인지해 선관위에 보고했다고 들었는데, 선관위에서 나오지도 않고 특별한 조치가 없었다”며 “대기표를 준다고는 했지만 왔다 간 사람도 있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안내 방송을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오후 6시 10분쯤 학교 옆 화단에 앉아 있던 최정근(72)씨는 “투표 자체를 못 하게 하는 건 처음 봤다”고 했다.
장시간 대기한 유권자들은 “전국 단위 선거 관리를 이런 식으로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 유권자는 “아이들 밥을 줘야 하는데 이게 무슨 상황이냐”며 “1시간 40분째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대기표를 준다고 하더니 왜 아직도 안 주느냐”고 했다.
◇서울·인천 최소 17곳 이상서 투표용지 부족 확인

국민의힘 서울시당이 접수한 신고·제보와, 구청·경찰 확인, 본지 현장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서울·인천 17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상황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송파구 11곳, 강남구 2곳, 광진구 1곳, 동작구 1곳 등 15곳에서 관련 상황이 파악됐다. 인천 연수구와 경찰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 송도5동 제1투표소와 동춘1동의 한 투표소에서도 투표용지가 부족해 추가 용지가 이송됐고, 일부 유권자가 대기했다.
송파구에서는 문정2동 제1·제2투표소, 잠실2동 제5·제6투표소, 잠실7동 제2투표소, 잠실4동 제5·제6투표소, 가락2동 제3·제7투표소, 문정1동 제4투표소, 위례동 제5투표소 등에서 투표용지 부족 상황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강남구에서는 청담동 제4투표소와 개포2동 제2투표소, 광진구에서는 구의3동 제6투표소, 동작구에서는 노량진1동 제7투표소가 포함됐다.

송파구 잠실4동 제5투표소가 마련된 잠실래미안아파트에서도 투표용지 부족으로 한때 투표가 중단됐다. 이곳은 오후 6시 기준 투표가 재개됐고, 현장 관계자들은 “이제 문제없이 투표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주민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항의했다. 주민 심원보(67) 씨는 “용지를 인원수에 맞게 준비해야지, ‘이만큼 할 것’이라고 예상해 준비하는 게 맞느냐”며 “평생 투표를 해왔는데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다. 또 다른 주민 홍모(68)씨도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렇게 안 한다”고 했다.
◇잠실·문정·청담서도 대기줄… 유권자들 “평생 이런 일 처음”

이날 6시 15분 송파구 문정2동 제2투표소에서도 공식 투표마감 시간이 지났지만 유권자 50여명이 투표 용지 부족으로 투표소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 투표소는 오후 4시 30분부터 투표가 중단됐다. 대기번호 93번을 받은 시민 김모(70)씨는 “벌써 한시간을 기다렸다”며 “애초에 투표지를 많이 뽑아놓고 남으면 폐기처분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투표 용지는 각 동별로 일련번호가 부여돼 있어 옆 동 용지를 가져다 쓸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추가 용지 전달이 늦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어 “관련 신고는 선관위로 접수되고 있으며, 구청 차원에서 별도로 조치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강남구 청담동 제4투표소에서도 혼란이 빚어졌다. 이날 오후 6시쯤 투표소 밖에는 유권자 40여명이 투표를 기다리고 있었고, 투표함 이송은 오후 6시 20분쯤 시작됐다. 어린 아들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40대 여성은 오후 5시쯤 도착해 대기줄을 보고 벤치에서 기다리다, 오후 6시쯤 “대기표가 없으면 투표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 여성은 “그런 안내는 듣지 못했다”며 항의하다 결국 투표하지 않고 돌아섰다.
주민 서경희(42)씨는 “오후 4시 30분쯤 투표소 안에서 ‘투표용지가 9장 남았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 뒤로 줄이 길어졌고, 오후 5시쯤에는 투표소 밖에만 60명 넘게 서 있었다”고 했다. 오후 5시에 도착해 1시간가량 기다렸다는 주민 오모(67)씨는 “기다리고 기다리다 투표하지 못한 사람도 많았다”며 “서울 강남에서 투표지가 없어 투표를 못 하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오후 6시 50분 대부분 재개·종료… 일부선 “투표권 강탈” 항의
이날 오후 6시 50분 기준 본지가 찾은 투표소 대부분에서는 투표가 재개됐거나 종료됐다. 강남구 청담동 제4투표소는 오후 6시 10분쯤 투표가 끝났고, 송파구 문정2동 제2투표소도 오후 6시 30분쯤 투표가 마무리됐다. 송파구 잠실아이파크 투표소와 광진구 구의3동 제6투표소는 오후 6시 정각 투표가 종료됐고, 구의3동 제6투표소에서는 오후 6시 30분쯤 투표함 이송 차량이 떠났다. 송파구 가락2동 투표소는 오후 6시 50분쯤 10명 안팎의 유권자가 남아 있었다.
송파구 잠실2동 잠일초등학교 투표소에서는 오후 6시 50분 기준 투표가 계속 진행 중이었다. 이곳에서는 오후 6시 20분쯤 투표가 재개됐지만, 대기 관리와 투표 절차를 둘러싼 유권자 항의가 이어졌다. 투표줄에 서 있던 최모(62)씨는 “아내는 몸이 좋지 않아 투표소를 왔다 갔다 했다”며 “투표권을 강탈당한 것”이라고 했다. 오후 4시 30분부터 기다리다 오후 6시 30분쯤 투표를 마친 정모(48)씨는 “대기번호를 나눠주거나 선거인 명부에 표시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투표용지가 50장에서 100장으로 왔다 갔다 하는데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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