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ETF 규제 완화됐지만…집 나간 서학개미 유턴은 ‘글쎄’

단일종목 ETF 허용에도 큰손은 미국행…세금·상품 다양성·수익률 등 유인 부족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하며 해외로 빠져나간 국내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지만 이번 규제 완화만으로 ‘서학개미 유턴’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로 나간 일부 자금을 붙잡는 마중물은 될 수 있어도 고수익·고액 투자자까지 본격적으로 국내로 복귀시킬 유인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규제 장벽은 낮아졌지만…2배 규제·종합과세 등 족쇄 여전

정부는 이르면 이달 22일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를 허용할 계획이다. 또 내달 29일부터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을 기초로 한 개별주식 위클리옵션도 도입한다. 해외로 나가던 자금을 국내로 되돌릴 제도적 통로는 열린 셈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만으로 ‘서학개미 유턴’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투자자들이 해외 레버리지 ETF를 택한 이유가 단순히 국내 규제 때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수익을 좇는 투자자들은 여전히 3배 레버리지 같은 고배율 상품, 더 넓은 기초자산 선택지, 그리고 세금 부담 등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금융위원회는 미국·홍콩 등지에는 이미 다양한 단일종목 ETF가 상장돼 있는 반면 국내 시장은 분산투자 규제로 인해 같은 상품을 만들 수 없었던 점을 개선 배경으로 들었다. 실제로 현행 개편안에 따라 시가총액과 거래량, 파생시장 안정성 등을 충족하는 국내 우량주식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기초자산이 될 수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해당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뿐이다.

▲ 이달 22일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를 허용할 계획이다. 또 내달 29일부터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을 기초로 한 개별주식 위클리옵션도 도입한다. [사진=금융위원회]

또 위클리옵션도 기존에는 주가지수옵션만 허용됐지만 앞으로는 개별주식과 ETF를 기초로 한 상품까지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6월 29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4개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위클리옵션이 먼저 도입되고 ETF 위클리옵션은 하반기 상장이 추진된다. 이를 통해 상품 다양성을 높이고 국내 자본시장의 투자 유인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형평성 측면에서 바뀐 점도 있다. 기존에는 국내 상장 레버리지 ETF·ETN에만 적용되던 1000만 원 기본예탁금과 사전교육 의무가 해외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 투자에도 확대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국내-해외 상품 간 비대칭 규제를 줄이고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맞췄다고 설명했다. 새로 도입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투자자에게는 기존 1시간 사전교육 외에 1시간의 심화교육도 추가로 요구된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선택이 실제로 바뀔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국내에서 허용되는 레버리지 배율은 여전히 2배 이내다. 반면 해외 시장, 특히 미국에는 3배 레버리지 ETF가 이미 운영되고 있다. 더 높은 변동성과 수익 기회를 선호하는 투자자라면 국내 단일종목 2배 ETF만으로는 만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상품 다양성에서도 격차가 크다. 국내는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국한되지만 해외시장에선 반도체, 빅테크, 전기차, 바이오 등 훨씬 넓은 종목군을 기초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제도적 문은 열렸지만 선택지 자체는 여전히 좁은 셈이다.

게다가 레버리지 상품의 구조적 위험도 여전하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교육을 강화했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누적 수익률이 아니라 일일 등락률의 2배를 추종하는 구조라 시장 변동성이 커질수록 개인 손실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금융투자교육원도 교육 수요 급증에 대비해 서버를 증설할 정도로 관심은 높지만 1시간짜리 심화교육이 실제 손실 방지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시장 안팎에서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세금·수익률·상품 다양성…‘큰손’이 돌아오기엔 유인 부족

▲ 국내외 ETF 투자 비교 [그래픽=ai이미지/gemini] ⓒ르데스크

서학개미의 본격적인 국내 복귀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는 세금이 꼽힌다. 국내 상장 레버리지 ETF는 국내 주식형 ETF와 달리 매매차익에 15.4% 배당소득세가 부과되고, 이 수익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도 포함된다. 반면 해외 상장 ETF나 해외주식은 연 250만원 기본공제를 적용받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22% 양도소득세가 붙는 구조다. 특히 해외주식 양도차익은 분리과세여서 국내 레버리지 ETF처럼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묶이지 않는다. 수익 규모가 커질수록 고액 투자자가 해외 상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고수익을 노리는 큰손일수록 더 민감하게 작용한다. 국내 상품은 세율 자체만 놓고 보면 15.4%로 낮아 보일 수 있지만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다른 소득과 합산돼 종합과세 부담이 커진다. 반면 해외 상장 상품은 250만원 공제 후 22%로 과세가 끝나기 때문에 수익 규모가 클수록 예측 가능성이 높다. 세금과 손익통산까지 감안하는 고액 투자자 입장에선 여전히 해외 상품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증시 자체의 매력도도 변수로 지목된다. 미국 시장은 엔비디아, 테슬라, 애플 같은 글로벌 성장주와 3배 레버리지 상품이 이미 널리 자리 잡고 있다. 반면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초기 허용 대상이 두 종목뿐이다. 장기적으로도 미국 시장만큼의 산업 다양성과 성장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서학개미가 해외로 간 이유가 단지 규제가 풀려서가 아니라 미국 시장의 성장성·유동성·상품 다양성 때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레버리지 상품 규제 완화만으로 해외로 쏠린 자금이 대거 돌아올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레버리지 ETF는 결국 기초자산의 강한 상승 기대가 있어야 자금이 몰리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결국 이번 규제 완화가 ‘일부 유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자금 복귀의 결정적 계기가 되려면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국내 상장 레버리지 ETF에 대한 과세 체계를 보다 단순하고 예측 가능하게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특정 종목에 편중된 현재 구조를 넘어 기초자산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투자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동시에 교육 이수와 예탁금 같은 형식적 보호장치만으로는 부족한 만큼 상품 구조와 손실 위험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공시·표기 방식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세금, 상품 다양성, 시장 성장성 등이 이뤄져야 해외자금 유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시장이 해외 투자 수요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의미는 있지만 ‘집 나간 서학개미’의 복귀는 여전히 미지수다”며 “세금부터 상품 다양성 등 국내 시장의 경쟁력이 함께 높아져야 해외로 나간 투자자들이 국내로 돌아올 것이다”고 말했다.

글=임현범 르데스크 기자

☞ 기사 속 Q&A
Q1. 레버리지 ETF 관련해 어떤 규제가 완화됐나?
A. 금융당국은 단일종목을 기초로 하는 레버리지 ETF·ETN을 국내에서도 허용했다. 그동안 국내 ETF는 분산투자 규정 때문에 특정 종목을 직접 추종하는 상품 출시가 불가능했다.

Q2. 레버리지 배율은 어느 수준까지 가능한가?
A. 국내에서는 최대 2배 레버리지까지만 허용된다. 반면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는 3배 레버리지 상품도 존재한다.

Q3. 고액 투자자(큰손)가 국내시장으로 돌아오기 어려운 이유는?
A. 금융소득종합과세 부담, 3배 레버리지 부재, 글로벌 성장주 투자 제한 등 수익·세금 측면에서 해외가 여전히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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