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 속도와 몸 전체의 건강에 영향을 주는 악력

악력은 단순히 물건을 쥐는 능력을 넘어 신체 전반의 건강을 가늠하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악력이 강할수록 심혈관 질환, 뇌졸중, 치매 위험이 낮아지고 기대수명이 길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이는 악력이 전신 근력, 일상 수행 능력, 사회적 활력, 나아가 노년기의 삶의 질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이런 악력 훈련이 단순한 근력 강화 효과를 넘어, 신경 기능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미국 연구진이 진행한 실험에서 단 4주간의 손 운동만으로도 신경 신호 전달 속도가 향상된 것이다.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반응속도에도 영향을 주는 악력

지난 5월 미국 시러큐스대, 오클라호마주립대, 일리노이주립대, 페어몬트주립대 공동 연구팀이 흥미로운 결과를 내놓았다. 손으로 하는 간단한 저항운동이 신경 신호 전달 속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경전도 속도란 척수에서 근육으로 전기 자극이 얼마나 빠르게 이동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나이가 들수록 저하되는 경향이 있다.
연구는 18세에서 84세에 이르는 성인 4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는 젊은층과 노년층으로 구분된 뒤, 다시 훈련군과 대조군으로 나뉘었다. 훈련군은 조절식 악력기, 스트레스 볼, 무게가 다른 악력 링(5~23kg), 손가락 스트레처 밴드(4~10kg) 등을 활용해 주 3회, 30~45분간 운동을 실시했다.
단 한 달의 훈련 후, 예상 밖의 변화가 나타났다. 젊은층뿐 아니라 노년층에서도 신경전도 속도가 평균 약 6% 빨라진 것이다. 연구진은 “이 정도의 향상은 짧은 기간에 쉽게 보기 힘든 결과”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특히 노년층에서 근육 크기와 힘의 증가는 뚜렷하지 않았지만, 신경 신호 전달 속도는 젊은층과 동일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이는 근육 발달보다 신경계 적응이 먼저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험은 팔의 정중신경에 전극을 붙여 운동 전후의 변화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조군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었으나, 훈련군에서는 뚜렷한 개선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그 배경으로 신경섬유 직경 확대, 미엘린층(수초) 품질 개선, 신경근 접합부 효율 상승, 신경 흥분성 향상 등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이는 가설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신경전도 속도가 떨어지면 반응 시간이 느려지고 균형 유지가 어려워져 낙상 위험이 높아진다. 낙상은 노년층에서 가장 흔한 심각한 부상 원인 중 하나다. 따라서 반응 속도의 소폭 개선만으로도 실질적인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연구진은 “악력 운동은 별도의 큰 장비가 필요하지 않고 집에서도 쉽게 실천할 수 있다”며 “추가 검증이 이루어진다면 노인의 신경 건강을 지키는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짧은 기간 동안 이루어졌으며, 참가자의 상당수가 여성이라는 점, 일부 노인이 이미 라켓 스포츠에 익숙했다는 점, 훈련 기록을 자가 보고에 의존했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가자 대부분에서 신경 기능이 개선됐다는 점은 학계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악력을 기르면 좋은 이유와 운동

악력이 강한 사람은 대체로 전신 근력도 뛰어난 편이다. 이들의 생활습관을 살펴보면 오래 앉아 있기보다는 몸을 자주 움직이며 활동량이 많다. 그 결과 근육 밀도가 높아지고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심장 건강이 개선되고 전반적인 체력 상태가 좋아진다.
악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인 운동으로는 노 젓기나 암벽 등반 같은 전신 활동이 있다. 다만 이런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가까운 운동장에서 철봉을 활용할 수 있다. 철봉에 매달려 앞으로 이동하는 동작은 체중이 더해져 상당한 힘이 필요하다. 초보자나 악력이 약한 사람이라면 낮은 철봉에서 발끝을 바닥에 살짝 대고 연습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보다 간단한 방법으로는 테니스공이나 작은 고무공을 활용할 수 있다. 손에 쥐었다가 펴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손 근육 강화에 도움이 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긴 막대기를 활용하는 훈련이 있다. 막대기 끝에 0.5~1㎏ 정도의 물체를 매달고, 반대쪽 끝을 잡아 바닥과 수평이 되도록 버틴다. 몇 초간 유지한 뒤 휴식을 취하고 다시 반복하면 악력뿐 아니라 팔 전체의 근력 강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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