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후반부터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자동차 내 터치스크린은 2010년대를 전후하여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에 터치스크린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자동차에 터치 스크린을 사용한 사례는 생각보다 오래된 사례다. 그것도 40년 전의 일이다.

시대를 앞서간 터치스크린, 1986 뷰익 리비에라
40년전, 시대를 앞서서 터치스크린을 사용한 차는 바로 1986년 등장한 뷰익 리비에라(Buick Riviera)다. 이 차량은 현대 자동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의 선구자격인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당시 콘솔 중앙에 위치한 이 터치스크린은 '그래픽 컨트롤 센터(Graphic Control Center, GCC)'로 불렸으며, 블랙 배경에 녹색 글씨, 작고 세밀한 가상 버튼과 슬라이더가 마치 NASA 관제 센터를 연상케 했다.

GCC는 오디오와 기후 제어 시스템은 물론, 트립 컴퓨터, 타코미터(회전계), 브레이크 및 전기장치, 동력계통 진단 기능, 달력, 정비 알림 기능까지 통합되어 있었다. 또한 정비 전용 비밀 모드도 탑재되어 있어, 기술자들이 차량의 이상을 진단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 모든 것을 1986년에 구현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사용자 친화성이 부족했던 이 시스템은 대중의 호응을 크게 얻지 못했다. 이후 등장한 '뷰익 리아타(Buick Reatta)'에서는 '전자 제어 센터(Electronic Control Center)', 올즈모빌 트로페오(Oldsmobile Trofeo)에서는 컬러 스크린을 적용한 '비주얼 인포메이션 센터(Visual Information Center)' 등으로 명맥을 이었지만, GM의 터치스크린 실험은 불과 몇 년 만에 막을 내렸다. 작고 복잡한 가상 버튼은 주행 중 조작이 어려웠고, 운전자에게 혼란을 주기도 했다. 한 평론가는 "편의점에 가는 길을 우주 탐사처럼 느끼게 만든다"고 평했다.
하지만 당시를 되돌아보면, 이런 기술은 명백히 시대를 앞선 발상이었다. 1986년은 윌리엄 '냉장고' 페리와 시카고 베어스가 슈퍼볼 XX를 제패한 해이며, 빌보드 차트에는 다이앤 워릭의 'That's What Friends Are For'가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미국 가정의 10% 미만이 개인용 컴퓨터를 보유하던 시기였다. 윈도우즈 1.0이 갓 출시됐고, 터치스크린은 상상 속의 기술에 가까웠다. 애플 아이폰이 등장한 것은 무려 21년 뒤인 2007년이고, 차량용 터치 디스플레이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시기는 201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였다.

뷰익 리비에라, 반세기 역사의 한 페이지
1986년형 리비에라는 비록 스쳐 지나간 한 모델일지 모르지만, '리비에라'라는 이름은 뷰익 역사에서 50년에 걸친 유산을 지니고 있다. 뷰익은 1949년 로드마스터의 하드탑 모델에 처음으로 '리비에라'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1963년에 와서야 독립 차종으로 정식 출시되었다. 이후 여러 세대를 거쳐 발전해 왔으며, 마지막 생산 모델은 1999년에 단종되었다. 그 가운데 1986년형 리비에라는 디지털 미래를 미리 내다본 도전적인 시도로,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자동차 내 디지털 인터페이스의 서막을 알리는 존재로 기록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