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쓸쓸한 퇴장: 황재균 은퇴 선언, 손아섭의 미래는?

한 시대의 끝, 황재균의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

2024년 시즌이 끝나고 스토브리그가 한창인 KBO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kt 위즈의 베테랑 내야수 황재균(38)이 돌연 은퇴를 선언한 것입니다.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 2차 3라운드로 지명된 이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의 1년을 포함해 무려 20시즌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던 그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많은 야구팬들이 아쉬움을 표하고 있습니다. 황재균은 KBO 리그에서만 통산 220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5, 2266안타, 227홈런, 1121타점, 235도루라는 화려한 족적을 남긴 스타 플레이어였습니다. 그의 은퇴는 단순히 한 선수가 유니폼을 벗는 것을 넘어, KBO의 한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다가옵니다.

황재균, 무엇이 그를 떠나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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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균의 은퇴 배경에는 성적 저하보다 더 큰 ‘자리’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2025년 시즌, 그는 11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5, 106안타, 7홈런, 48타점을 기록했습니다. 2024년의 137경기 0.260, 13홈런, 58타점과 비교하면 급격한 하락세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의 팀 내 입지는 급격하게 좁아지고 있었습니다. 2008년 히어로즈에서 주전 3루수로 도약한 이래, 그의 이름 앞에는 항상 ‘주전 3루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 FA로 3루수 허경민이 kt로 이적하면서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황재균은 주전 3루수 자리를 내주고 백업 3루수 혹은 1루수로 밀려나야 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시즌 전망은 더욱 어두웠습니다. kt 위즈는 새로운 외국인 타자로 1루 수비가 가능한 샘 힐리어드를 영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힐리어드가 1루를 맡고, 기존의 허경민이 3루를 굳건히 지킨다면 황재균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외야 역시 김현수, 최원준, 안현민 등 주전 라인업이 확고합니다.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한 황재균으로서는 백업 선수로 연명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FA 자격을 얻어 구단과 협상하던 중 돌연 은퇴를 선택한 것은, 베테랑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또 다른 베테랑, 손아섭의 엇갈린 운명

황재균의 은퇴 소식은 자연스럽게 그의 동료이자 라이벌이었던 또 다른 베테랑, 손아섭(37)에게로 시선을 향하게 합니다. 1987년생인 황재균보다 한 살 어린 손아섭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롯데 자이언츠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함께 성장했습니다. 손아섭은 KBO 역사에 길이 남을 ‘리빙 레전드’입니다. 통산 216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9, KBO 역대 최다 안타 기록을 향해 달려가는 2618안타, 182홈런, 1086타점, 232도루를 기록 중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과거와 달리 그의 현재는 녹록지 않습니다. 2022년 두 번째 FA 자격을 얻어 롯데를 떠나 NC 다이노스로 이적했지만, 올해 후반기에는 한화 이글스로 트레이드되는 등 저니맨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올해 성적은 111경기 타율 0.288, 107안타, 1홈런, 50타점. 황재균과 비교했을 때 출전 경기 수, 안타, 타점은 비슷하고 타율은 조금 높지만, 장타력의 상징인 홈런이 단 1개에 그쳤다는 점은 매우 뼈아픕니다. 이제는 외야수보다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비중이 높아진 그에게 장타력의 부재는 FA 시장에서 매력을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약점이 되고 있습니다.

2025년 성적 비교: 황재균 vs 손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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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재균: 112경기 / 타율 0.275 / 106안타 / 7홈런 / 48타점
• 손아섭: 111경기 / 타율 0.288 / 107안타 / 1홈런 / 50타점

두 선수의 마지막 시즌 성적표는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비슷한 기회 속에서 황재균은 여전한 장타력을 과시하며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준 반면, 손아섭은 교타자로서의 명성은 유지했지만 파워의 급격한 하락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황재균은 박수칠 때 떠나는 길을 택했고, 손아섭은 여전히 차가운 FA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베테랑이 마주한 냉혹한 현실

황재균의 은퇴와 손아섭의 고전은 KBO 리그에서 베테랑 선수들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한때 리그를 호령했던 스타 플레이어일지라도, 흐르는 세월과 변화하는 팀 상황 앞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구단들은 미래 가치와 잠재력을 지닌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 하고, 베테랑들은 줄어든 입지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해야만 합니다. 황재균은 자존심을 지키며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했고, 손아섭은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두 베테랑의 엇갈린 행보는 팬들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황재균의 빛나는 커리어를 추억하며 그의 제2의 인생을 응원하는 한편, KBO 최다 안타 기록 경신이라는 위대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손아섭의 다음 행선지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과연 손아섭은 자신을 원하는 팀을 찾아 마지막 도전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황재균의 은퇴로 시작된 KBO 스토브리그의 겨울은 유난히 차갑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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